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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은 왜 어려울까?
암 정복은 왜 어려울까?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6.15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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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비밀’ 풀기에 비유되는 암 정복... 그만큼 어렵고 까다로워
늙지도 죽지도 않는 암세포... 불로불사 비결은 ‘텔로머라아제’ 효소
텔로머라아제 억제로 암세포 사멸 가능하지만... 선택적 억제 쉽지 않아

[바이오타임즈] 암 정복은 ‘생명의 비밀’을 푸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는 뜻이다. 10여년 전 온라인에서는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라는 뜨악한 대사가 화제가 됐다. 박멸해도 시원찮은 암세포에 ‘생명’이라니.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암의 공식 명칭은 ‘악성 신생물’이다. 어찌 됐든 살아있는 세포라는 소리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암세포도 한때 ‘정상 세포’였다

“비정상적인 세포 성장으로 유발되는 질병.” 암의 사전적 정의다. 핵심은 ‘비정상’이다. 암세포도 비뚤어지기 전까진 정상 세포였다. 그러다 가족력, 흡연, 음주, 유해물질 노출 등 복잡한 이유로 엇나간(돌연변이) 것이다. 암세포는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 잘 죽지도 않는다. 끝없이 분열하면서 다른 장기에 침범해 정상 세포를 망가뜨린다. 

암세포가 덩어리처럼 커진 게 암이다. 암은 종양의 한 종류지만, 모든 종양이 암은 아니다. 종양은 2가지로 구분된다.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이다. 두 번째가 우리가 익히 아는 암이고, 첫 번째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단순 종양이다. 흔히 ‘혹’, ‘물혹’, ‘결절’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물론 양성 종양도 악성으로 변할 수 있다. 다만 확률은 매우 낮다. 양성 종양은 악성 종양처럼 전이되지 않고 일정한 크기가 되면 성장을 멈춘다. 

국내 암 환자는 증가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신규 암 환자는 24만 3,837명이었고, 암 유병자는 200만 5,520명으로 집계됐다. 또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인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암 완치의 기준이 되는 5년 생존율은 2019년 기준 대장암 71.8%, 직장암 71.1%, 위암 68.9% 순이었다. 

(사진=Pixzbay)
(사진=Pixabay)

암세포가 죽지 않는 이유

암 치료가 힘든 건 암세포의 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암세포는 조건만 맞으면 무한 증식할 수 있다. 1951년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미국 여성 헨리에타 렉스의 몸에서 채취한 ‘헬라 세포(HeLa cells)’는 영원히 죽지 않는 세포주(細胞株, 복제된 배양 세포)가 돼 지금까지 전 세계 실험실에서 배양되고 있다. 

왜 암세포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걸까? 답은 암세포가 분비하는 효소에 있다. 

정상 세포는 평생 분열 가능한 횟수가 정해져 있다. 체세포의 경우 90회가 한계로 알려진다. 세포 분열 과정에는 염색체 양 끝에 달린 염색 소립 ‘텔로미어(Telomere)’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돌연변이를 막는 것. 문제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도 조금씩 짧아진다는 점이다. 텔로미어가 완전히 닳으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게 현재까지 과학계가 밝힌 노화의 전모다. 

늙지 않으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으면 된다. 이 단순한 공식을 일찌감치 실천해온 게 암세포다. 암세포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를 분비해 텔로미어의 시간을 돌리고 영원한 젊음을 유지한다. 사람을 죽이는 암세포에 사람을 영원히 살게 하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비밀이 숨겨져 있던 셈이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거듭되면서 길이가 짧아진다(출처=Wikimedia)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거듭되면서 길이가 짧아진다(출처=Wikimedia)

답은 아는데, 풀이를 모르는

그럼 텔로머라아제 분비를 막아 암세포를 없앨 수도 있지 않을까. 세계 최초로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해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캘리포니아대 생화학과 교수는 2012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일축했다.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른다. 다만 지금은 힘들다. 텔로머라아제의 기능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아닌 정상 세포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번 교수 말대로 텔로머라아제의 분비를 선별적으로 억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텔로머라아제를 잘못 다루면 애꿎은 정상 세포까지 암세포로 만들 수 있다. 문제의 원인도 알고, 답도 찾았는데, 풀이 방법을 모르는 상황인 셈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암 치료제 개발은 의학계 역사에 영원히 남을 한 획을 긋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텔로머라아제는 앞서 언급했듯 인류의 숙원, ‘영생’을 가능하게 할 핵심 열쇠로 주목받는 중이다. 텔로미어를 늘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주장이다. 다만 이에 대해선 이른바 ‘수명 타이머’가 존재한다는 반박도 있다. 텔로미어와 관계없이 수명 연장은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그 기간을 최대 150년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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