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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치매치료제 ‘아두헬름’ 연이은 논란, 후발주자 맹추격에 “속 타네”
세계 최초 치매치료제 ‘아두헬름’ 연이은 논란, 후발주자 맹추격에 “속 타네”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1.11.2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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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헬름, 유효성 논란에 부작용 문제까지...릴리, 로슈 등 후발주자 맹추격
최근 아두헬름 치료 후 사망한 환자 사례 1건 발생, 유럽 승인도 난항
국내 바이오기업, 임상 3상에서 확실한 효능 입증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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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받은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성분명 아두카누맙)이 약효와 부작용에 관한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맹추격까지 받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아두헬름은 미국에서 2003년 첫 신약 출시 후 20년 만에 탄생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은 일시적 증상 완화나 진행 속도만을 소폭 지연시키는 정도였으나, 이 약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단순히 완화하는 것이 아닌 질병 원인에 대한 치료제로 처음 승인돼 큰 관심을 모았다.

아두헬름은 임상시험에서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플라크의 감소가 일상생활의 실제 개선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데다가 중증 환자에 관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7월 미국 FDA는 치료 대상을 광범위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경증 인지 장애 또는 경도 치매가 있는 환자’로 축소했다. 또한 새롭게 업데이트된 라벨에 알츠하이머 초기나 말기에 치료 개시에 관한 안전성이나 효과 데이터는 연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바이오젠 본사(사진=바이오젠 홈페이지)
바이오젠 본사(사진=바이오젠 홈페이지)

◇아두헬름, 유효성 논란에 부작용 문제까지... 릴리, 로슈 등 후발주자 맹추격

애초 FDA의 승인부터 논란은 있었다. 앞서 지난해 FDA 자문위는 최종적으로 아두헬름의 승인 반대를 권고했었다. 자문위원회는 2개의 임상 3상 ENGAGE와 EMERGE가 상반된 결과를 보였으며, 그나마 유효성을 입증한 EMERGE 결과만으로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란으로 심사가 3개월 연장됐지만, FDA는 자문위의 반대에도 전례 없이 조건부 승인을 감행했다. 대신, 임상 4상에서 아두카누맙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고, 미국 시장에 약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감시를 지속하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국신경학회(AAN)는 아두헬름 투여 시 신경과 의사와 환자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국제학술지 뉴롤로지에 발표했다. 아두헬름이 뇌 속 이상단백질 Aβ를 감소해주지만, 이것이 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약물 부작용(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y,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으로 환자의 30%에서 뇌부종, 20%에서 미세뇌출혈이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아두헬름 치료 후 사망한 환자 사례 1건이 FDA 유해사례보고시스템(FAERS)에 보고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두헬름의 유럽 승인 전망도 어둡다. 바이오젠은 17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E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아두헬름 허가 신청서에 대해 부정적인 추세 투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CHMP의 정식 권고는 내달 13~16일에 열리는 CHMP미팅에서 채택되지만, 현재로서는 유럽 승인의 보류 가능성도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치매치료제를 개발 중인 후발주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FDA에 자사의 치매치료제인 ‘도나네맙(Donanemab)’ 신약 승인을 요청했다. 도나네맙은 아두헬름과 같은 계열의 치료제로, N3pG라고 불리는 변형된 베타 아밀로이드(βA)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FDA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로슈도 내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간테네루맙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로슈는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된 간테네루맙의 출시 가격을 아두헬름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고 밝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간테네루맙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플라크)를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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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기업, 임상 3상에서 확실한 효능 입증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기대를 걸만하다. 아리바이오는 ‘2021 알츠하이머임상학회(CTAD)’에서 치매 치료 후보물질 AR1001의 미국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지기능 약화 속도가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AR1001은 기존 단일표적·단일 기작이 아닌 다중표적·다중 기작으로, 알츠하이머병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경로들을 약물 하나로 한 번에 잡는다는 전략이다. 아리바이오는 올해 안으로 미국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고 내년 초 임상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메디포럼도 치매 치료 후보물질 ‘PM012’의 임상 2b·3상을 진행 중이다. PM012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의 생성을 촉진하고 포도당 대사를 촉진해 신경세포의 재생도 증가시킨다. 회사는 연말까지 임상 2B 시험에 참여할 치매 환자를 모집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시험 절차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젬백스앤카엘이 개발하고 있는 GV1001도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대기하고 있다. 젬백스의 GV1001은 중등도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현재 아두헬름의 연간 구매 비용은 6,600만 원 선으로, 미국 정부의 보험급여 지급 여부 심사가 지연되면서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당초 1,100만 달러(약 129억 7,000만 원)의 매출을 예상했으나, 3분기 매출은 30만 달러(약 3억 5,0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알려졌다. 세계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현재 약 30억 달러(약 3조 5,560억 원)에서 오는 2024년 126억 달러(약 14조 9,36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두헬름이 부작용과 약효 문제, 높은 비용 등으로 생각만큼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과연 후발주자들 가운데 어느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치매치료제 개발도 상당히 진척을 보여 임상 3상을 통해 확실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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