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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세계 최초 백신 온도 변화 감지장치 개발···코로나 19 백신 보관·유통 온도 한눈에
화학연, 세계 최초 백신 온도 변화 감지장치 개발···코로나 19 백신 보관·유통 온도 한눈에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4.1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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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백신 온도변화 감지장치 개발
에틸렌글리콜 이용, 영하 69℃ 이상 온도에 노출되면 색깔 번져
미국화학회 학술지 ‘ACS Omega’ 3월호 표지논문으로 채택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콜드체인 운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콜드체인 운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콜드체인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백신의 입고부터 보관, 출고 후 각 접종 현장에 전달되기까지 온도의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확인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의 보관과 운송을 위해서는 영하 70℃의 초저온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특별한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같은 mRNA 기반의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에서 보관해야 한다.

mRNA 기반 백신은 다른 유형 백신보다 취급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백신은 약하거나 비활성화된 병원균을 이용하지만, mRNA 백신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조각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치는 원리로 작용한다. 따라서 백신의 코로나19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백신이 영하의 저온에서 보관·유통되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하는 mRNA 백신이 상용화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없어서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이 저온에서 안전하게 보관·유통되었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온도변화 감지장치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좌로부터) 황성연, 박제영, 탄-하오 (박사과정), 오동엽 박사가 ‘극저온 온도변화 감지장치’가 부착된 백신 모의 샘플을 들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좌로부터) 황성연, 박제영, 탄-하오(박사과정), 오동엽 박사가 ‘극저온 온도변화 감지장치’가 부착된 백신 모의 샘플을 들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 에틸렌글리콜 이용, 영하 69℃ 이상 온도에 노출되면 색깔로 알 수 있어

한국화학연구원은 극저온 보관·유통이 필요한 백신이 권장온도 이상 노출되었는지 눈으로 쉽게 확인 가능한 온도변화 감지장치를 개발했으며, 미국화학회 『ACS Omega』에 관련 논문을 실어 기술정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활용한 물질은 에틸렌글리콜과 물을 섞은 물질이다. 이 물질은 자동차 엔진의 과열을 막아주는 냉각수로도 많이 쓰인다. 녹는점이 영하 69℃로, 영하 69℃ 이하에서는 고체 상태를 유지하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녹기 시작한다.

연구팀은 이 물질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색소를 넣고, 색소가 번지는 걸 볼 수 있는 하얀 펄프 가루를 그 밑에 흡착제로 넣었다. 즉, 물질이 영하 69℃ 이상의 온도에 노출돼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면 액체가 화합물 밑의 펄프 가루에 스며들면서 사인펜 색이 젖은 종이에 번지듯 색깔이 번지기 시작한다.

이 물질을 영하 70℃ 정도의 극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에 적용하면 영하 60℃ 이상 노출시 5분 이내에 색이 번지고, 상온(영상 20℃)에 노출되면 2분 이내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권장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색이 더 많이 번져 손쉽게 노출 정도를 알 수 있다.

에틸렌글리콜 대신 다른 화합물 ‘수크로오스(d-sucrose)’와 물을 섞으면 영하 20℃에서 보관해야 하는 모더나 백신에 적용할 수 있다.

유통이나 사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온에 짧게 노출될 때는 색이 번지지 않도록 화합물의 비율을 설정했다. 권장온도 이상에서 2분 이상 노출되었을 때만 색이 번지도록 한 것이다. 에틸렌글리콜을 40%, 물을 60%의 비율로 섞으면 온도가 영하 69℃보다 올라가도 고체가 바로 액체로 변하지 않고, 고체와 액체가 섞여 있는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의 온도 변화로는 색이 번지지 않는다.

이 장치는 상온에 노출된 후 다시 극저온에 두어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조작할 수 없으므로, 백신의 초저온 유통 사고 발생 시 바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 학술지인 ‘ACS Omega’에 ‘Tamper-Proof Time–Temperature Indicator for Inspecting Ultracold Supply Chain’ 제목으로 온라인에 사전 게재되었고, 3월 호 표지논문으로 채택되었다. 본 논문은 오픈억세스(Open Access) 논문으로 출판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연구팀은 원천특허를 확보한 상태이며 향후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 박제영 박사는 “본 연구성과를 통해 백신이 안전한 온도에서 보관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온도 조절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해당 아이디어가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백신 취급 및 운송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 본 기술이 한국에서 먼저 도입되어 K-방역의 주도권을 확보한 후, 해외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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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과정에서 변질된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되면?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 유통 중인 백신의 최대 50%가 유통과정에서 온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폐기되고 있으며, 작년 한 연구에선 이 비율을 25%로 추정하기도 했다.

백신은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약물이나 항원, 항체 활성 단위인 ‘역가’가 떨어져 이른바 접종을 받아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는 ‘물 백신’이 될 수 있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를 유지해야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일반 냉장고에선 길어야 5일을 버틸 수 있고, 상온에선 2시간이 시한이다. 고가의 극저온 냉동고가 없으면 백신이 환자한테 도착하기 전에 상해 버린다.

전문가들은 유통 과정에서 변질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중증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mRNA 기반 백신은 병원체가 아니라 병원체와 비슷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물질(mRNA)을 이용하기 때문에 죽은 바이러스 물질을 활용하는 ‘사백신’보다도 온도 변화 시 위험이 낮다는 평가다.

하지만 백신으로의 효능도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재정적 손해는 물론, 코로나 종식의 꿈은 다시 멀어지게 된다.

이번에 개발된 온도변화 감지장치가 상용화된다면 코로나19 백신 유통 시, 적정 온도를 유지 못 해 폐기되는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백신은 환자에게 접종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송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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