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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기억을 유지하는 방식 밝혀졌다···치매 치료 가능해지나
뇌가 기억을 유지하는 방식 밝혀졌다···치매 치료 가능해지나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1.05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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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카이스트 교수, 새로운 ‘성인 뇌 기억’ 방식 제시
별아교세포가 시냅스 제거해 뇌 신경회로의 기능과 기억 형성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 입증
치매, 자폐증 등 치료에 새로운 전기 마련
네이처(Nature)에 수록된 연구 이미지. 흰색 별아교세포와 파란색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정상 시냅스는 녹색, 신경교세포에 의해 제거된 시냅스는 붉은색)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출처: 카이스트)
네이처(Nature)에 수록된 연구 이미지. 흰색 별아교세포와 파란색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정상 시냅스는 녹색, 신경교세포에 의해 제거된 시냅스는 붉은색)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출처: 카이스트)

[바이오타임즈]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성인의 뇌가 기억력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 연구팀이 한국뇌연구원 박형주 박사팀과 공동으로 ‘성인의 뇌가 기억을 유지하는 방식’을 밝히며 치매, 자폐증 등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달 23일 게재됐다.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시냅스가 제거되는 새로운 방식 규명을 밝히고 뇌·인지과학 연구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점이 인정받았다.

기억은 뇌 속의 해마라는 기관에서 주로 이뤄진다. 해마 속에서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들이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재구성’ 과정을 통해 기억이 형성·유지된다. 그러나 어떻게 기존의 시냅스가 사라지고, 이렇게 사라지는 현상이 뇌의 기억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교세포는 뇌에서 뉴런을 도와 뇌 항상성 유지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로 ‘별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는 이 세포들 중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중추 신경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신경교세포 중 신경세포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교세포 중 가장 숫자가 많은 별아교세포가 뇌가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에 시냅스를 제거한다는 자신들의 기존 연구 결과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성체 뇌에서도 별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시냅스를 끊임없이 제거하고 있음을 발견했으며, 이러한 현상이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해마 내 흥분성 시냅스의 회로유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정원석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교수(출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정원석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교수(출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금까지는 신경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현상을 전자 현미경 또는 시냅스 염색법을 사용해 확인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신경교세포에 의해 먹힌 시냅스가 세포 내 산성 소화기관에서 급속히 분해되기 때문에 잔여 시냅스를 표시하고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형광 단백질을 이용한 획기적인 분석법을 새롭게 도입해 미세아교세포를 그대로 둔 채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지 못하도록 기능을 억제했을 때 뇌에 비정상적인 시냅스가 급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통해 뇌의 면역세포라 불리는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일 것이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고, 별아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제거 현상이 뇌 신경회로의 기능과 기억 형성에 필수적임을 밝혀냈다.

미세아교세포를 인위적으로 제거했을 때는 시냅스의 수가 변하지 않았지만, 해마의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을 때는 비정상적인 시냅스가 과도하게 급증가하고 정상적인 해마 신경 회로의 기능과 기억 형성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한 것이다.
 

인간의 뇌 형상화 이미지(출처: 삼성전자)
인간의 뇌 형상화 이미지(출처: 삼성전자)

이밖에도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작용을 억제한 생쥐에서는 해마 내 시냅스 연결 가소성과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김을 발견했다. 이는 불필요한 시냅스들을 별아교세포가 제거하지 않는다면 뇌의 정상적인 학습과 기억 능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별아교세포에 의한 성인 뇌의 흥분성 시냅스 재구성이 정상적 신경 회로망 유지 및 기억 형성에 필수적인 기전이라 제시했다. 이 메커니즘은 앞으로 뇌 기능 및 관련 신경 회로의 항상성 유지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수준의 시냅스 수 변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치매 및 여러 형태의 발작과 같은 다양한 신경질환의 유병률과 연관성이 높다ˮ며 "시냅스 수를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는 현상을 조절하는 것이 이들 뇌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ˮ고 말했다.

한편 카이스트 정원석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알츠하이머와 관련한 다양한 기초 연구를 돕고 있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극복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초 연구 15개를 지원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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