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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냉동인간’이 현실로...인체 냉동 보존, 방법과 한계는
영화 속 ‘냉동인간’이 현실로...인체 냉동 보존, 방법과 한계는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6.3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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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부활 꿈꾸는 ‘냉동인간’ 전 세계 수백 명
부동액으로 세포 손상 방지... 지난 5월 국내 첫 냉동인간 탄생하기도
관건은 해동... 나노로봇 개발 예상되는 2045년 소생자 등장 기대도

[바이오타임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을 유예하려는 시도는 늘 존재했다. 진시황은 불로초 찾기에 일생을 바쳤고, 인류 최초의 문학 작품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불사신 관련 설화가 등장한다. 불로불사(不老不死)가 신화의 영역을 벗어난 건 20세기 중반이다.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퍼드는 1967년 간암 선고를 받고 영하 196도의 질소 탱크에 들어갔다. 암 완치가 가능해지면 깨어나 다시 삶을 이어가겠다는 것. 세계 최초로 ‘냉동인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베드퍼드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냉동인간은 전 세계에 수백 명. 어두운 냉동고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언제가 될 지 모를 ‘부활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첫 냉동인간 사례가 등장하면서 인체 냉동 보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그냥 얼리는 게 아니다

현재 인체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 중인 곳은 미국 알코르(Alcor) 생명연장재단, 크라이오닉스(Cryonics) 연구소, 러시아 크리오러스(KrioRus) 등 4곳. 회사 이름은 달라도 서비스 내용은 비슷하다. 이들은 보존 대상자가 임종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장비를 챙겨 대상자의 집으로 간다. 대상자들은 대부분 법적 분쟁을 피하고자 집에서 죽음을 맞는다. 

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리는 순간부터 이들의 손놀림은 바빠진다. 먼저 대상자를 얼음 욕조 등으로 옮긴 뒤 인공 호흡 장치를 연결한다. 강제로 숨을 붙여 세포 변성과 뇌 손상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대상자의 체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피를 비롯해 몸속의 모든 체액을 빼내고 디메틸 술폭시드(DMSO)라는 부동액을 채워 넣는다. 작업이 끝나면 영하 196도의 전용 저장고로 이동해 냉동 보관에 들어간다. 

DMSO는 체내에 남은 수분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수분은 냉동 과정에서 얼음 결정으로 변해 세포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세포는 한 번 망가지면 복구가 어렵다. DMSO는 세포 독성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흡습성이 뛰어나다. 과학자들은 냉동인간 소생이 가능해 질 때쯤 세포 독성을 없애는 기술도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라이오닉스 연구소(사진=Wikipedia)
크라이오닉스 연구소(사진=Wikipedia)

꾸준히 증가하는 ‘냉동인간’... 국내에도 첫 사례 등장

냉동인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600명 수준이다. 사후 냉동 보존 의사를 나타낸 사람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3,000명(알코르재단, 크라이오닉스, 크리오러스 합산 기준)을 넘어선다. 흥미롭게도 고객 4분의 1은 첨단 기술 산업 분야 종사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인보다 과학에 관심이 많고, 과학 기술에 전향적인 점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도 첫 냉동인간 사례가 등장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업가 A씨는 지난해 5월 80대 노모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크리오러스의 한국 지사인 크리오아시아(KrioAsia)를 통해 어머니를 냉동 보존했다. A씨는 보존 비용으로 1억원을 지불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노모의 신체가 보관될 모스크바까진 동행하지 못했다. 미혼인 A씨는 수십 년간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2018년 서비스 개시 이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한 차례 계약이 성사됐지만, 몸 전체가 아닌 체세포 보존이라 냉동인간으로 보긴 힘들었다. 한형태 크리오아시아 대표는 “냉동인간 사례가 세간에 알려진 뒤 예전보다 서비스 문의가 5배 이상 늘었다”며 “일반 문의를 제외하면 3건 정도가 진행 전 단계까지 갔는데, 2건은 유가족 합의 불발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사진=Max pixel)
(사진=Max pixel)

핵심은 ‘해동’... 2045년 최초 소생자 등장 가능성 

과학계에 따르면 인체 냉동 기술은 이미 상당한 진척을 거둔 상태다. 문제는 ‘해동’이다. 해동은 냉동과 정반대로 진행된다. 먼저 대상자가 있는 저장고 온도를 서서히 올린다. 체외와 체내의 온도차로 장기,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적정 온도에 다다르면 몸속 부동액을 모두 빼내고 환자의 혈액을 다시 채워 넣는다. 이 작업까지 끝나면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바이탈 사인을 되돌아오게 한다. 

해동이 어려운 건 인간의 세포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성인의 몸은 약 60조(兆)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해동 중에는 체내에 남아있던 수분이 얼음 결정으로 변하는 결정화(結晶化) 현상이 일어나는데, 얼음 결정은 날카로운 표창처럼 생겨 주변 세포들에 손상을 입힌다. 결정화 현상은 영하 130도부터 발생한다. 즉 해동의 성패는 130도 이후 수분이 얼어붙는 것을 막는 데 달려 있다.

나노로봇 개발이 예상되는 2045년쯤 첫 소생자가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나노로봇은 혈관을 통해 체내에 침투해 결정화 현상으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할 수 있다. 한형태 크리오아시아 대표는 “장기 수준의 온전한 해동은 3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미국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생명공학기술의 고도화가 이뤄져야 해동 뒤 소생도 가능할 것이다. 분명한 건 (언젠가) 해동 기술은 개발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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