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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돌연변이 이용해 Aβ 독성 완화, 알츠하이머병 치료 길 열리나
점 돌연변이 이용해 Aβ 독성 완화, 알츠하이머병 치료 길 열리나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02.14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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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점 변이체 설계로 Aβ의 단백질 응집체 형성 억제
단백질 구조에 기반한 체계적인 설계 통해 고안된 변이체 이용
최소한의 아미노산 서열 편집 규명으로 새로운 치매 치료법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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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치매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완벽한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에 지금까지는 조기진단을 통해 관리 및 진행을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치료제 또한 일시적 증상 완화나 진행 속도만을 소폭 지연시키는 정도였다.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를 표적으로 하는 ‘아두카누맙’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받기는 했지만, 약효와 부작용에 관한 논란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로 구성된 병원성 아밀로이드 섬유 응집체에 의한 연쇄적인 작용으로 발병된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점 돌연변이를 활용,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독성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점 변이체를 이용한 야생형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 현상 억제(사진=김준곤 고려대 교수)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점 변이체를 이용한 야생형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 현상 억제(사진=김준곤 고려대 교수)

◇국내 연구진, 점 변이체 설계로 Aβ의 단백질 응집체 형성 억제

한국연구재단은 김준곤 교수(고려대학교)와 최정모 교수(부산대학교) 연구팀이 아밀로이드 베타의 초기 상호작용을 방해하여 단백질 응집체 형성을 억제하고 세포 독성을 완화하는 점 변이체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 연구, 기초연구실 및 우수 신진 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1월 24일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베타(Aβ) 반점(plaque)과 타우(Tau) 신경섬유 엉킴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발병 원인은 뇌 속 아밀로이드, 콜린성 뉴런, 수상돌기 뉴런, 미토콘드리아, 대사이상, 그 외에 산화 스트레스와 신경염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다양한 장애 요인으로 인하여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병원성 아밀로이드 섬유 응집체의 주성분 단백질로, 신경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우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주요 표지 단백질로, 신경섬유 엉킴의 주성분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타우 단백질의 신경섬유 엉킴과 연관되어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점 돌연변이는 단백질의 전체 아미노산 서열 중 한 개가 바뀐 돌연변이로, 이번 연구에서는 1개부터 4개까지의 점 돌연변이를 갖는 점 변이체가 사용되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응집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여 특정 상태를 표적으로 하지 않고, 단백질의 점 변이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병원성 응집체 형성을 억제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

병원성 아밀로이드 응집체 형성과정은 단백질이 다양한 상태로 혼재하는 복잡한 과정을 동반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특정 상태 및 구조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나 수용체를 이용해 병원성 아밀로이드 응집체 형성과정을 제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42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각 아미노산을 19개의 다른 아미노산으로 하나씩 치환하며 변이체를 발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응집체 형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특정 구조에 반응하는 물질이 아닌, 야생형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가조립 및 다량체 단계로 전환되는 것을 저해하기 위해 에너지 장벽을 높이는 속도론적 접근법을 사용했다.

실험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병원성 섬유 구조와 구조 동역학 특성을 바탕으로 병원성 응집체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변이체를 설계하고, 실제로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병원성 응집체 형성이 억제됐으며, 세포 독성이 완화됨을 확인했다.
 

구조 기반으로 설계된 변이체를 이용한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응집 병원성 응집체 형성 억제 및 세포 독성 완화(사진=김준곤 고려대 교수)
구조 기반으로 설계된 변이체를 이용한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응집 병원성 응집체 형성 억제 및 세포 독성 완화(사진=김준곤 고려대 교수)

◇최소한의 아미노산 서열 편집 규명으로 새로운 치매 치료법 기대

단백질 구조에 기반한 체계적인 설계를 통해 고안된 변이체를 이용, 병원성 비정형 단백질의 응집 현상을 저해하는 연구 방법론은 아밀로이드 베타뿐만 아니라 알파 시누클레인, 타우 등 다른 단백질의 구조를 이해하고 응집 현상을 제어하는 것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설계된 변이체가 아밀로이드 베타의 독성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세포 수준에서도 확인했다. 다만, 실제 임상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고차원 실험 모델에서의 효과 및 안정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준곤 고려대 교수는 “항체나 단백질 수용체를 이용해 병원성 단백질 응집체의 특정 구조를 인식해 제거하는 기존 연구와는 달리 병원성 비정형 단백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점 변이체를 고안해 병원성 단백질의 응집 현상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라며 “체내에서 독성을 갖는 병원성 아밀로이드 응집체의 형성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아미노산 서열 편집을 규명하여 퇴행성 신경질환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1-42)의 변이체를 이용한 독성 완화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및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실제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아미노산 서열 편집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 서열 편집을 통해 설계된 변이체를 발현할 수 있다면 하나의 실용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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