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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마560’ 이후 35년...로봇 수술이 꿈꾸는 미래는
‘푸마560’ 이후 35년...로봇 수술이 꿈꾸는 미래는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6.25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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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전립선 수술 특화 ‘프로봇’ 등장...1992년 ‘로보독(ROBODOC)’부터 인간 능력 뛰어넘어
국내 첫 로봇 수술은 2005년 7월 연대 세브란스 병원의 복강경 수술로 알려져
모발 이식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폭 넓혀...“언젠간 ‘로봇 집도’ 수술 시대 열릴 것”

[바이오타임즈] 1985년 외과용 로봇 ‘푸마560(PUMA560)’로 시행된 뇌 조직 검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로봇 수술로 전해진다. 말장난 같지만, 푸마560의 가장 큰 장점은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이었다. 사람처럼 손을 떨거나 실수로 다른 부위에 바늘을 찌르지 않았다. 푸마560으로 시작된 로봇 수술의 역사는 3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사진=Wikimedia)
(사진=Wikimedia)

요즘 로봇 수술 트렌드는 ‘최소 침습’ 

로봇이 비로소 ‘메스’를 잡은 건 푸마 560로부터 3년 뒤인 1988년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가 개발한 ‘프로봇(PROBOT)’은 전립선 수술에 특화한 로봇이었다. 전립선 수술은 과정이 쉽고 반복 동작이 많아 로봇이 진행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은 건 1992년이다. 미국 ISS사와 IBM이 함께 개발한 외과용 수술 로봇 ‘로보독(ROBODOC)’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대퇴골 천공(穿孔)술을 진행했다. 

로봇 수술은 21세기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0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복강경 수술 로봇 ‘다빈치(da Vinci)’가 기점이 됐다. 세계 1위 로봇 수술 업체인 인튜이티브서지컬(IS)사가 개발한 다빈치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동작까지 수행하면서 의료계에 본격적으로 ‘로봇 수술’ 붐이 부는 계기가 됐다. 다빈치는 현재도 로봇 수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다빈치의 수술용 로봇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세계 수술로봇 시장에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점유율은 2위인 스트리커(9%)를 압도하고 있다. 국내에도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을 비롯해 50개 이상의 대형 병원이 다빈치를 사용하고 있다.

요즘 로봇 수술의 트렌드는 ‘최소 침습’이다. 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세밀한 움직임으로 환자 몸에 최소한의 흉터만 남기면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로봇을 이용한 최소 침습술은 정형외과, 내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과목과 관계없이 활용되고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수술 로봇 (사진=인튜이티브서지컬 공식 홈페이지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수술 로봇 (사진=인튜이티브서지컬 공식 홈페이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로봇 수술 

우리나라 수술용 로봇의 효시는 1990년대 후반 카이스트(KAIST)가 개발한 인공관절용 수술 보조 로봇, 마이크로 원격 수술 로봇이다. 이후 2003년 보건복지부 지원 아래 한양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국립암센터가 참여하는 ‘차세대 지능형 수술시스템 개발 센터’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돛을 올렸다. 센터는 양방향 방사선 투시기 로봇 시스템 등을 개발하며 로봇 수술 분야의 기초를 닦았다. 

국내 첫 로봇 수술은 2005년 7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다빈치로 진행한 복강경 수술(담낭절제술, 전립선암 수술)로 알려진다. 복강경은 복강(배)과 복강 안을 진찰, 치료할 때 쓰는 내시경이다. 

우리나라의 로봇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세브란스병원은 2013년 세계 최초로 로봇 수술 1만례를 달성했고, 국내 의료진의 위암·직장암·전립선암·갑상선암 로봇 수술법은 국제 표준으로 정립돼 로봇 수술 교육용 DVD에 실릴 정도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아시아에서 2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다빈치 로봇 수술 교육기관인 ‘로봇 트레이닝 센터’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로봇 '나비오'로 수술 중인 가천대 길병원 심재앙 교수팀(사진=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로봇 '나비오'로 수술 중인 가천대 길병원 심재앙 교수팀(사진=가천대 길병원)

로봇 수술이 꿈꾸는 미래는

로봇 수술은 다양한 분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모발 이식’이 대표적이다. 두피 절개 없이 모낭 자체를 이식하는 ‘비절개 모발 이식술’은 최근 로봇 수술이 활발한 분야다. 정교하고 세밀한 모발 이식이 가능하면서 시술 결과에 차이가 없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수술용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접목도 시도됐다. 가천대 길병원 심재앙 정형외과 교수팀은 지난 2019년 11월 영국 스미스앤드네퓨가 개발한 AI 로봇 ‘나비오(NAVIO)’로 70대 환자의 인공관절 치환술에 성공했다. 나비오는 의료진에게 정확한 각도와 크기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오작동이나 신체 손상이 예상될 경우 스스로 수술 위치와 방향을 수정한다. 인간과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알약처럼 삼키면 위와 내장 등을 돌아다니며 환부를 진찰,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도 의료계가 그리는 로봇 수술의 미래상이다. 복용 형태의 ‘캡슐 내시경’은 현재 실제 의료 현장에 일부 도입된 상태다. 의료 업계 관계자는 “언젠가는 사람 도움 없이 로봇이 스스로 수술을 집도하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령화로 헬스케어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정밀한 수술이 필요해지면서 전체 외과 수술 중 3~5%에 불과한 수술로봇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수술로봇 시장은 작년 67억 달러에서 2025년 118억 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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