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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뇌 장벽 모사한 뇌종양 모델 개발, “약물 치료 효과 검증 가능”
혈관-뇌 장벽 모사한 뇌종양 모델 개발, “약물 치료 효과 검증 가능”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12.0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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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치료제 개발 및 효능 검사를 위한 체외 플랫폼 개발
뇌-혈관 장벽을 구성하는 세 종류의 주요 세포를 3차원상으로 공배양
암세포의 침윤 특성과 약물 저항성이 커지는 것 확인
환자 유래의 뇌 암세포로 환자의 약물 저항성 확인과 맞춤형 약물 후보군 발굴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뇌종양은 인체에 발생하는 전체 종양 중 세 번째로 많은 약 10%를 차지한다. 국제인구 통계자료에 의하면 매년 인구 10만 명당 10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데, 국내에서는 매년 2,500~4,500명이 발생하여, 현재 뇌종양으로 고통받는 환자는 약 2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뇌종양은 완치가 어려운 질병 중 하나인데, 뇌암세포는 주변 조직으로 침윤하는 특성이 매우 강하고, 주변 조직에 남아 있는 잔여 세포들 때문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뇌종양의 이러한 특성에 주변 미세환경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뇌혈관에서는 약물의 전달이 제한돼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뇌혈관은 혈관과 뇌 사이에서 물질 전달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 구조로 되어 있다.

뇌혈관장벽(BBB)은 가장 강력한 생체장벽 중 하나로 뇌를 생체 내 ‘성역’으로 만드는 특수한 혈관이다. 색소, 약물, 독물 등 이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여 뇌를 보호하는 관문이며, 뇌세포를 둘러싼 뇌혈관에 전체적으로 분포한다.

BBB는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기 위해 뇌 기능에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분자들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혈관 투과성이 매우 낮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유익한 기능이지만, 질병 발생 시에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중추신경계 약물들은 BBB로 인해 표적 세포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뇌암과 퇴행성 뇌 질환 등 우리의 삶의 질을 낮추는 질병들의 치료 효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뇌종양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특징들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BBB는 여전히 모방하기 어렵고 극복하기 어려운 혈관이나, 최근에는 뇌종양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써 뇌암 환경을 모사하는 3차원 기반의 뇌암 체외 모델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혈관-뇌 장벽을 구성하는 주요 세포들을 3차원 하이드로겔 내에 공배양하는 형태로 실제 혈관-뇌 장벽을 모사했으며, 형성된 뇌혈관을 중심으로 혈관 주위 세포와 성상교세포가 접촉점을 이루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관찰됐다. 공배양 환경에서 실제 혈관의 투과도(약 10-7 cm/s)와 비슷한 정도의 낮은 투과도 값(약 10-8 cm/s)이 측정됐으며, 이를 통해 혈관-뇌 장벽의 구조적 기능적 모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서수영 학생연구자)
혈관-뇌 장벽을 구성하는 주요 세포들을 3차원 하이드로겔 내에 공배양하는 형태로 실제 혈관-뇌 장벽을 모사했으며, 형성된 뇌혈관을 중심으로 혈관 주위 세포와 성상교세포가 접촉점을 이루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관찰됐다. 공배양 환경에서 실제 혈관의 투과도(약 10-7 cm/s)와 비슷한 정도의 낮은 투과도 값(약 10-8 cm/s)이 측정됐으며, 이를 통해 혈관-뇌 장벽의 구조적 기능적 모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서수영 학생연구자)

◇뇌종양 치료제 개발 및 효능 검사를 위한 체외 플랫폼 개발

이러한 가운데 한국연구재단은 김홍남, 최낙원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강원 교수(서울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건국대학교 나승열 교수와 협력하여 혈관-뇌 장벽을 모사한 체외 플랫폼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동물모델이나 배양접시 바닥에 평면 형태로 형성된 세포배양 모델이 아닌 입체적인 장기 칩 형태로 혈관-뇌 장벽을 모사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연구 성과는 기능성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11월 5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팀은 하이드로겔 내에 뇌-혈관 장벽을 구성하는 세 종류의 주요 세포(사람 유래의 혈관 세포, 혈관주위세포, 성상교세포)들을 3차원상으로 공배양해 체외 뇌-혈관 장벽 플랫폼을 개발했다. 실제 혈관-뇌 장벽의 기능이 구현된 플랫폼에 3차원으로 배양된 뇌암 스페로이드를 함께 배양해 뇌암 모델로 활용했다.

