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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치매 치료제 세계 최초 승인, 하지만 여전한 논란 왜?
美 FDA, 치매 치료제 세계 최초 승인, 하지만 여전한 논란 왜?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6.08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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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증상 완화가 아닌 질병 원인에 대한 최초의 치료제
유효성은 여전히 논란, 임상 4상에서 가치 입증해야
1년치 약값만 6,200만원…실제 처방까지는 아직 먼 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승인 여부로 관심을 끌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 (Aducanumab)이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임상 4상을 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으로 반쪽짜리 승인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는 7일(현지 시각)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신약 ‘아두카누맙’(상품명 아두헴)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FDA가 알츠하이머 관련 신약을 승인한 건 2003년 이후 무려 18년 만의 일이다. 가장 최근에 FDA로부터 허가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2003년 엘러간에서 개발한 '나멘다(성분 메만틴)'가 마지막이다.
 

바이오젠 본사(사진=바이오젠 홈페이지)
바이오젠 본사(사진=바이오젠 홈페이지)

◇ 아두카누맙, 치매의 발병 기전을 공략하는 첫 치료제…추가 임상에서 가치 입증해야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연관성이 높다고 알려진 가설을 기반으로 한 약물로,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매를 치료한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3월 아두카누맙을 이용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임상 3상을 예비 분석한 결과, 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측, 개발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진행하던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EMERGE 연구의 고용량 투여군(N=547)에서 위약군(N=548)과 저용량군(-15%, N=543) 대비 임상치매척도(CDR-SB)로 평가한 치매 증상이 22%만큼 덜 악화했다는 것을 확인(P=0.012)하면서 FDA에 승인을 신청했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단순히 완화하는 것이 아닌 질병 원인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됐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지난해 FDA 자문위는 최종적으로 아두카누맙의 승인 반대를 권고했었다. 자문위원회는 2개의 임상 3상 ENGAGE와 EMERGE가 상반된 결과를 보였으며, 그나마 유효성을 입증한 EMERGE 결과만으로 아두카누맙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아두카누맙은 이러한 논란으로 심사가 3개월 연장되었다. FDA는 조건부 승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상 4상에서 아두카누맙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미국 시장에 약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감시를 지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두카누맙 승인은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새로운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은 일시적 증상 완화나 진행 속도만을 소폭 지연시키는 정도로, 근본적인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내 환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는 2020년 통계자료에서 미국 노인 인구 3명 중 1명이 알츠하이머병이나 관련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고 있으며, 사회적 비용이 1,000조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내 환자 수가 2050년에는 지금의 2배가 넘는 1,300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이번 승인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FDA 카바조니 국장은 “이번 승인에 대한 반론을 잘 알고 있지만, 아두카누맙이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했고, 이같은 기전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지각능력 감소를 완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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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적 치료제 없던 알츠하이머 치료, 아두카누맙이 진정한 대안될까

알츠하이머는 베타-아밀로이드(Aβ) 반점(plaque)과 타우(Tau) 신경 섬유 엉킴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발병 원인은 뇌 속 아밀로이드, 콜린성 뉴런, 수상돌기 뉴런, 미토콘드리아, 대사 이상, 그외에 산화 스트레스와 신경염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다양한 장애 요인으로 인하여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그동안 여러 대형제약사의 개발 노력에도 효과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는 질병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을 늦추는 데 중점을 두고 고안되었다. 아두카누맙 승인 이전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 등 단 4개에 불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두 가지 종류의 약물 치료제를 승인했는데, 기억∙인지 기능에 중요한 물질인 아세틸콜린과 글루탐산염의 조절과 관련된 약물이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아세틸콜린의 분해 효소를 억제하여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도네페질(Donepezil, 1996)은 모든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사용되며, 라바스티그민(Rivastigmine, 1999)과 갈란타민Galantamine, 2001)은 초기 또는 중등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승인되었다. 뇌 신경세포를 손상하는 글루탐산염의 활동을 조절하는 메만틴(Memantine, 2003)은 중등도와 심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처방된다.

최근까지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임상 시험을 중단했다. 2018년 얀센이 개발 중이던 아타베세스타트(개발명 JNJ-54861911)가 간독성으로 임상 2상 및 2·3상 시험을 중단했다. 또한, 2019년 9월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공동 개발하던 경구용 베타 세크레타제 절단효소(BACE) 억제제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엘렌베세스타트(개발명 E2609)' 개발을 중단했고, 2019년 7월 노바티스와 암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인 'CNP520'을 대상으로 진행중이던 임상 2·3상 시험을 중단했다.

이 외에도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이 공동 개발한 바피네주맙, 릴리의 솔라네주맙, 로슈의 크레네주맙도 지난해 초 임상 3상에서 효과를 인정받지 못해 임상을 중단했다.

2003년 이후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없었으며, 신약개발 성공률은 0.4%에 불과한 수준이다. 처음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헌팅턴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이 보고된 이후로 초기 연구는 주로 단백질 응집 및 신경 손실 등과 같은 해부학적 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면역시스템이 질환의 발병 및 진행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견해가 대두되었으며 이와 관련한 치료제 연구가 활발하다.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의 1년 약값은 5만 6,000달러(한화 6,2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실제 치매 환자 중 이러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환자는 얼마나 될 것이며, 또한 의사들 중 아두카누맙의 약효와 안전성에 신뢰를 갖고 처방을 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지금으로서 확실한 것은 아두카누맙은 임상 4상의 결과에 따라 세계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얻을 수도, 또한 승인 취소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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