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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이슈] 의료용 ‘대마’, 마약 오명 벗고 국내도 합법화될까?
[Bio이슈] 의료용 ‘대마’, 마약 오명 벗고 국내도 합법화될까?
  • 박세아 기자
  • 승인 2021.01.26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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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권고에 따라 마약류에서 제외
미국에서 대마 합법화 추진되며 대마 관련주들도 들썩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대마 성분 의약품 처방 본격 시행
최근 합법적인 대마 생산·가공·판매 허용 방안 추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인류가 최초로 재배한 작물 ‘대마’, 1만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며 의약품 및 각종 제품의 재료로 쓰여왔지만, ‘마약’이라는 오명은 쉽사리 떨쳐내지 못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게다가 ‘대마의 합법화’를 당선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취임하면서 대마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대마’가 핫이슈로 부상했다.

2025년 대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백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의료용 대마 시장은 연평균 22.1% 성장해 2024년 5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이 대마초 합법화 법률을 통과시켰고,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나라가 이미 의료용 대마의 사용을 허용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마, 과연 위험한 ‘마약’이기만 할까?

일반적으로 대마라고 알려진 ‘헴프(Hemp)’는 환각성 약물이 배제되어 활용 및 유통되는 물질을 의미한다. 대마 줄기 껍질(섬유·삼베), 씨앗(헴프씨드), 기름(헴프씨드오일) 그리고 대마 속대(건축자재) 등으로 나뉜다.

대마의 성분 중 환각성분의 함유량이 0.3% 미만인 것은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환각성분이 배제된 대마는 의료용, 산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대마 식물 재료의 총 중량 대비 건조중량 기준으로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함유량이 0.3% 미만인 것은 ‘헴프’로 정의하고 마약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특히 환각 성분이 없는 ‘칸나비디올’(CBD)은 희귀 난치 질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외 여러 나라에선 CBD 오일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뇌전증 환자의 경련과 발작을 멈추는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아울러 알츠하이머, 파신슨병, 다발성경화증, 우울, 불안 등에 효과가 있으며 다른 대마 함유 성분과 달리 내약성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어떨까.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핀란드, 중국, 일본, 호주, 태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 이미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 등은 대마 농사가 장려되고, 대마를 수출하여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일본도 의료용 대마 판매가 허용되었다.

특히 미국의 변화가 눈에 띈다. 그간 대마 합법화에 보수적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산업용 대마 합법화 법안에 서명한 이후,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대마 합법화’ 공약에 따라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미국 미시간 주 정부가 의료용·산업용 대마초에 소비세 부과를 추진하고, 대마초 기업이 상장된 주식 시장을 열고 의료용 연구도 지원하게 된다.
 

안동에서 농민들이 안동포의 주원료가 되는 대마를 수확하고 있다(출처: 안동시)
안동에서 농민들이 안동포의 주원료가 되는 대마를 수확하고 있다(출처: 안동시)

◇대마 관련 시장의 발전 위해서는 법률 개정안 필요

변화의 바람은 우리나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마약류관리에 관한법률(마약류관리법)에 의해 대마의 생산과 매매, 흡연이 엄격히 통제 및 금지되어 왔는데, 지난 2018년 11월, 마약류로 인식되던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하도록 한 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대마 성분 의약품 처방이 본격 시행됐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용 등으로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함유량이 0.3% 이하인 대마에 대해 합법적으로 생산·가공·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행정안전위원회)은 지난 19일 이런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에 의하면 대마의 성분 중 일부는 남용이나 의존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뇌전증 등 일부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고 있어, 마약류로 일괄해 규제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특히 THC 0.3% 이하인 대마는 의료용뿐 아니라 섬유, 사료, 기능성 식품, 화장품 등 그 용도가 다양하고 해외 시장도 매년 24%씩 성장하고 있으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법안 마련에 대해 “이미 국내외에서 마약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세인데도 관련 법령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점은 문제”라며, “합법화하는 대신 담배나 인삼처럼 공적인 기관에서 취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대마의 재배부터 가공, 판매까지 가장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마 성분 의약품 처방이 본격 시행된 이후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재배를 통한 신약 연구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는 지난해 7월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는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함유량이 0.3% 이하인 대마에 대해 합법적으로 생산, 가공,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전북대학교는 고품질의 의료용 대마 재배를 통한 신약 개발 연구 등 산업화에 돌입했다. 전북대 약대는 LED 식물공장과 전북대병원, ㈜아이큐어비앤피와 함께 'LED 식물공장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첨단 식의약소재 산업화 기술개발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북대 농생명 특성화 센터 소속 대마 LED식물공장(출처: 전북대)
전북대 농생명 특성화 센터 소속 대마 LED식물공장(출처: 전북대)

◇의료용 대마의 산업화는 필수, 규제도 뒤따라야

바이오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우리바이오(대표 이숭래, 차기현)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 대마 재배 및 대마 성분 연구를 위한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 및 마약류원료물취급자 승인을 취득했다.

이번 허가는 산물 추출, 성분 연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우리바이오는 회사가 보유한 최첨단 LED 식물공장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재배된 대마에서 고순도 기능성 성분을 추출·정제하는 연구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한국비엔씨(대표 최완규)는 유셀파마(대표 김현기)와 대마 줄기 성분을 활용한 비알콜성지방간 치료 신약, 고지혈증 치료 신약, 당뇨 및 비만 치료 신약을 공동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 유셀파마는 기초연구, 제형 연구, 분석 연구등을 주로 수행하고 한국비엔씨는 이의 대량생산 기술 확립, 제조, 판매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대사질환 천연물 신약을 공동개발, 상용화하기로 했다.

또한 오성첨단소재(대표 이장원)는 지난 2018년부터 카이스트와 함께 의료용 마리화나 효과 입증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마이더스AI(대표 서상철)는 지난달 미국 내 대마초 재배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아틀란틱골드윈의 모회사 블루시너지의 지분을 담보형식으로 확보한데 이어, 칸나비스 농축액 추출 시설 멜로즈패실리티매니지먼트(MFM)의 지분인수에 나서며 본격적인 현지 사업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소아 뇌전증 에피디올렉스는 100㎖ 기준 164만 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처방되는 대마 의약품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의료용 대마의 산업화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여 진다.

의료업계에서는 대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먼저 대마의 종류와 성분에 따른 체계적 법령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고함량 종자 개발과 보급, 재배와 가공 기술 표준화도 뒤따라야 하고, 특허와 연구 개발을 통한 건강식품이나 기능성 화장품 등 상용화도 과제라는 지적이다.

고품질의 의료용 대마 재배를 통한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인 전북대 약대 심현주 교수는 "뇌전증 등 특수한 질병이 있는 환자들은 수입산 치료제를 비싼 값에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 연구를 통해 유사한 효과를 지닌 치료제와 신약 등 연구개발이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어 "대마를 활용한 개발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확실하지만 규제와 함께 가야 한다. 대마는 마약으로 피운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인식의 전환과 유용하게 사용하는 의료용으로 구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박세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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