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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현준 제이엘케이바이오대표, “배수진친다는 각오로 AI신약개발 성공하겠다”
[인터뷰] 황현준 제이엘케이바이오대표, “배수진친다는 각오로 AI신약개발 성공하겠다”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8.25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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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서 25년 경력 지닌 라이선스 인·라인선스 아웃 전문가
국내 1호 의료 인공지능 상장기업 제이엘케이가 AI 신약개발 회사 제이엘케이바이오 설립
제이엘케이바이오, 차별화 된 AI 플랫폼 ‘DeepHitsTM’ 9월 런칭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강점 가진 제이엘케이와의 협력으로 미충족수요 높은 신약 개발할 것
AI 신약 개발 기업 '제이엘케이바이오'를 이끌어 갈 황현준 대표
AI 신약 개발 기업 '제이엘케이바이오'를 이끌어 갈 황현준 대표

[바이오타임즈] 유한양행, 안국약품, 부광약품, 그리고 JW중외제약까지 국내 유수의 제약사들에서 요직을 거쳐온 황현준 전 JW중외제약 상무가 신생 회사인 제이엘케이바이오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대형제약사에서 25년간 신약 연구부터 사업개발과 제품개발을 담당해온 베테랑이 안정이 보장되는 자리를 박차고, 여러 제의까지 고사하면서 신생 바이오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될 사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주어진 일보다는 자신이 할 일이 많은 제이엘케이바이오를 선택했다.

제이엘케이바이오는 국내 1호 의료 인공지능 상장기업 제이엘케이가 AI를 이용한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지난 7월 설립한 회사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강점을 가진 제이엘케이가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Web Lab.과 Dry Lab.을 접목할 수 있는 적임자로 황현준 대표를 낙점했다.

소위 ‘물건을 보는 눈’과 ‘물건을 파는 능력’을 지녔다고 업계의 평가를 받는 황현준 대표를 만나 제이엘케이바이오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스스로 ‘배수진을 쳤다’라고 표현할 만큼 이곳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대표 취임을 축하한다. 대표직 수락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25년간 제약업계에 있으면서 정했던 첫 번째 목표는 상장사 임원이 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이루고 나서 다음 목표를 세우기까지 오랫동안 고민이 많았다. 제약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유한양행에서 12년간 근무한 후 안국약품, 부광약품을 거쳐 JW중외제약 상무로 근무했다. 계속 근무했다면 승진도 하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어진 일을 하기보다 아직은 내가 찾아서 일하고 싶었다. 기회를 찾던 중 여러 벤처회사나 기존 제약사의 임원으로 오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제이엘케이가 지닌 역량과 전문 인프라를 믿고 AI 신약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다.

◇제이엘케이바이오 대표로 영입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성균관대 약학대학에서 Medicinal Chemistry로 석사 학위를 받고 1996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 입사하면서 제약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유한양행 본사에서 개발 및 사업개발, R&D전략부서 등에서 근무했고, 안국약품에서 글로벌BD 실장, 부광약품에서 개발이사, 그리고 제이엘케이바이오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JW중외제약에서 사업개발, 제품개발을 책임지는 상무로 근무했다. 지난 25년 동안 신약개발 연구부터 제품개발, 사업개발까지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점에서 wet lab.과 dry lab.을 접목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되어 제이엘케이바이오에 오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제이엘케이바이오가 추구하는 신개념 사업모델인 AIDO(AI-Driven Open innovation)를 위해서는 물건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물건을 잘 팔아야 하는 능력도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라이선스-인과 라이선스-아웃에서 내가 그동안 보여줬던 실력과 경험 등의 장점을 제이엘케이 본사 경영진에서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다.
 

