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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 발생의 비밀, 전장 유전체 데이터 분석으로 풀어냈다
인간 배아 발생의 비밀, 전장 유전체 데이터 분석으로 풀어냈다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1.08.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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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기술 기반 인간 배아 발생과정 추적 성공, 세계 최대 규모 결과
KAIST-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연구팀, 시신 기증받아 연구 진행
배아의 파괴 없이 인간 배아 발생 과정 추적 성공,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게재
향후 발생과정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희귀난치병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단 하나의 수정란이 인체의 다양한 장기를 만들어내는 인간 발생 과정의 원리를 밝히는 것은 의생명과학의 근본적 물음이다.

하나의 수정란은 수억 개의 인간 세포로 분열하여 200종이 넘는 세포와 다양한 장기를 구성한다. 이러한 인간 발생 과정(Hhuman Embryogenesis)에 관한 연구는 유산된 태아를 관찰하거나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초파리, 생쥐 등 동물 모델을 통한 실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윤리적 기술적 이유로 인간 배아 세포로 직접 실험을 할 수 없다는 한계로, 인간 배아 발생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유전체 기술 기반 인간 배아 발생과정 추적 성공, 세계 최대 규모 결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연구팀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 오지원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장 유전체 빅데이터의 생명정보학 분석을 이용해 인간 발생 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배아에 존재하는 소수의 세포들이 인체에 존재하는 총 40조 개의 세포를 어떻게 구성하고 각각의 장기로 언제 분화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결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직접적인 인간 배아 발생 연구는 배아의 파괴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간 모델 동물을 이용해왔지만, 종 간의 차이로 이들로부터 인간의 발생 과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DNA 돌연변이에 주목했다. 모든 세포는 분열할 때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라고 불리는 DNA 염기서열의 변화가 발생한다. 60억 쌍에 달하는 인간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이때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는 이후의 자손 세포(Daughter Cell)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바코드로 활용이 가능하다.
 

(사진=)
이번 연구의 연구방법 요약. 연구는 두 단계로 구성됐다. 첫 번째 단계는 시신에서 단일 세포를 채취 후 클론을 확장해 전장 유전체 분석 을 했고, 이를 통해 세포 계통수를 구성하고 배아 발생과정에서 생긴 체세포 돌연변이를 발굴했다. 두 번째 단계는 표적시퀀싱을 통해 조직에서 체세포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세포의 비율을 계산하고 이를 통해 배아 발생 과정을 추적했다(사진=카이스트)

◇시신 기증받아 연구 진행, 배아의 파괴 없이 인간 배아 발생 과정 추적 성공

연구팀은 일곱 구의 기증된 시신에서 총 334개의 단일 세포 및 379개의 조직을 기증받아 단일 세포를 채취해 이를 클론 확장(Clonal Expansion) 시킨 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세포 전장유전체 분석을 수행했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인간의 전체 세포가 아닌 일부 세포에만 존재하는 특징을 이용해 배아 발생 과정에서 축적된 체세포 돌연변이들을 찾아냈고, 이를 이용해 세포들의 계통도(Phylogenetic Tree)를 구성했다. 체세포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의 비율을 379개의 조직에서 표적시퀀싱(Targeted Sequencing)을 통해 측정했고, 이를 이용해 인간 배아 발생 과정을 재구성했다.

연구 결과, 배아 내 세포들이 발생 초기부터 서로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2세포기의 두 세포 중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비해 더 항상 더 많은 자손 세포를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비율은 사람마다 달라서 사람의 발생 과정이 개인 간 변동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초기 배아 세포들이 각각의 장기 특이적인 세포로 분화하기 시작하는 시점도 특정할 수 있었다. 수정 후 3일 내, 매우 이른 시기의 배아에서도(2세포-16세포기) 인체의 좌-우 조직에 대한 배아 세포의 비대칭적 분포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3배엽 분화에 대한 비대칭성, 각 조직 및 장기에 대한 비대칭성이 차례로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세포들의 계통도를 이용해 배아발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수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정했다. 세포마다 매 분열 시 1개 전후의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수정란의 첫 분열 시에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였다. 수정란 내에는 DNA 수리에 필요한 단백질(DNA repair protein)들이 충분히 발현하지 못해 돌연변이 수가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정란 내에 미토콘드리아의 이질성(Heteroplasmy)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으며, 성염색체의 숫자 이상이 정상 세포에서 흔하게 발생함을 보였다.
 

이번 연구로부터 관찰된 배아 발생 과정에서 관찰되는 뷸균등한 세포 분포의 모식도. 배아 발생이 진행되면서 초기에 신체 좌우축 구성의 불균등이 발생하고, 이어서 배엽간 불균등 및 신체 부위 및 장기간 불균등이 발생함(사진=카이스트)
이번 연구로부터 관찰된 배아 발생 과정에서 관찰되는 뷸균등한 세포 분포의 모식도. 배아 발생이 진행되면서 초기에 신체 좌우축 구성의 불균등이 발생하고, 이어서 배엽간 불균등 및 신체 부위 및 장기간 불균등이 발생함(사진=카이스트)

◇발생 과정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희귀난치병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

이번 연구는 초기 발생과정에서 각각의 세포에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DNA 돌연변이를 대규모로 추적함으로써 배아의 파괴 없이 인간 배아 발생 과정 추적이 이뤄졌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단 하나의 세포(수정란)로부터 복잡한 인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동안 발생하는 돌연변이들과 세포들의 움직임을 고해상도로 재구성했다. 이 기술은 향후 발생 과정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의 예방, 선별검사 및 정밀치료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20년 만에 단일 세포 유전체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유전체 기술의 쾌거ˮ라며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향후 지속해서 더 높은 해상도의 인간 배아 발생 과정 추적이 가능할 것ˮ이라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오지원 교수는 “죽음에 이른 신체로부터 인간 생명의 첫 순간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연구ˮ라며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본인의 신체를 기증한 분들이 없었다면 이번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KAIST 박성열 박사(現 ㈜지놈인사이트 수석과학자), 경북대 의과대학 난다 말리(Nanda Mali) 박사, KAIST 김률 박사(現 삼성서울병원 내과 전임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가톨릭의대, ㈜지놈인사이트, 이뮨스퀘어㈜의 연구자들도 참여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8월 25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논문명 : Clonal dynamics in early human embryogenesis inferred from somatic mutation).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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