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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밴드를 쓰는 것만으로 우울증 치료, 전자약에 관심 고조
헤어밴드를 쓰는 것만으로 우울증 치료, 전자약에 관심 고조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10.27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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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레인, 국내 최초 재택용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 출시
전자약, 전기 신호로 장기, 조직, 신경 자극해 치료 효과 내
처방된 전류량과 시간으로만 사용 가능, 오남용 우려 불식
전자약,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정부 적극 지원 약속
픽사베이
ⓒ픽사베이

[바이오타임즈] 국내 최초로 우울증 전자약이 출시되면서 전자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약 플랫폼기업 와이브레인은 재택용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출시한다고 27일 밝혔다. 먹지 않고 머리에 쓰는 헤어밴드 형태의 우울증 전자약이다.

◇전자약, 전기 신호로 장기, 조직, 신경 자극해 치료 효과 내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기 신호로 장기, 조직, 신경 등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내는 전자기기다. 뇌와 신경세포에 대한 초음파를 이용한 치료도 전자약에 속한다.

전자약은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10대 유망 기술’에 선정되는 등 기존 화학, 바이오 의약품을 대체할 차세대 의료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세계 최초의 전자약은 2015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엔테로메딕스의 중증 비만 치료 의료기기 ‘마에스트로 리차저블 시스템(Maestro Rechargeable System)’이다. 신경 다발에 이식된 기기가 뇌에서 보내는 식욕 자극 신호를 차단해 식욕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전자약은 말초신경이나 장기 조직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전자약 관련 업체들은 말초신경 중에서도 미주신경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미주신경은 총 12쌍의 뇌 신경에서 10번째에 해당하는 신경으로, 뇌 신경 가운데 가장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고 신체 대사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 때문에 여러 신경 질환의 원인이 된다. 미주신경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질환은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심혈관질환, 비만, 요실금 등의 배변 장애, 천식, 우울증, 간질, 통증 등이다.

전자약은 체내에 이식한 기기로 직접 중추신경에 자극을 가하는 초기(1세대) 방식에서, 피부 부착 등을 통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중기(2세대)를 거쳐, 입거나 쓰는(웨어러블) 형태(3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와이브레인)
웨어러블 형태의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사진=와이브레인)

◇와이브레인, 국내 최초 재택용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 출시

이번에 출시된 와이브레인의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 역시 웨어러블 형태다. 헤어밴드 형태의 미세한 전기자극기를 통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전두엽 기능을 정상화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마인드스팀에는 뇌 신경 자극 기술과 재택 사용을 위한 자동화 기술, 안전 기술, 원격 관리 기술 등 총 20여 개의 특허 받은 기술이 적용됐고,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마인드스팀은 지난해 진행한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 6개 대학병원 다기관 임상에서 우울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6주 동안 매일 30분씩 마인드스팀을 단독으로 적용할 시 우울 증상의 관해율이 62.8%에 달했는데, 기존 항우울제 관해율인 50%보다 약 24% 높은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임상에 참여한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전자약은 임신부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안전한 치료 방식”이라며 “기존 항우울제와 상호작용에 대한 걱정 없이 추가하거나 항우울제에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에게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인드스팀은 경증과 중등증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우울 증상 개선용이다.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병원이나 집에서 쓸 수 있다. 의료진이 병원용 스테이션에 전류의 강도와 자극 시간, 빈도 등 처방 정보를 입력하면 환자는 처방 내역이 저장된 휴대용 모듈과 전기자극을 주는 헤어 밴드로 치료받게 된다. 처방된 전류량과 시간으로만 사용이 가능해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고, 환자의 순응도는 병원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적은 부작용이 장점이다. 합성 의약품은 여러 가지 화학물을 인위로 배합한 것으로, 체내 흡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반면에 전자약은 합성 의약품을 쓰지 않아 부작용 비율이 낮다.

와이브레인은 다음 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마인드스템의 판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여해 미국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회사가 개발한 정신과 진단시스템인 마인드스캔 및 스트레스, 편두통, 치매 등 다양한 전자약 제품 라인업을 전시해 가장 수준 높은 재택기반의 임상 역량을 보유한 글로벌 선도 전자약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전자약 시장은 연평균 7.4% 성장해 2026년에는 285억 달러(한화 약 35조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전자약,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정부 적극 지원 약속

한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andmarkets)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전자 및 생체전기 의약품 시장 규모(Electroceuticals/Bioelectric Medicine Market Size)’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약 시장은 연평균 7.4% 성장해 2026년에는 285억 달러(한화 약 35조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노인인구는 심장부정맥,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우울증 등 질환을 일으키기 쉽다”라며, 노인인구의 증가를 이 시장의 주된 성장요인으로 꼽았다.

정부도 전자약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2019년 혁신성장계획에서 전자약을 ‘신사업, 신시장 창출’ 분야로 선정한 바 있다. 장기 3D 프린팅,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유전체) 등과 함께 선도적 개발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전자약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와이브레인을 비롯해 뉴로소나, 리메드, 뉴아인 등의 기업들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특히, 뇌와 신경세포에 대한 초음파를 이용한 치료로,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난치성 뇌 질환 연구에서 성과가 기대된다.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는 “전자약은 새로운 치료법으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라며, “코로나19 사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주도해서 한국 헬스케어 시스템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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