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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효능 높이고 대량 생산 가능케 하는 ‘저분자 화합물’ 나왔다
백신 효능 높이고 대량 생산 가능케 하는 ‘저분자 화합물’ 나왔다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3.25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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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가짜 RNA 화합물 개발...실제 RNA로 착각해 면역 시스템 가동
동물용 백신 우선 적용 위한 기술이전 완료, 향후 인체 백신으로 확장 계획
새로운 백신 어쥬번트 화합물(사진=한국화학연구원)
새로운 백신 어쥬번트 화합물(사진=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타임즈]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백신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백신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백신 어쥬번트(Adjuvant)의 개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백신 어쥬번트란 면역 반응을 높이기 위한 첨가 물질로, 항원과 섞어서 생체에 투여하면 항체의 생성을 증가시켜, 면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성립시킨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다양한 백신 어쥬번트 개발 연구를 확대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의 연구는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이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가짜 RNA 역할로 세포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주는 새로운 백신 어쥬번트 화합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한수봉, 김미현 박사팀은 향후 인체에도 적용 가능한 새로운 백신 어쥬번트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한 백신 어쥬번트는 백신의 효능을 높일 뿐 아니라 저렴하고 쉽게 대량 생산까지 가능하게 한다.
 

저분자 화합물과 톨유사수용체와의 상호작용 컴퓨터 모델링(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저분자 화합물과 톨유사수용체와의 상호작용 컴퓨터 모델링(사진=한국화학연구원)

◇가짜 RNA 화합물을 백신에 섞어 투입, 실제 바이러스 RNA로 착각해 면역체계 가동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을 주사해 몸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켜 항체가 생성되는 원리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때 주사하는 항원은 살아있는 완전한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분쇄한 바이러스 조각이거나, 바이러스 RNA가 빠진 바이러스 껍질 단백질 또는 죽은 바이러스다. 살아있는 완전한 바이러스를 투입하면 바이러스 RNA가 세포에 실제로 침투해 바이러스를 증식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RNA가 없는 바이러스 유래 단백질을 몸에 주사하면, 외부 항원을 인식하는 세포의 수용체(톨 유사 수용체 7번, 8번)가 바이러스 RNA를 잘 인식하지 못해서 면역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아 항체가 적게 생성될 수도 있다. 즉, 백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화학연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백신 기능을 높이기 위해 바이러스 RNA로 인식될 수 있는 가짜 RNA 화합물을 개발했다. 이 화합물을 백신에 섞어서 몸에 투입하면, 세포의 톨라이크 수용체가 실제 바이러스 RNA로 착각하고 몸의 면역체계를 가동해 인터페론과 사이토카인 등 선천·후천 면역 물질을 분비시켜 항체를 더 잘 만들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면 바이러스 RNA와 RNA을 둘러싸고 있던 단백질들이 분리된다. 바이러스 RNA는 세포 핵으로 들어가서 핵 안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바이러스 RNA를 복제하려고 한다. 그럼 세포에 있는 수용체 중 톨 유사 수용체 7번, 8번이 바이러스 RNA를 위험인자로 인식하고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물질, 즉 인터페론과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도록 면역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것을 선천 면역 체계라고 한다. 후천 면역체계역시 톨 유사 수용체의 인식을 통해 여러 단계를 거쳐 림프구가 자극되고 림프구에서 항체(b세포와 t세포)를 만드는 방식으로 활성화된다.

특히 연구팀은 저분자 화합물로 바이러스 RNA를 대체할 수 있는 화합물을 개발하여 쉽고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러스 RNA는 실제로 고분자 화합물로, 생산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며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백신 어쥬번트 효능과 안전성(사진=한국화학연구원)
백신 어쥬번트 효능과 안전성(사진=한국화학연구원)

◇ 뛰어난 면역 효과 확인, 동물용 백신에 우선 적용 후 궁극적으로 인체 백신으로 확장

연구팀은 후보물질의 뛰어난 면역 활성 효과도 확인했다. 백신에 화합물을 섞어 주사하면 세포가 이 화합물을 마치 진짜 바이러스 RNA처럼 인식해 인터페론과 사이토카인의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생쥐 실험에서 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백신의 높은 면역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화합물을 우선 동물 바이러스의 백신에 적용하기 위해 ㈜중앙백신연구소에 올해 2월 말 기술이전 했으며, 상업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동물용 백신 어쥬번트로서의 약효와 안전성 검증 후에는 인체 백신 적용을 위한 기업 탐색 및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팀 한수봉 박사는 “이번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통해 우선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동물 바이러스의 백신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것이고, 이 결과를 토대로 궁극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인체 백신으로 사용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충남대학교 이종수 교수는 “본 연구에 의해 개발된 저분자 화합물 백신 어쥬번트는 기존의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7 혹은 8 하나의 활성만을 보여주는 어쥬번트들과는 달리 톨유사수용체 7과 8 모두에 우수한 활성을 나타내는 새로운 구조로 되어 있어 향후 다양한 백신으로의 적용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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