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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액체생검’ 주목, “표준화된 검사법과 임상 통한 검증 필요”
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액체생검’ 주목, “표준화된 검사법과 임상 통한 검증 필요”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04.22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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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가 선정한 10대 미래 유망기술 중 하나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 액체생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액체생검 선두기업 그레일, NGS의 최대 제조기업인 일루미나와의 합병으로 반독점 우려
규제기관의 적절한 기준과 체제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안전하게 자리매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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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액체생체검사(Liquid Biopsy, 이하 액체생검)가 암의 조기 발견 및 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액체생검은 혈액, 타액(침), 소변 등에 존재하는 핵산 조각을 분석해 암 등 질병의 진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환자로부터 체액을 비교적 간단하게 채취해 암 발생 및 전이 여부를 신속하고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액체생검과 조직생검의 비교(사진=한국바이오협회)
액체생검과 조직생검의 비교(사진=한국바이오협회)

◇액체생검, MIT가 선정한 10대 미래 유망기술 중 하나

현재 암 진단의 표준방법은 ‘조직 생체검사’(Tissue Biopsy, 이하 조직생검)이다. 이는 생체에서 조직의 일부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으로, 내시경이나 바늘 등 외과용 수술 도구로 진행됐다. 이런 방법은 환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위험부담이 크다. 또 종양 위치나 크기, 환자 상태에 따라 조직생검을 시행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조직생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진단 방법으로 혈액 속 암유전자를 검사해 암의 유무와 종류 등을 알 수 있는 액체생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액체생검은 조직생검과 달리 체액을 채취하는 것만으로도 빠르고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특히 종양세포 특유의 돌연변이를 분석해 위양성(False Positive) 판명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액체생검은 기존에 환자의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조직생검과는 다르게, 생체 내 혈액에서 순환 종양성 DNA(ctDNA), 순환성 종양세포(CTCs), 엑소좀 등을 분리하고 내부의 핵산 정보를 분석하는 비침습성 기술로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이러한 장점으로 액체생검은 2015년 MIT가 선정한 10대 미래 유망기술(10 Breakthrough Technologies in MIT technology review) 중 하나로 선정됐고, 한국생명공학정책 연구센터에서 선정한 2020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에도 포함됐다.

세계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시스’는 2020년 글로벌 액체생검 시장 규모가 1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2027년에는 4조 5,220억 원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랜드 뷰 리서치’도 액체생검 시장이 2027년에는 6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이 현재 글로벌 액체생검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액체생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루미나 전경(사진=일루미나)
일루미나 전경(사진=일루미나)

◇액체생검 선두기업 그레일, NGS의 최대 제조기업인 일루미나와의 합병으로 반독점 우려

액체생검 연구가 가장 활발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유전자 분석기업 가던트 헬스(Guardant Health)는 혈액에 떠돌아다니는 cfDNA(세포유리 DNA, cell-free DNA)를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로 분석하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이 기업의 cfDNA(암세포 유래 DNA 조각, cell-free DNA) 검진법은 방광암 진단에 사용될 수 있다.

혈액을 통한 암 진단 분야의 선두기업 중 하나인 그레일(Grail)은 미국 유전체 기업 일루미나(Illumina)의 자회사로 아마존(Amazon)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빌 게이츠(Bill Gates) 공동창립자 등이 1억 달러(한화 약 1,204억 5,000만 원)를 투자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위스 체외진단기기 개발기업 로슈(Roche)는 ctDNA(순환종양유전자, Circulating Tumor DAN)를 이용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쎄바’(엘로티닙, erlotinib)의 동반진단기술을 개발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AP 통신은 그레일이 액체생검을 통해 췌장암, 난소암 등 현재 표준 스크리닝 방법이 없는 암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레일 경영자는 “국가에서 4~5개의 암을 검사하지만 많은 경우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암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말하며 혈액검사가 말기 암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4만 명을 대상으로 영국 국립보건서비스와 함께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연구기관도 과연 혈액검사를 통해 암을 더 빨리 발견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대 7년간 20만 명이 참여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혈액 기반 암 조기 진단 분야에서 그레일, 가던트 헬스, 이그젝트 사이언시스(Exact Sciences) 등의 기업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에 대해 미국 및 유럽 공정거래기관은 암 진단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레일은 2016년 일루미나에서 독립한 액체생검 테스트 회사로 단일 혈액 채취에서 발견된 DNA에서 최대 50개의 서로 다른 종양을 한 번에 진단 가능한 테스트기를 출시했다.

일루미나는 2020년 9월 80억 달러 규모로 다시 그레일 인수를 발표했으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이 반독점 관련 규제를 검토하고 있어 인수합병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액체생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유전자 분석장비(NGS)의 최대 제조기업인 일루미나가 그레일과 합병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의 혁신성 저하, 검사 비용 상승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및 유럽의 공정거래 규제기관이 우려를 제기한 후 일루미나는 새로운 표준계약과 종양 환자를 위한 시퀀싱 접근을 보장하고 향후 4년간 가격을 40% 이상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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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기관의 적절한 기준과 체제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안전하게 자리매김

한편 우리나라는 마크로젠, 싸이토젠, 진캐스트, 젠큐릭스, 지노믹트리,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등의 기업이 액체생검 관련 기술을 보유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박봉현 책임연구원·김지운 연구원은 “현재 액체생검을 활용한 바이오마커 테스트 규제·승인에서 복잡성이 존재한다. 임상 치료에서 종양 바이오마커 테스트를 채택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 테스트의 정확성, 신뢰성 및 재현성을 측정하는 분석적 유효성 ▲집단을 상이한 임상 결과를 가진 개별 그룹으로 나누는 능력을 평가하는 임상적 유효성 ▲ 테스트를 한 환자의 결과가 개선되지 않은 환자와 비교하여 개선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임상적 유용성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미국 FDA는 테스트에 대한 규제 요건을 시행하지 않아 시판된 바이오마커 테스트조차 반드시 임상적 유용성을 확립할 의무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시판 중인 종양 바이오마커 테스트는 공인실험실에서 개발된 테스트의 형태로 판매 중이며, 이는 FDA가 다른 진단 테스트에 적용하는 기준과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도 액체생검의 폭넓은 활용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표준화된 검사기준과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을 꼽는다.

KEIT(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략기획단 이상호 PD는 “실제 검진에 활용될 수 있는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규제기관의 적절한 기준과 체제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액체생검 시장은 안전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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