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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약품청 설립,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호재될까?
아프리카의약품청 설립,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호재될까?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11.1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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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 공식 설립 눈앞, 아프리카 질병관리청 이후 두 번째 범아프리카 기구
아프리카연합 회원국들 간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규제조화 구심체 역할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 연평균 5.5% 성장, 파머징 마켓으로 떠올라
아프리카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지 말고, 유사 지역별 진출 전략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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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기회의 땅이자 파머징마켓(신흥 제약시장)인 아프리카에서 여러 회원국이 모인 ‘아프리카의약품청(AMA)’이 설립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바이오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5일, 우간다가 아프리카의약품청 협약에 15번째로 비준서를 기탁하면서 아프리카의약품청 설립이 공식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아프리카의약품청 협약(African Medicines Agency Treaty)은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회원국 중 15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한 날로부터 30일 후에 공식 발효된다.

◇AMA, 아프리카연합 회원국 간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규제조화 구심체 역할

아프리카의약품청(AMA)은 아프리카연합 회원국을 포함 아프리카 대륙 전체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안전, 품질, 접근성에 대한 허가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2017년 1월 공식 출범한 아프리카 질병관리청(Afric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후 두 번째 아프리카연합 차원의 기관이다.

처음 AMA의 설립이 제안된 건 10년 전이었으나, 2019년에 이르러서야 협약이 채택됐다. 2021년 11월 5일 현재 아프리카연합 55개국 중 28개국이 아프리카의약품청 협약에 서명한 상태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27개국은 아직 서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아프리카 제약기업들은 의약품 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 개선을 요구해 왔으며, 유럽연합의 중심 규제기관인 EMA와 비교해 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설립 논의와 가입이 탄력을 받으며 본격화됐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및 진단기기 등에 대한 평가, 승인, 모니터링을 위한 미국 FDA나 유럽 EMA와 같은 규제기관의 필요성이 증가한 탓이다.

아프리카의약품청이 공식 설립되면 소재지 선정과 거버넌스, 운영자금 확보 등 후속 조치가 남았다. AMA 회원국들은 2022년 2월 아프리카연합 총회를 통해 아프리카의약품청이 소재할 국가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프리카의약품청의 규제 프레임을 각 아프리카연합 회원국의 법률에 반영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KOTRA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와 함께 10월 25일부터 5일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의료기기전시회(아프리카헬스, Africa Health 2021)’에 온라인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다(사진=코트라)
KOTRA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와 함께 10월 25일부터 5일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의료기기전시회(아프리카헬스, Africa Health 2021)’에 온라인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다(사진=코트라)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 연평균 5.5% 성장, 파머징 마켓으로 떠올라

IQVIA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은 225억 달러로 전 세계 의약품시장의 1.8%를 차지한다. 비중으로 보면 크지 않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5.5% 성장했고 향후 5년간 5.6% 성장이 전망되면서 파머징 마켓으로 떠올랐다.

아프리카는 낙후된 의료‧생활환경으로 의약품·의료기기 수요 대비 공급이 극히 부족하며, 취약한 제조 기반으로 인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은 소비되는 의약품의 70~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1억 아프리카 인구의 절반은 가장 필수적인 의약품에 대한 접근조차 어렵다. 영국의학저널은 “아프리카는 의약품 접근성 부족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 사망한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2019년 McKinsey 보고서에서는 11억 명의 아프리카에 375개의 제약기업만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15억 인구의 중국은 제약기업이 5,000개이며, 14억 인구의 인도에는 제약기업이 1만 개가 넘는다.

이처럼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은 열악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고품질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료 부문이 큰 타격을 입으며 의료시장 개혁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의 가장 큰 고질적 문제로는 의약품 위조가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에서 위조 또는 수준 이하의 약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약품은 항생제와 항말라리아제다. AFP는 “취약한 법 제도와 열악한 보건 체계, 만연한 빈곤 등이 가짜 의약품을 파는 암시장의 성장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각 정부의 의료제도 개선 의지가 강해 위조약 퇴출 정책을 실시하는 등 제약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의약품 유통기업 키아라 헬스를 통해 10개국에 공급 중인 보령제약 카나브·카나브플러스(사진=보령제약)
아프리카 의약품 유통기업 키아라 헬스를 통해 아프리카 10개국에 공급 중인 보령제약 카나브·카나브플러스(사진=보령제약)

◇아프리카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지 말고, 유사 지역별 진출 전략 필요

코트라(KOTRA)의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현재 에이즈 치료제와 같은 전염성 질병 치료제 및 진단 시약 등 제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도시화와 식생활 변화 등에 따라 심혈관질환과 암,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관련 제품이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의 특성을 간파한 보령제약, 신풍제약, 동화약품, 씨티씨바이오 등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해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장벽이 많은 선진시장이나 경쟁이 심해진 동남아 시장보다 아프리카 의약품 시장이 이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한다.

아프리카는 의약품 시장뿐만 아니라 진단키트, 마스크 등 방역용품에 대한 해외원조 의존도가 높아 관련 수입시장도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대(對)아프리카 의료기기 수출이 전년 대비 75%나 증가했다.

코트라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은 “우리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할 때 유의해야 할 것은 아프리카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언어, 문화, 종교, 소득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유사 지역별로 진출전략을 짜야 한다”라고 조언한 바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AMA의 설립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AMA의 역할과 권한이 정해지고 본격 운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에 당장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다만, AMA를 중심으로 열악한 아프리카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업 육성과 신속한 인허가 추진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아프리카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은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아울러 규제기관 간 긴밀한 교류가 국내 기업의 신뢰를 높이고 비관세 장벽을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으므로, 우리 규제기관이 AMA 설립과정에 인허가 인력 교육 등 국제협력을 통해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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