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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형성하는 원리 찾았다···치매 치료 실마리 될까
기억을 형성하는 원리 찾았다···치매 치료 실마리 될까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7.1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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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팀, 시냅스 연결이 강화된 뉴런에 기억이 인코딩되는 원리 밝혀
시냅스 강도 조작하면 기억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기억 인코딩 뉴런 달라져
광유전학적 기술 이용, 기억 형성의 원리를 최초로 증명해 치매 치료할 단서 발굴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기억은 뇌에서 어떻게 형성될까. 기억은 뇌의 여러 영역에 걸쳐 분산되어 있으며, 특이적인 뉴런들과 시냅스들에 인코딩되어 있다. 이 뉴런들과 시냅스들에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면 기억이 저장되며, 나중에 기억의 회상 과정 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뉴런들과 시냅스들을 ‘기억 엔그램’이라 부른다.

관련 분야의 많은 학자는 지금까지 기억 엔그램의 형성 과정을 학습 시점에 초점을 맞췄다. 학습 시점에 CREB 단백질을 많이 발현하고 있거나 세포의 흥분성이 증가한 뉴런이 주변의 그렇지 않은 뉴런들에 비해 기억 엔그램에 잘 참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 뉴런들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원리에 의해 선택되는 것인지는 불확실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신경과학의 미해결 난제 중 하나인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학문적으로도 매우 중요할뿐 아니라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질문의 해결의 실마리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내는 성과를 이뤘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이 무수히 많은 뉴런과 이들 사이의 시냅스 연결로 구성된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에서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선택되는 근본 원리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사진=KAIST)
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사진=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팀, 시냅스 연결이 강화된 뉴런에 기억이 인코딩되는 원리 규명

KAIST 생명과학과 정이레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출판 그룹의 오픈 액세스(Open-access)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24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Synaptic plasticity-dependent competition rule influences memory formation)

과거의 경험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저장되고 나중에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기억은 뇌 전체에 걸쳐 극히 적은 수의 뉴런들에 인코딩되고 저장된다고 알려졌다.

캐나다의 신경심리학자 도널드 올딩 헤브(Donald O. Hebb)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행동의 조직화(The Organization of Behavior)’(1949)에서 두 뉴런이 시간상으로 동시에 활성화되면 이 두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후 실험을 통해 학습으로 특정 시냅스에서 실제로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이하 LTP)가 일어난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 발견 이후, LTP가 기억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생각돼 왔다. 하지만, LTP가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지금까지 규명된 적이 없었다.
 

시냅스 강도 조절 메커니즘에 의한 기억 저장 뉴런 선택(사진=KAIST)
시냅스 강도 조절 메커니즘에 의한 기억 저장 뉴런 선택(사진=KAIST)

◇광유전학적 기술 이용, 시냅스 강도 조작하면 기억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기억 인코딩 뉴런 달라져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광유전학적 기술을 이용하여 시냅스 가소성을 조절하면서 기억 엔그램 형성의 변화 양상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생쥐 뇌 편도체(amygdala) 부위에서 자연적인 학습 조건에서 LTP가 발생하지 않는 시냅스를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서 특정 패턴으로 자극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그 시냅스 연결을 강하게 만들거나 혹은 약하게 조작하고, 이때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기억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생쥐의 청각 공포 조건화를 이용했다. 중립자극인 소리와 무조건자극인 전기 충격을 동시에 주면, 이후 소리만으로도 생쥐의 공포 반응이 나오게 된다. 쉽게 강한 연합 기억을 만들 수 있고, 관련된 신경 회로도 잘 알려져 있어서 많은 연구자들이 학습 패러다임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먼저,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기 전에 이 시냅스를 미리 자극해서 LTP가 일어나게 했을 때, 원래는 기억과 상관없었던 이 시냅스에 기억이 인코딩되고 LTP가 일어난 뉴런이 주변 다른 뉴런에 비해 매우 높은 확률로 선택적으로 기억 인코딩에 참여함을 발견했다.

하지만, 학습하고 난 바로 직후에 이 시냅스를 다시 광유전학 기술로 인위적으로 자극해서 이 시냅스 연결을 약하게 했을 때 더는 이 시냅스와 뉴런에 기억이 인코딩되지 않는 결과를 얻었다.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 집합체 형성을 통한 기억 형성(사진=KAIST)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 집합체 형성을 통한 기억 형성(사진=KAIST)

반대로, 정상적으로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고 난 바로 직후에 LTP 자극을 통해 이 시냅스 연결을 인위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 놀랍게도 LTP를 조작해준 이 시냅스에 공포 기억이 인코딩되고 주변 다른 뉴런들에 비해 LTP를 발생시킨 이 뉴런에 선택적으로 인코딩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시냅스 강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때 기억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됨을 증명한 것이다.

한진희 교수는 “LTP에 의해 뉴런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 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험과 연관된 특이적인 세포 집합체(Cell Assembly)가 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라며 “이렇게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들의 형성이 뇌에서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임을 규명한 것”이라고 이번 연구 결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연구를 통해 기억 엔그램에 참여하는 뉴런들이 어떻게 결정되고, 언제 결정되는지에 관한 신경과학적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억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기억 형성 과정에 이상이 생긴 정신 질환인 치매나 조현병의 치료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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