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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이 뇌 건강도 책임…”퇴행성 뇌 질환과 깊은 연관 있어”
장 건강이 뇌 건강도 책임…”퇴행성 뇌 질환과 깊은 연관 있어”
  • 강철현 기자
  • 승인 2021.02.19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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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 신경계까지 영향 줘
장내 미생물 조절이 퇴행성 뇌 질환 증세 완화에 효과적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 제거해 증세 완화에 도움

[바이오타임즈]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노화로 인한 질병의 발생 빈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퇴행성 뇌 질환은 운동 기능이나 감각 기능, 기억력 등을 저하시켜 삶을 뿌리째 흔드는 병으로 잘 알려졌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은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없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장내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총이 위장관 뿐만 아니라 신경계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져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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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적 변화보다는 장내 미생물에 주목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이 처음 의학계에 보고되면서 의학자들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진행한 연구는 질병의 주요 증상인 단백질 응집이나 신경 손실 등 해부학적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퇴행성 뇌 질환은 면역세포가 증식하거나 이동하면서 사이토카인의 신호전달체계와 식균작용이 변화하는 특징이 있다.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장내 미생물총이다. 원래 장내 미생물총은 위장관의 질병에만 영향을 미쳤는데, 최근에는 폐, 내분비 기관, 관절, 혈관계, 그리고 신경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중추 신경계와 위장관에서 양방향 상호작용하는 개념이 ‘뇌-장축’에서 ‘뇌-장-미생물총축’으로 확대되었다.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신경 전달 물질을 합성할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의 성장과 기능 조절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이를 조절할 수만 있다면 중추 신경계의 면역 시스템도 조절할 수 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사실에 주목해 분변 미생물 이식, 프로바이오틱스 등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신경계 대사산물의 주요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내 미생물은 미세 아교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데, 동물을 활용한 실험 결과에 의하면 무균(Germ-free) 실험용 쥐나 항생제를 투여한 실험용 쥐는 미세 아교 세포와 면역반응이 정상적인 실험용 쥐에 비해 눈에 띄게 손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은 뇌 기능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퇴행성 뇌 질환에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 장내 미생물 조절로 증세 완화

장내 미생물이 퇴행성 뇌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독성 단백질 축적을 가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지질다당류 등 박테리아 신호 분자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아밀로이드를 생성하면서 신경 염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비셀리악 글루텐의 과민성으로 유발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치매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에 주로 항생제를 활용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장내 미생물 조절이 알츠하이머 환자 증세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의료계의 전반적인 견해이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동물 모델에서 항생제를 활용한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연구 결과로는 반코마이신, 젠타마이신, 메트로니다졸, 암피실린, 네오마이신, 카나마이신, 세파페라존, 콜린스틴 등이 함유된 항생제가 장기 복용 시 플라크 침착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세프리약손을 활용하면 뉴런 활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수송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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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환자, 항생제 투여로 미생물 제거해 증세 완화

파킨슨 환자 중 80% 정도는 심한 변비를 앓게 된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은 루이 신경돌기, 루이 소체, 내장 α-syn의 축적으로 위장관 장애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에게 10개월 동안 콜히친, 반코마이신, 메트로니다졸 등의 항생제를 투여한 결과, 환자의 운동 능력이 개선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파킨슨병 환자가 겪게 되는 운동 능력 및 인지 능력 저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미생물이 깊은 관여를 하는데, 항생제를 투여하면 이러한 증세를 개선할 수 있다. 동물 모델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에 의하면 반코마이신, 젠타마이신, 네오마이신, 에리트로마이신 등의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을 제거해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른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 α-syn을 무독성 올리고머로 전환하는 방법도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한편,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퇴행성 뇌 질환을 앓는 환자도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대응 방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제약회사들은 집중적인 투자를 받아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은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따라서 우리는 예방과 관리의 차원에서 퇴행성 뇌질환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안이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장내 미생물총은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해 직접 뇌 내 환경을 바꿀 수 있고 면역 시스템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퇴행성 뇌 질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어 앞으로 거는 기대가 크다.

[바이오타임즈=강철현 기자] kch@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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