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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중국에서 상용화 성공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중국에서 상용화 성공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1.09.30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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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손종찬·이일영 박사팀, 1995년부터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연구 시작
2006년 길리어드와 공동 연구로 2008년 후보물질 발굴 후 2014년 중국에 기술이전
중국 내 임상 3상까지 거친 후 2021년 6월 중국 시판 허가 획득
화학연에서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된 첫 사례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침투하려는 모습(사진=한국화학연구원)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침투하려는 모습(사진=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타임즈]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이 장장 26년 만에 중국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손종찬·이일영 박사팀이 발굴한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이 국내 신약 개발 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올해 6월 중국에서 신약으로 시판이 허가됐다고 밝혔다. 이는 화학연에서 개발한 신약후보 물질 중 처음으로 상용화되는 신약으로, 추후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연구책임자 손종찬 박사(사진=한국화학연구원)
연구책임자 손종찬 박사(사진=한국화학연구원)

◇화학연 손종찬·이일영 박사팀, 1995년부터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연구 시작

손종찬·이일영 박사팀이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연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손종찬 박사는 10여 년간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면서 연구 개발과정에 난항이 거듭되자 논문이라도 남기기 위해 벨기에 ‘레가연구소’에 그간 연구해온 화합물에 대한 테스트를 의뢰했다. 테스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으며, 레가연구소의 주선으로 타미플루 개발의 주역인 길리어드사의 김정은 박사(2008 당시 길리어드 부사장)와 연결돼 공동 작업 끝에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하게 됐다.

길리어드 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후보물질은 비핵산 계열의 역전사효소 저해제(NNRTI : non-nucleoside reverse transcriptase inhibitor)다. 역전사효소는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가진 특정 효소로서 바이러스의 RNA 유전정보를 바이러스의 DNA 유전정보로 전환시켜 HIV 증식에 핵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본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저해제(Inhibitor)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이 후보물질은 국내 신약 개발 기업 카이노스메드가 국내 임상 1상을 마쳤고, 화학연은 2012년 카이노스메드에 기술이전해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했다.

기술이전 기업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 환자 증가율이 높은 중국 내 상용화를 위해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Jiangsu Aidi Pharmaceutical)에 후보물질의 중국 판권을 이전했다. 이후 중국 내에서 임상 1~3상을 거쳐 2021년 6월에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사진=한국화학연구원)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사진=한국화학연구원)

◇비핵산 계열의 역전사효소 저해제 기반 에이즈 치료제로, 중국 시판 눈앞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면역결핍증후군)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만성적 면역계 기능 부전을 말한다.

HIV 감염인은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몸 안에 들어와 있지만, 일정한 면역 수치를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상태이고,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가 파괴되어 특정한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은 3,000만 명 이상이며, WHO에 따르면 신규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2018년 기준 170만 명 발생했다. 신규 환자는 감소 추세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8년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가 누적 125만 명으로 집계되며, 매년 약 8만 명씩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단일 국가로는 최대 증가율로 추정되며 중국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시장 규모는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역전사 효소 기능 막는 치료제 역할(사진=한국화학연구원)
역전사 효소 기능 막는 치료제 역할(사진=한국화학연구원)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동안 면역 약화로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았지만, 치료제가 개발된 후에는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면 생존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따라서 치료제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길리어드사의 점유율이 높으며,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현재 16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에 상용화에 성공한 비핵산 계열의 역전사효소 저해제 기반 에이즈 치료제는 중국 임상시험 결과 신경 정신 계통의 부작용이 적고, 유전적 독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수하고, 하루에 한 번 경구투여할 수 있으며 다른 약들과 병용이 가능하다.

이 치료제는 중국 외에 다른 나라에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판매권을 보유한 국내 기업 카이노스메드가 해외 신흥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화학연 연구책임자인 손종찬 박사(1987~2013 재직)는 “화학연에서 개발된 신약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된 첫 사례로 의미가 깊다. 본 치료제를 통해 중국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화학연에서 발굴된 많은 후보물질이 계속해서 신약으로 개발되어 인류의 건강 수명 증가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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