◇국내 1호 의료 인공지능 상장기업 제이엘케이가 제이엘케이바이오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하기 위해서 제이엘케이바이오를 만들었다. 모회사인 제이엘케이는 제4차 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독보적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의료용 인공지능 플랫폼, 데이터 수집/가공 플랫폼, 토털 헬스케어 플랫폼까지 사업화에 성공했으며, 의료 데이터와 유전자 데이터를 융합하여 개인 맞춤 질환 및 질병 분석과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메디컬지노믹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강점을 가진 제이엘케이가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제이엘케이바이오 설립 과정에 있어 인재 영입 등 어려움은 없었나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하겠다고 목표를 정한 후,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이 신약개발에 적용할 AI 플랫폼 개발과 실제 신약 개발을 진행할 인재 영입이었다. 신약개발 AI 플랫폼 개발의 경우, 제이엘케이가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력과 전문성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다른 신약 개발 AI 스타트업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았나 판단된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만큼 차별성을 가져야 했기에 데뷔 자체가 늦어진 아쉬움은 있다.

신약 개발을 진행할 인재 영입의 경우, 제약회사에서 일 좀 한다는 분 중 상당수는 이미 창업을 했거나 벤처로 자리를 옮겼기에 사람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벤처에서 역량 있는 분들로 팀을 꾸리기가 어렵다는 말들이 돌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평소 알고 있던 역량과 실적으로 검증된 분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릴 수 있었다. 업계에서 20~25년의 경력을 지닌 분들로, 종양학 전문가를 비롯해 전임상 분야의 대가, 신약 RA(Regulatory Affairs) 전문가를 모셨다. 이분들을 영입하기까지 신뢰할 만한 인재를 영입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꼈다. 이번 기회에 제이엘케이바이오에 합류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게티이미지뱅크
AI를 이용한 혁신 신약 개발이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게티이미지뱅크

◇AI를 이용한 혁신 신약 개발이 대세가 되었다. 제이엘케이바이오가 추구하는 AI 플랫폼의 특징은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은 사실상 신약 개발의 전주기에 적용할 수 있지만, 각 과정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기에 AI를 이용한 신약개발 플랫폼도 목적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

제이엘케이바이오의 AI 플랫폼 ‘DeepHitsTM’은 이 중에서 우선 de novo candidate design과 molecular optimization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이 플랫폼은 크게 2가지의 중요한 기술적 장점(Core Technology)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는 화합물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는 Drug Discovery Space의 다양성이다. 다양한 데이터는 물론 다양한 화합물의 표현형(SMILES, Graph, InChI 등)을 적용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하여 생성 과정에서의 다양성도 확보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구축된 Drug Discovery Space에서 원하는 특성을 만족시키는 화합물을 찾아내는 탐색 방법이다. DeepHits는 원하는 특성을 화합물과 함께 입력값으로 넣는 다른 접근법과는 달리, Drug Discovery Space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특성을 독립적으로 예측하고, 그 예측값을 기준으로 설정된 특성의 값과 유사한 화합물을 찾은 후 생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생성 과정이 특성 예측 과정과 독립적이기에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특성을 선택적으로 지정하여 생성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이점이 있다. 제이엘케이바이오는 DeepHits 기술에 대한 첫 번째 특허를 지난 8월 6일 출원했고, 후속 특허도 조만간 출원할 예정이며, 학회 등에서의 발표 등도 계획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바이오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 AIDO에 대해 설명해달라

AIDO는 인공지능(AI)과 사업모델 중 하나인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를 결합한 신개념의 사업모델이다. 기존 NRDO가 신약후보물질(Candidate)을 발굴해서 전임상 또는 임상시험부터 연구를 바로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AIDO는 제이엘케이바이오의 대상 물질을 유효물질(Hit) 또는 선도물질(Lead) 단계까지 영역을 확대하여 혁신성이 기대되는 유망한 유효물질과 선도물질을 도입한 뒤, 제이엘케이바이오의 Drug Design AI 플랫폼인 DeepHitsTM를 통해 빠르게 후보물질을 도출하여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되는 신약후보 물질을 적절한 시점에서 라이선스-아웃을 진행하여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제약회사와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임상시험 진입을 앞둔 물질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와 연구기관 연구자들은 전임상시험 진입을 앞둔 후보물질 개발을 진행하기까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즉, 유망 타깃을 대상으로 기초 연구부터 유효물질과 선도물질까지는 빠르게 개발할 수 있으나, 이후 신약 개발의 경험 부족으로 최적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진 후보물질 도출 과정에서 많은 애로 사항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많다. 제이엘케이바이오가 추구하는 AIDO와 AI 신약개발 플랫폼인 DeepHits는 이러한 연구자들에게 해결책이 될 것이며, 제이엘케이바이오 입장에서는 남들보다 앞선 단계에서 유망 신약 물질을 도입하고 개발할 기회를 갖게 되는 win-win 파트너십이 가능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AIDO 비즈니스 모델(사진=제이엘케이바이오)
AIDO 비즈니스 모델(사진=제이엘케이바이오)

