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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 치매는 예약된 병, 예방은 지금부터
백세 시대 치매는 예약된 병, 예방은 지금부터
  • 강철현 기자
  • 승인 2021.02.1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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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치매, 발병 20년 전부터 전조 나타나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40대부터 치매 예방 실천해야
치매 유발할 후천적 요소는 충분히 개선 가능

[바이오타임즈] 일반적으로 치매는 갑자기 찾아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지 능력이나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치매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노인성 치매의 경우 발병하기 무려 20년 전부터 전조가 나타나기도 한다. 치매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뇌를 검사해보면 베타 아밀로이드의 찌꺼기가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물질이 뇌 세포 사멸의 대표적인 원인이 된다. 다시 말해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이 시작되면 대체로 5년 이후부터 타우 단백질이 엉키기 시작한다. 여기서 5년이 더 지나면 뇌 세포 속 타우 단백질 찌꺼기가 자주 발생하고, 세포의 골격이 무너지면서 부서지게 된다. 세포가 부서지기 시작하고 다시 5년이 더 지나면 뇌 세포 양이 많이 줄면서 뇌 기능이 저하되는 증세가 나타나며 마지막으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치매에 이르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치매, 발병 20년 전부터 진행 시작...예방은 빠를수록 좋아

그렇다면 뇌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매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관한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인간의 뇌 세포를 대신할 세포를 만드는 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뇌는 수억 개의 세포가 이어진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매일 세포가 죽고 그 자리를 다른 세포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만이 최선책이다. 뇌를 많이 사용하면 치매를 예방한다는 말이 있듯이, 뇌는 30%만 온전하게 사용해도 뇌 기능 저하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단계라면 이미 뇌 세포는 대부분 죽었고, 남은 뇌 세포도 수명이 짧아지거나 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작은 증상이라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훗날 닥칠 치매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예방에 힘쓴다면 진행 단계를 늦출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예방’은 감기 예방 접종처럼 간단한 일회성 처치가 아니다. 의학계에서도 치매 예방주사 개발은 거의 포기한 상황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방은 생활양식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뿐이다.

치매의 전조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치매 예방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 증상이 보였다고 해서 이미 늦은 건 아니지만, 치매 예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앞서 설명한 치매의 진행 과정을 역으로 생각해보자. 치매가 발생하기 5년 전부터 기억 장애가 심해지고, 기억 장애가 심해지기 5년 전부터 뇌 세포가 많이 부서지기 시작하며, 뇌 세포가 부서지기 5년 전부터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로 뇌 세포 안에서 찌꺼기가 쌓인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약 5년 전부터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물질이 뇌에 쌓이기 시작한다. 이는 치매 발병 20년 전부터 이미 병이 시작되고 있다는 형태적인 증거다. 그러니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실제로 아무리 건강해 보이는 40대 중년이라도 80% 이상은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빠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40대부터 치매 예방을 실천하는 걸 추천한다.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

앞서 설명했듯, 중년 이후부터는 누구라도 치매가 조금씩 진행되는 건 맞지만 모든 사람이 노년에 치매를 앓는 건 아니다. 진행 속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마다 치매 진행 속도가 다른 걸까? 사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뇌 세포 수명은 사람마다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용 빈도나 혈액 순환 등 외적인 요인이나 개개인의 회복 능력에 따라 뇌 세포를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기도 하고 수명이 짧아지기도 한다.

뇌 세포의 수명이 개개인마다 다르다면 우리는 자신의 뇌 상태를 좀 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위험하다. 우리는 흔히 건망증을 치매의 전조라고 받아들여 습관을 바꾸려고 하지만 이미 이 시기에는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가 많이 진행되었을 확률이 높다. 또한, 예방이나 치료 목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거나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를 막는 약은 아직 없다. 현재까지 나온 가장 의학적인 대처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 같은 인지 기능 개선제를 사용해 뇌 기능을 개선하고 뇌 세포 사멸을 늦추는 것뿐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문제행동이나 신경 정신적 문제를 치료를 통해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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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요인보다 후천적 요인이 더 치명적

치매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는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한 개인이 치매 위험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매우 어렵다. 물론 유전적 소인도 치매의 많은 원인 중 하나지만, 치매 유병률을 가늠하려면 후천적 생활습관이 미치는 영향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치매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은 술, 담배, 당뇨, 저산소증, 영양 부족, 고지혈증, 비타민 B12 부족, 운동 부족 등이 있다. 이들이 야기할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올바르게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후천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보다 치매 유병률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고치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체중을 조절하거나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줄여 고지혈증과 고혈압을 막는다면 어느 정도 혈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를 적게 사용하는 사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 저산소증이나 빈혈을 오랫동안 방치하는 사람, 우울증 등 신경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두부외상이 심각한 사람이 걸릴 확률이 높다. 치매 발병률과 관련해 선천적인 요인은 어쩔 수 없지만, 후천적인 요인은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 그러니 예방을 통해 치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타임즈=강철현 기자] kch@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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