기존에 개발된 체외 뇌암 모델은 뇌혈관의 특이적인 기능을 함께 모사하지 않았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모델에서는 여러 세포가 섞여 있어 암세포만을 추출해 분석하기 어렵다.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에서는, 뇌혈관의 특이적인 기능인 혈관-뇌 장벽을 포함한 뇌암 미세환경을 모사하여 기존 모델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공배양 환경에서 배양된 뇌암 세포만을 독립적으로 추출해 유전자 발현 등의 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뇌암 환경에서 염증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증가하고, 혈관의 투과도가 증가하는 등 혈관에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혈관-뇌 장벽 칩 환경에서 배양된 뇌암 세포의 경우 주변 조직으로 침윤하는 특성과 항암제에 대한 저항성을 보였으며,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뇌암 세포의 침윤 및 약물 저항성 기전을 밝힐 수 있었다.

나아가 혈관-뇌 장벽 개방물질인 진토닌과 만니톨을 이용하여 뇌-혈관 장벽을 일시적으로 개방했을 때, 뇌-혈관 장벽 비투과성 항암제의 전달 효과가 증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종양 모델 개발 및 혈관-뇌 장벽 개방 물질을 이용한 약물 전달. 개발된 혈관-뇌 장벽 모델에 스페로이드 형태의 뇌 암세포를 추가 배양하는 형태로 3차원 뇌종양 모델이 개발됐으며, 공배양 환경에서 뇌 암세포의 침윤 특성과 약물 저항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만니톨과 진토닌을 이용하여 혈관-뇌 장벽을 일시적으로 개방했을 때 혈관-뇌 장벽 비투과성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의 전달 효과가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학교)
뇌종양 모델 개발 및 혈관-뇌 장벽 개방 물질을 이용한 약물 전달. 개발된 혈관-뇌 장벽 모델에 스페로이드 형태의 뇌 암세포를 추가 배양하는 형태로 3차원 뇌종양 모델이 개발됐으며, 공배양 환경에서 뇌암세포의 침윤 특성과 약물 저항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만니톨과 진토닌을 이용하여 혈관-뇌 장벽을 일시적으로 개방했을 때 혈관-뇌 장벽 비투과성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의 전달 효과가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서수영 학생연구자)

◇환자 유래의 뇌암 세포로 환자의 약물 저항성 확인과 맞춤형 약물 후보군 발굴 가능

김홍남 한국과학기술원 박사는 “사람과 다른 약물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동물모델이나 실제 암 미세환경을 모사하기 어려운 암세포 단독 세포배양 모델보다 높은 신뢰도로 약물의 반응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유래의 세포를 이용하여 환자 개인별로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약물 조합군을 찾아내는 개인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수영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은 “기대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뇌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치매와 같은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라며 “그동안 개발된 뇌암 칩의 경우 뇌 조직의 핵심이며, 약물 전달에 필수 고려 요인인 혈관-뇌 장벽을 모사하지 않았고, 여러 종류의 세포가 다 같이 섞인 형태로 존재하여 암세포만을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분석하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와 같은 혈관-뇌 장벽을 구현한 환경에서 뇌암 세포를 배양하는 형태로 뇌암 미세환경을 모사하였으며, 해당 환경에서 암세포의 침윤 특성과 약물 저항성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암세포만을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유전자 발현 등을 분석하여 침윤 및 약물 저항성과 관련된 기전을 확인한 것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뇌암 세포주를 이용했지만 추후 정상인 및 환자에서 확보한 세포를 이용해 장기 맞춤형 특징을 모사한 모델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실제 혈관-뇌 장벽과 비슷한 장벽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유도했으며, 해당 플랫폼은 약물의 혈관-뇌 장벽 투과 효과 검증뿐 아니라 항암제 스크리닝을 위한 뇌암 플랫폼으로 응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환자 유래의 뇌암세포를 이용하여 환자의 약물 저항성을 확인하고, 맞춤형 약물 후보군 발굴 등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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