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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악액질 치료제 개발 후끈, 美 FDA 승인 한국이 먼저 이뤄낼까
암 악액질 치료제 개발 후끈, 美 FDA 승인 한국이 먼저 이뤄낼까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10.1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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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승인받은 암 악액질 치료제 전무한 상태
기존 암 악액질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근력 증가 이뤄내지 못해
녹십자웰빙, 에이디엠코리아, 각각 임상 2상 중...기술수출 및 임상 성공 여부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암 환자는 지난 2018년 기준 1,800만 명에 이르며, 암 악액질 추정 환자 숫자가 전체 암 환자의 절반인 900만 명으로 추산된다ⓒ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전체 암 환자 사망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암 환자 사이에서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암 악액질’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암 악액질’(Cancer cachexia)은 암 환자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대부분의 영양소를 종양에 빼앗기면서 심각한 체중 감소 및 전신 쇠약을 일으키는 증상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암 환자는 지난 2018년 기준 1,800만 명에 이르며, 암 악액질 추정 환자 숫자가 전체 암 환자의 절반인 9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20%(190만 명)가 암 악액질이 직접 사인으로 집계됐다. 또한, 전 세계 암 악액질 시장은 2026년 약 29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허가받은 암 악액질 치료제는 없다는 것이다.

암 환자의 섭식장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는데, 지난 3월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서재명 교수 연구팀이 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식욕부진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화제를 모았다.

서재명 교수 연구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권 질환표적구조연구센터장과 이규선 바이오나노연구센터장 연구팀,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분비되는 특정 단백질이 뇌 신경 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통해 식욕 조절 호르몬을 조절하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식욕부진과 체중 감소 등이 주 증상인 ‘악액질’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관성 연구에서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INSL3)이 뇌 신경계의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에 작용해 암 환자의 식욕을 감소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INSL3 단백질이 암 환자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중요한 신호 인자라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암 악액질은 환자의 QOL(삶의 질)과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까지 미국 FDA에 암 악액질 치료제로 승인된 약품이 없다.

현재 암 악액질 치료제로는 미국 FDA가 에이즈 환자의 식욕 및 체중 증가 목적으로 허가한 메게이스(성분명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가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 약물은 근육량을 증가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올해 일본에서 승인받아 4월에 발매된 오노약품의 애드루미즈도 일본에서 암 악액질 치료에 쓰인다. 애드루미즈는 선택적이고 새로운 먹는 그렐린 유사 작용제로, 비소세포폐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에서의 암 악액질을 적응증으로 한다. 그렐린은 주로 위장에서 분비되는 내인성 펩티드로 그렐린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체중, 근육량, 식욕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여러 경로를 자극한다. 주성분인 아나모레린은 암 악액질 환자의 체중과 근육량의 증가 및 식욕 증가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애드루미즈 역시 폐암의 암 악액질 환자 임상에서 골격 근육 증가는 이뤄냈지만, 근력 증가는 입증하지 못했다. 아울러 폐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에 암 악액질 치료제로 한정되어 다른 암에는 사용할 수 없어 좀 더 폭넓은 적응증을 가진 암 악액질 치료제 개발이 요구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노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는 암 악액질 치료제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녹십자웰빙, 에이디엠코리아, 각각 임상 2상 중...기술 수출 및 임상 성공 여부 기대

현재 암 악액질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는 미국 화이자를 비롯해 헬신 헬스케어, 애터나 젠타리스, 테트라 바이오파마 등 10여 곳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가장 빠른 단계를 보이는 화이자도 아직 임상 1상 중이어서 실제 출시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의 암 악액질 개발 현황은 좀 더 빨라 세계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는 암 악액질 치료제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녹십자웰빙은 현재 6개 글로벌 제약사 및 투자사들과 암 악액질 치료제 후보물질 GCWB204 의 라이선스아웃 및 공동 임상에 대해 협의 중이다.

녹십자웰빙 측에 따르면 GCWB204의 유럽 임상 2상에서 수치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으며, 이 수치적 분석 결과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여 기술 수출 조건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

GC녹십자웰빙의 ‘GCWB204’는 근육 분해 억제 및 근육생성, 염증성 사이토카인 억제 등 복합적인 기전으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기대를 모은다. 진세노사이드 Rh2, Rg3가 강화된 인삼 정제 추출물이 주성분이다.

회사는 GCWB204의 유럽 임상 2a상 시험에서 주 평가변수인 계단 오르는 힘(Stair Climb Power)에서는 군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삶의 질(QoL)’ 설문지인 FAACT 평가에서 8주 차 위약군 대비 ‘GCWB204’ 투여군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GCWB204’ 투여로 바이오마커 중 ‘TNF-α’가 의미 있는 감소를 했고, ‘IL-6’도 감소해 말기 암 환자의 전신 염증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 현상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GC녹십자웰빙 관계자는 “이번 결과가 탐색적 임상(2a상)임을 고려할 때, 적은 피험자 수에도 불구하고 비소세포폐암(NSCLC)을 타깃으로 POC(Proof of Concept) 입증 및 안전성을 확인했으므로 암 악액질 치료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에이디엠코리아㈜(대표이사 김현우)도 중앙대학교와 산학협동 연구를 통해 개발 중인 암 악액질 치료용 후보물질(CDA-01)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CDA-01은 국내 특허 등록 및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특허 출원이 이뤄진 상태로, 에이디엠코리아는 지난 2020년 이에 대한 실시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후 회사는 전임상연구, 기준규격시험, GMP 생산, 안정성 시험의 결과를 활용해 같은 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IND(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았으며, 현재 3개 대학병원에서 제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CDA-01은 국내산 작약에서 추출한 천연물 후보물질로, 폐암과 대장암을 유발한 실험 쥐에서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근력과 지구력을 증강 시켰다. 또한 근육 내의 염증을 감소시키고 근육 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근육특이적 유비퀴틴 E3-리가아제를 감소시킴이 규명됐다. 관련 연구 결과는 SCI급 학술지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2편 게재됐다.

산학협동연구의 책임자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윤유식 교수는 “전체 암 환자의 50~80%는 악액질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및 치료율 감소, 부작용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CDA-01을 통해 기존 약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암 환자의 근육 기능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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