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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핵심은 ‘보관 온도’
코로나19 백신, 핵심은 ‘보관 온도’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0.12.1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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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영하 70℃라는 보관 조건 까다로워 대량 유통 문제 부각
백신은 적정 온도에서 약효 유지할 수 있는 보관·운반이 관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되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당초 우려했던 백신 부작용보다, 화이자 백신의 보관과 수송 문제가 불거지며 대량 유통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 16일(현지 시간) CNBC 방송은 캘리포니아주 2곳에 도착한 화이자 백신 제품 중 수천 회분을 반납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백신 운반용 특수상자가 적정 온도인 영하 70℃보다 훨씬 낮은 영하 92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앨라배마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미 당국은 온도가 내려간 원인과 안전성 여부에 대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안전성 우려로 우선 해당 분을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약물이나 항원, 항체 활성 단위인 ‘역가’가 떨어져 이른바 접종을 받아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는 ‘물 백신’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백신 보관 관리 및 수송 가이드라인’에도 백신 보관 온도는 일반적으로 2~8℃, 평균 5℃를 유지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 유통 중인 백신의 최대 50%가 유통과정에서 온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폐기되고 있으며, 작년 한 연구에선 이 비율을 25%로 추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백신은 환자에게 접종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송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의 적정 보관 온도는 영하 70℃다. 화이자가 미 질병통제에방센터(CDC)에 알린 자사 백신 후보물질 보관요건은 화이자 백신 후보 물질인 BN1162b2와 BN162b2가 영하 70℃ 보관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mRNA 기반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모더나의 mRNA-1273은 영하 20℃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mRNA 기반 백신은 다른 유형 백신보다 취급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의 코로나19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대량 유통된다면, 기존 2~8℃에 맞춰져 있는 독감 백신 콜드 체인은 사실상 쓸 수 없게 된다.

mRNA 기반이 아닌 일반 코로나19 백신인 경우, 유통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의 존슨앤드존슨 코로나 19 백신은 냉장 보관으로도 유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를 유지해야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일반 냉장고에선 길어야 5일을 버틸 수 있고, 상온에선 2시간이 시한이다. 고가의 극저온 냉동고가 없으면 백신이 환자한테 도착하기 전에 상해 버린다.

전 세계에서 이런 콜드체인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몇 곳이나 될까. 비단 개발도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시골 지역의 경우, 극저온 냉동고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돼도 전 세계적 공급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만일 유통 과정에서 변질 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중증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mRNA 기반 백신은 병원체가 아니라 병원체와 비슷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물질(mRNA)을 이용하기 때문에 죽은 바이러스 물질을 활용하는 ‘사백신’보다도 온도 변화 시 위험이 낮다는 평가다.

그러나 백신으로의 효능도 없어지게 된다. 물 백신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재정적 손해는 물론, 코로나 종식의 꿈은 다시 멀어지게 된다.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했던 중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백신을 영하 80℃로 보관하는 데 사용됐던 ‘아크텍 저장고’가 코로나19 백신 보관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사진=세계보건기구)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했던 중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백신을 영하 80℃로 보관하는 데 사용됐던 ‘아크텍 저장고’가 코로나19 백신 보관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사진=세계보건기구)

◇ 화이자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적정 온도, 왜 50℃나 차이 날까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신 유전정보인 mRNA를 주사해 mRNA가 몸속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메신저RNA(mRNA) 백신이다.

그런데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영하 70℃를 유지해야 하는 반면, 왜 모더나는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 온도와 비슷한 영하 20℃에서도 6개월 보관이 가능하며, 영상 2~8℃에서도 30일 동안 보관이 가능할까.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RNA 백신을 개발 중인 다른 두 곳(큐어백,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은 일반 냉장고에서도 최소 3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유독 화이자 백신만이 보관 온도가 낮은 이유는 백신 개발을 너무 빠르게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화이자와 큐어백,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세 그룹은 모두 백신 개발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아퀴타스 세러퓨틱스(Acuitas Therapeutics)의 지질 입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인 토머스 매든(Thomas Madden)은 “이 백신을 영하 70~80℃에 보관하기로 한 결정은 ‘풍부한 조심(an abundance of caution)’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백신 개발을 매우 빠르게 진행하는 바람에 더 높은 온도에서도 백신이 안정적인지 확인하는 시험을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백신 물질인 mRNA를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인체에 무해한 나노입자로 코팅을 하거나, 백신을 동결 건조 시켜 분말 형태로 만들어 보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화이자는 액상 형태의 백신 개발이 성공하면 분말형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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