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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유사한 인공 혈뇌장벽 칩 개발, 난치성 뇌 감염증 치료제 개발 가능해지나
실제와 유사한 인공 혈뇌장벽 칩 개발, 난치성 뇌 감염증 치료제 개발 가능해지나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6.15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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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뇌 장벽 통과해 뇌에 작용할 수 있는 화합물 스크리닝에 응용 기대
곰팡이성 뇌 감염과정 모델링, 곰팡이의 신경친화성 원인유전자 규명
혈관-뇌 장벽을 효율적으로 통과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 가능할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미세유체 칩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장기 칩(organ-on-a-chip)이 체외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혈액-뇌 장벽의 경우 구조 및 세포 성분의 복잡성과 선택적 투과 막으로서 기능 구현의 어려움으로 인해 효과적인 혈액-뇌 장벽 칩 개발이 어려웠다.

뇌는 ‘하나의 우주’라 불릴 만큼 외부로부터 오는 독소나 약물, 병원균 등의 침입은 막고 필요한 물질만 투과시키는 특이한 구조의 혈뇌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혈액-뇌 장벽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뇌혈관 세포의 혈관 형태의 3차원 배양과 유체의 흐름을 통한 유동적 배양이 필수적이다.

특히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곰팡이인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는 혈액-뇌 장벽을 자유롭게 통과하여 뇌 조직에서 군집을 형성하고 뇌 신경 세포를 파괴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 균으로 인한 뇌수막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매년 18만 명의 환자가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세포 및 실험동물 등 기존 모델로는 이 균이 뇌를 침투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없어 균의 혈액-뇌 장벽 통과 기전 및 관련 인자를 규명하기 어려웠다.

또한 이 곰팡이는 전신감염 이후 뇌에 선택적으로 침투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분석모델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어떤 병원체나 화합물이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지, 통과한다면 어떤 양상인지 미리 실험실에서 모델링해볼 수 있는 바이오칩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혈뇌장벽의 구조와 기능적 특징을 모사한 인공 혈뇌장벽 칩을 설계하는 성과를 이뤘다.
 

혈액-뇌 장벽 칩 디자인. 제작된 칩의 도면 (왼쪽), 실제 사진(가운데) 및 다수의 칩을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오른쪽)(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혈액-뇌 장벽 칩 디자인. 제작된 칩의 도면 (왼쪽), 실제 사진(가운데) 및 다수의 칩을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오른쪽)(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실제 뇌 조직의 구조와 세포 성분에 가장 근접한 플랫폼으로 평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조승우 교수(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반용선 교수(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연구팀이 수백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채널들로 구성한 칩에 뇌혈관과 뇌세포를 모사해 배양하고, 그 사이에 혈뇌장벽을 구현해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은 3차원 하이드로젤로 세포가 자랄 수 있는 미세환경을 모사, 배양액의 흐름을 제어하면서 신경 줄기세포, 뇌혈관 내피세포, 뇌혈관 주피세포를 공배양함으로써 실제 뇌 발달시 뇌혈관세포의 생장과 혈관신생 과정을 모사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발된 칩을 이용하여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 곰팡이의 감염과정과 관련 인자들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혈액-뇌 장벽 칩에 곰팡이를 주입했을 때 균이 뇌혈관 주변에 모이고 혈관 장벽을 통해 뇌 조직으로 침투하는 양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반면 뇌 조직으로 침투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곰팡이들과 뇌 조직 침투에 중요한 유전자가 삭제된 돌연변이 균주들은 혈관 장벽을 투과하지 못했다.

나아가 혈액-뇌 장벽 구조를 포함한 다중 장기 칩을 제작하여 크립토 코쿠스 네오포만스 곰팡이의 신경친화성(neurotropism)을 확인하고 관련 감염인자들을 규명했다. 본 연구를 통해 신경 친화성 및 혈관 침투와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인산화효소, 전사인자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혈액-뇌 장벽 칩 구조 개념도 및 세포 구성(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혈액-뇌 장벽 칩 구조 개념도 및 세포 구성(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인공 혈액-뇌 장벽 칩은 기존 보고된 모델과 비교 했을 때 실제 뇌 조직의 구조와 세포 성분에 가장 근접한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이는 향후 곰팡이성 뇌수막염에 작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 발굴이나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화합물 발굴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 뇌 감염성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 곰팡이의 신경 친화성, 혈관 침투 인자로 발굴된 인산화효소 및 전사인자들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곰팡이성 뇌수막염 치료제를 위한 표적인자로서 난치성 뇌 감염증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뇌수막염 유발 균 침투 모델링(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뇌수막염 유발 균 침투 모델링(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뇌수막염 유발 곰팡이의 뇌 조직 친화성 모델링(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뇌수막염 유발 곰팡이의 뇌 조직 친화성 모델링(사진=연세대 조승우 교수)

◇뇌수막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표적 인자로서 감염성 관련 유전자 기능 규명

연구를 주도한 조승우 교수는 연구 성과에 대해 “기존의 혈액-뇌 장벽 칩들은 모델 구성에 필요한 다양한 세포를 별도로 준비해야 하므로 실험 프로토콜이 복잡하고 효율성이 낮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더라도 기존에는 미리 분화를 유도한 뒤 칩에 주입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라며 “반면에 우리 연구에서는 칩 안에서 미분화된 신경줄기세포와 혈관세포를 직접 공배양을 하며 분화를 유도함으로써 세포 간 상호작용을 통해 분화가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실제 혈관-뇌 조직과 유사한 형태로 발달이 되었다. 이렇게 제작된 인공 혈액-뇌 장벽 칩을 이용하면 곰팡이의 뇌 조직 침투 양상을 실시간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뇌 조직 이외 다른 장기가 연동된 다중 장기 칩을 구현해 곰팡이를 관찰하면서, 기존의 모델 시스템에서는 연구가 어려웠던 균의 뇌 선택성을 효율적으로 정량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뇌수막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표적 인자로서 고려할 수 있는 일부 감염성 관련 유전자의 기능을 새롭게 밝혀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구축한 혈관-뇌 장벽 칩을 이용해 숙주-병원균 상호작용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혈관-뇌 장벽을 통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자들을 선별하여 활용한다면 선택적 투과 막인 혈관-뇌 장벽을 효율적으로 통과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의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2021년 6월 15일 자로 게재됐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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