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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심장 손상, 저산소가 아니라 ‘일산화탄소’ 때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심장 손상, 저산소가 아니라 ‘일산화탄소’ 때문
  • 박세아 기자
  • 승인 2021.04.29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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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자기공명영상으로 일산화탄소중독에 의한 심근 손상 첫 규명
급성 일산화탄소중독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3년간 연구 진행
일산화탄소에 의한 직접 심근 손상 가능성 시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일산화탄소 중독에 동반되는 심장 손상의 원인이 저산소가 아니라 일산화탄소라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차용성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심장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심근 손상의 존재와 패턴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해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7,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은 석탄 연료 사용이 감소하며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10년 이후로 증가하여 2018년 국내에서 7,000여 명이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치료받았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일산화탄소가 많은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와 더 많이 결합하여 몸의 세포에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이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일산화탄소 중독이라고 한다.
 

왼쪽부터 연구를 주도한 차용성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교수, 제1저자인 조동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심장내과 조교수, 고성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영상의학교실 주임교수(사진=한국연구재단)
왼쪽부터 연구를 주도한 차용성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 제1저자인 고성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영상의학교실 주임교수, 조동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심장내과 조교수 (사진=한국연구재단)

◇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심장 손상, 심내막층 손상이 아닌 심근에 섬유화 초래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합병증으로 최근 심장 손상에 대한 연구들이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심장 손상은 조기 사망 및 심혈관 관련 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심근 효소를 이용한 연구로 중독 환자의 20%에서 심근 손상이 일어남을 밝힌 바 있다(Emergency Medicine Journal).

그러나 초기 심장 이상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심장 기능 이상은 추후 회복하지만, 심장 손상이 왜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차용성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일산화탄소로 인한 심근 손상을 비침습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심장 상태를 평가하는 가장 민감한 검사 기법인 심장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급성기와 중독 후 4~5개월이 지나 촬영을 했다.

연구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내원하는 급성 일산화탄소중독환자 중 심장 효소(Troponin I)가 상승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3년간(2017~2019) 진행됐다.

총 104명 환자에 대한 심장 MRI를 촬영했는데, 이 중 69%의 환자에서 심근의 미세 손상이 관찰됐다. 손상의 패턴을 분석해보니 저산소증으로 인한 심근 손상에서 주로 관찰되는 심내막층 손상이 아닌, 40% 환자에서 주로 심근의 중간벽(Mid-Wall)층에 섬유화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는 저산소증으로 인한 심근 손상에서 주로 관찰되는 심내막층 손상이 아닌 별개의 기전이 존재함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즉, 일산화탄소에 의한 심근의 직접 손상 등의 기전이 심근 손상의 주요 기전임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4~5개월 지난 후 촬영한 심장 MRI에서도 손상의 패턴은 변하지 않고 지속적해서 관찰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 결과는 일산화탄소중독환자에서 심장 MRI로 관찰했을 때 무증상의 심근 손상이 흔하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러한 손상이 4~5개월 뒤에도 관찰된다는 것을 보여준 첫 보고이다. 
 

급성일산화탄소중독 환자에서 심장자기공명영상에 의해 발견된 심근손상총 104명 환자의 심장 MRI를 촬영한 결과 69%의 환자에서 심근의 미세손상이 관찰되었다. 손상패턴을 분석했을 때 104명 중 40%에서 심근의 중간벽(mid-wall)층에 비가역적인 섬유화(그림의 노란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섬유화 된 부분) 소견을 보였다(사진=차용성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
급성일산화탄소중독 환자에서 심장자기공명영상에 의해 발견된 심근손상총 104명 환자의 심장 MRI를 촬영한 결과 69%의 환자에서 심근의 미세손상이 관찰되었다. 손상 패턴을 분석했을 때 104명 중 40%에서 심근의 중간벽(mid-wall)층에 비가역적인 섬유화(그림의 노란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섬유화 된 부분) 소견을 보였다(사진=차용성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

◇ 일산화탄소에 심근을 공격하는 주 병태생리가 존재, 추가적으로 연구할 것

연구팀은 일산화탄소에 의한 직접 심근 손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추가 동물 및 임상시험을 통해 심근 손상의 병태생리를 밝혀나갈 계획이다. 또한 이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여 심장 MRI에서 심근 손상을 보인 환자들의 장기 예후와의 관련성을 분석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심근손상에 따른 급성기 치료 및 합병증 예방과 치료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차용성 교수는 “실제 심장근육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고 그 패턴이 단순 저산소에 의한 것과 다르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결과이다. 이는 일산화탄소에 심근을 공격하는 주 병태생리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를 추가로 알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1년 추적관찰을 했으나 좀 더 장기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심장 MRI 상 손상 유무에 따라 환자의 예후에 차이가 나는 지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실험연구를 함께 실시해 심근 손상의 원인을 알아나가면 이를 치료할 방법들을 연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심장초음파에 대한 추적관찰을 통해 이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연구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생애첫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심장 영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심장혈관영상지(JACC: Cardiovascular imaging)’에 4월 14일 게재(온라인)되었다.

 

[바이오타임즈=박세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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