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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억제제, 다이어트약 아니야”∙∙∙청소년 불법유통 증가
“식욕억제제, 다이어트약 아니야”∙∙∙청소년 불법유통 증가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11.03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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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 동경하는 ‘프로아나족’ 증가
SNS 중심으로 식욕억제제 불법유통 가능성 제기
해외직구, 대리구매 등 불법거래 여전∙∙∙“식약처 철저한 관리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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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고등학교 교사 A씨는 몇 년 전부터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이 급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도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마른 몸매=예쁘다’라는 생각에 점심은 물론 하루에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않는 학생이 늘고 있다. 

그는 “TV 속 아이돌이나 배우가 예쁜 이유가 ‘말랐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한 것 같다”면서도 “한창 성장기인 데다 빠른 두뇌회전을 위해서는 밥을 먹어야 하지만, 식사 자체를 하지 않아 학업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마른 몸을 동경하는 이른바 ‘프로아나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프로아나(Pro-ana)는 ‘찬성’이라는 뜻의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아나(anorexia)가 합쳐진 신조어로 마른 몸을 동경해 거식증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건강과 직결된 만큼, 단순히 사회현상으로만 보고 넘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이다. 업계는 올바른 운동과 식이요법에 따른 건강한 다이어트를 권장하지만, 프로아나족은 체중감량을 위해 식욕억제제를 사용한다. 일각에서는 신체 사진을 찍은 뒤 다이어트 자극하는 말을 해달라고 하거나 먹토, 먹뱉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식욕억제제에 대한 불법유통 가능성이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는 더 이상의 체중감량이 어려워 식욕억제제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욕억제제는 말 그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뇌에서 식욕을 느끼는 부분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약이다. 대표적인 주요성분으로는 펜타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등 5가지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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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한 불법유통 성행, 마약류 식욕억제제에 관한 철저한 관리 필요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오용하거나 남용할 때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물질이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욕억제제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지정∙관리하고 있다. 

식욕억제제는 안정성이 확보되고 의학적으로 유용성이 인정돼 ADHD, 수면제, 진정제 등 의약품으로 쓰이지만,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도 있어 성분에 따라 처방일수에 제한받는다. 

특히 식약처는 비만과 관련된 질병 치료에만 식욕억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따라서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처방 시에도 식약처의 처방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4주 이하로 단기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장기 처방을 받더라도 3개,월을 넘지 말아야 한다. 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처방되지 않는다. 

프로아나족이 가장 많이 찾는 식욕억제제는 ‘디에타민’이다. 디에타민은 펜터민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로 일명 나비약, 뼈다귀약, 리본약 등으로 불린다. 펜터민은 뇌에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작용을 높이는 데 교감신경 항진상태를 일으켜 운동 후 숨이 턱 찰 정도의 비슷한 상태를 만든다. 

디에타민 제조사 대웅제약은 “급속한 과량투어로 불안, 혼수, 반사항진, 공황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소아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아 16세 이하 소아에게는 투여하지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해외직구를 통해 은밀하게 구매하려는 시도는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10대 게시판에는 “디에타민 20알만 구해줄 사람” “만 16세에게 디에타민 처방해주는 병원”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곳” 등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으며 대리구매자를 찾는다는 게시글도 보인다. 심지어 “디에타민 20알 좀 넘게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다”는 글도 있다. 

이런 상황에 당국은 지난해부터 중고거래사이트 내에서 의약품 판매를 금지했고 감시∙감독도 강화했다. 식욕억제제에 대한 불법거래가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추적이 어려운 SNS로 옮겨지면서 식욕억제제의 불법유통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펜터민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비만과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일 뿐”이라며 “‘식욕억제제는 곧 다이어트약’이라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인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과 사용에 대한 식약처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며 “(식약처에) 충분한 인력과 조직을 확보해 식욕억제제를 포함한 마약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오남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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