◇회사 설립 후 첫 번째 프로젝트로 국립암센터와 PLK-1 저해 표적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항암제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후보물질 도출은 어떻게 진행되나

면역항암제 및 CAR-T 세포치료제 등의 개발로 여러 암종의 생존율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간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37% 수준으로 전체 암종의 70.3%에 대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제이엘케이바이오는 5년 생존율이 낮은 암종을 대상으로 신약을 개발하고자 하며, 국립암센터/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 중인 PLK-1 저해 표적항암제가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비록 베링거인겔하임의 Volasertib이 임상 3상에서 충분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해 개발이 중단됐지만, PLK-1이 항암제 개발 타깃으로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PLK-1의 인산화효소영역(Kinase Domain)이 아닌 폴로박스도메인(Polo Box Domain)을 타깃하는 경우, 보다 우수한 선택성으로 안전성과 효과 모두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고, 전임상 단계 또는 임상 1상에서도 글로벌 기술 수출이 가능하리라 판단해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이와 함께 우리의 사업모델인 AIDO에 적합한 개발 단계라는 점과 국립암센터와의 공동연구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서도 깊이 검토했다.

후보물질 도출은 현재까지의 모든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제이엘케이바이오의 DeepHits를 이용하여 PLK-1에 선택성을 가지는 화합물을 도출하고, 한국파스퇴르 연구소 등의 외부 기관을 이용하여 합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의 공동연구개발 파트너인 국립암센터는 wet lab.에서 그 효과를 검증하고 그 피드백을 공유하면서 빠르게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빠른 신약 개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내 제약회사 및 신약개발 벤처들은 기초 연구보다는 빠른 상업화가 가능한 연구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과 물질은 탄탄한 기초 연구가 기반이 되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와 연구기관 내 연구자들이 진행하는 기초 연구 속에 진주가 숨겨져 있는데, 이는 찾아다니지 않으면 결코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진주도 잘 꿰매야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각 제약사, 각 벤처, 각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핵심 경쟁력을 찾아서 융합하는 것인데, 이렇게 조합된 핵심 경쟁력들은 어느 한 기업이 가질 수 없는 강점이 되어서 혁신적인 신약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이엘케이바이오)
황현준 제이엘케이바이오 대표는 업계에서 라이선스 인·라인선스 아웃 전문가로 평가받는다(사진=제이엘케이바이오)

◇제이엘케이바이오의 운영 자금은 어떻게 조달되며, 투자 유치 계획은?

제이엘케이바이오는 제이엘케이가 자본금을 출자하여 설립되었으므로, 시드머니를 모회사로부터 받은 셈이다. 그러나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경우, 외부로부터의 투자를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 시점은 빠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시리즈 B 및 시리즈 C 단계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SI 참여를 고려 중이다.

◇제이엘케이바이오의 단기 목표와 장기적 비전은 무엇인가

DeepHits가 9월 말 오픈될 예정인데, DeepHits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 기존 도입한 PLK-1 저해제 이외의 추가 물질을 올해 연말까지 도입하고자 한다. 우리는 항암제와 면역질환 관련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기 목표는 제이엘케이바이오의 DeepHits를 자사의 신약 개발 뿐만 아니라, 제약사 및 바이오벤처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외 업체와의 제휴라든가, 글로벌 기술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Drug Generation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DeepHits를 ADME 및 Toxicity 예측까지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가 선정하는 타깃에 작용하는 화합물을 직접 합성하고 분석도 진행할 수 있는 wet lab.을 갖추어, 회사의 설립 목적 그대로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을 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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