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4:50 (금)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경쟁 ‘후끈’, 혁신 신약 국내서 나올까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경쟁 ‘후끈’, 혁신 신약 국내서 나올까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4.30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과 사망 위험으로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니즈 높아져
전 세계 진통제 시장, 항암제 다음으로 시장 규모 커
임상 3상 앞둔 비보존 비롯해 국내 기업들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박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부작용을 알면서도 대체재가 없어 투약할 수밖에 없는 마약성 진통제. 현재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없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이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과 중독을 막을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진통제 시장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계(아편) 약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로 급성 통증이나 암과 관련된 통증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약물 의존성 및 복용량 증가, 호흡 곤란, 사망 위험이 있지만 지난 10년간 사용량이 점차 늘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오피오이드계 약물 오남용에 의한 사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연방질병통제센터(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115명의 미국인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제약사, 의사, 약국 등이 결탁해 중독성이 매우 높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하고 유통하는 등 ‘오피오이드 사태’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아직 이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비마약성 진통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시장의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진통제의 시장 규모는 약 80조 원으로, 항암제 시장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크다.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한 해에만 4만 7,000여 명이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사망(2017년 기준)하는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기술 수출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오피오이드 처방률이 낮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진은 “우리나라는 마약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관리, 마약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부감으로 오피오이드의 처방 수준이 낮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 마약성 진통제 이용 빈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9년 우리나라 의료용 마약류 사용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국민 중 353만 명에 해당하는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국민 약 14.7명 가운데 1명이 마약성 진통제를 이용한 셈이다.

전 세계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 증가와 부작용 등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비마약성 진통제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의 개발 경쟁이 뜨겁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임상 3상 앞둔 비보존 비롯해 국내 기업들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박차

개발 경쟁에서 가장 선두에 자리한 기업은 비보존헬스케어다. 이 회사는 비보존이 개발한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 주사제의 국내 임상 3상 기관 선정 작업을 완료했다.

오피란제린 주사제는 복강경 대장 절제 수술 후 통증을 적응증으로 한다. 이 약의 임상 3상은 서울대학교병원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 네 곳에서 대장 절제술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회사는 일차 유효성 평가항목인 12시간 동안의 통증 강도 차이 합(SPID12)이 위약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으면, 식약처에 복강경 및 개복 수술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을 즉각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오피란제린은 수술 후 통증을 비롯한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서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진 비마약성 진통제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와 유사하게 말초 및 중추 모두에서 통증 전달을 차단한다. 비마약성, 비소염진통성이기 때문에 오피오이드 및 NSAIDs(비마약성 소염진통제)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보존 헬스케어는 작년 10월 비보존으로부터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인 오피란제린 주사제의 한국 내 독점 실시권을 획득해 국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Nav.1.7 비마약성 진통제 ‘iN1011-N17’는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비마약성 진통제 DWP17061은 Nav1.7 저해제(Voltage Gated Sodium Channel 1.7 blocker)로서 통증에 직접 작용하는 소듐(Sodium) 채널인 Nav1.7만을 차단하고 통증 신호가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Nav1.7은 소듐 이온을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이온 채널로서 통증 신호 전달에 중요한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전임상에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계열 진통제나 마약성 진통제보다 앞서는 효능을 확인한 바 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골관절염 통증치료제 이외에 제형 변경을 통해 수술 후 통증 등 적응증 확대를 준비 중이며, 난청치료제 및 루게릭병·뇌전증·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RNA 치료제 플랫폼 기업 올리패스는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OLP-1002)의 임상 1b상에서 내약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마치고, 올 하반기에 임상 2상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OLP-1002는 SCN9A(Sodium Channel Subtype 9A) 유전자를 타깃해 통증을 증폭시키는 단백질 NAV 1.7의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편두통을 제외한 대부분 통증에 효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회사는 최근 호주 임상 1b상 진행 중 특이사항을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위약군(가짜 약) 그룹의 통증 평가 수치가 예상과 달리 진통제 투약군 보다 과도하게 감소하는 등의 특이사항이 발생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임상 1상은 신약의 내약성과 안전성 검증을 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향후 임상시험을 위해 ‘예비진통 효능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하반기로 예정된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시험하는 임상 2a상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혁신신약개발 전문회사 메디프론디비티는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바르는(국소용) 비마약성 진통제(1% MDR-652gel)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올해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1% MDR-652gel’는 바닐로이드 수용체(TRPV1) 효현제(agonist)를 작용기전으로 하는 바르는 국소용 비마약성 진통제다. 메디프론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 연구를 통해 해당 신약 물질을 확보했으며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로는 진통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당뇨병성 신경통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증, 수술 후 통증, 암성통증 등 다양한 신경병증성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신약개발 전문기업 와이디생명과학은 지난 2월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와이디생명과학은 서울대 교수가 이끌고 있는 제이맥켐과 후보물질 최적화 공동연구를 진행시켜 전임상 후보물질을 조기에 도출할 계획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YDC102는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동물실험에서 탁월한 통증억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교약물인 가바펜틴 대비 우수한 약효와 투약용량에 따른 효과 상관성도 확인하여, 혁신 신약으로써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가 요구하는 추가적인 인비보 실험을 통한 PoC 확인 후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목표다.

천연물 치매치료제 바이오 R&D 기업 메디포럼은 천연물을 기반으로 한 비마약성 진통제 ‘MF018’를 개발 중이다. 이 약은 항암제를 투여 받은 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말초신경병증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며,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어지러움, 졸음, 부종, 우울, 신경과민, 위장장애, 근육경련, 불면, 시각이상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메디포럼은 MF018이 이러한 기존 치료제들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이는 진통제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