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산업,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은?
  • 강철현 기자
  • 승인 2020.12.03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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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만이 살길, 협력과 컨소시엄 절실
대형 제약사들과 정부가 혼연일체, 한국형 메가펀드 조성 제안
사진 왼쪽부터 허경화 KIMCo 대표, 김공식 국제 로펌 넬슨 멀린스 파트너스 변호사, 우정훈 BW바이오메드 대표(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진 왼쪽부터 허경화 KIMCo 대표, 김공식 국제 로펌 넬슨 멀린스 파트너스 변호사, 우정훈 BW바이오메드 대표(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타임즈]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시장을 선도할 ‘빅3’ 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헬스를 지목하면서 금융 세제 지원 등 집중 육성 방안을 내놓고 있다.

K-바이오 차세대 성장 동력화 목표(5대 수출산업 육성)하에 2022년까지 수출액 200억 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3%를 달성하고 2025년까지 각각 300억 달러 4.2% 목표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올 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활약은 눈부셨다.

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가 달성한 기술수출 계약은 총 13건(9개 기업)으로 전체 규모는 10조1,492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퓨처켐 등 5,000억 원 이상의 대형 수출을 일궈낸 바이오벤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1월 수출 증가도 바이오헬스·의약품이 견인했다. 11월 바이오·헬스 수출액은 14억7,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019.11)보다 78.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월 수출액으로 역대 최고치다. 또한 바이오·헬스는 진단키트 수출 호재에 힘입어 15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포스트코로나를 이끌어 갈 핵심사업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진국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는 ‘탈추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최전선 미국 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CIC(미국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 진출 예정기업, 협회 글로벌협력위원회·R&D위원회 위원 등과 함께 2일 긴급 화상 간담회를 진행했다.

긴급좌담회는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부회장)가 좌장을 맡고 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CIC자문단인 김공식 변호사(넬슨멀린스파트너스)·우정훈 대표(BW바이오메드)·윤동민 대표(솔라스타벤처스) 등이 패널로 참석해,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인 보스턴 생태계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를 가늠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우리가 갈 길은’이라는 주제 간담회에서 원희목 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충분한 역량을 갖췄지만, 블록버스터 신약개발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산업으로서, 사회안전망 기능과 함께 부여된 미래 먹거리 산업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더 큰 위험과 더 큰 보상이 있는 곳을 향해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 회장은 “우리에게 더 큰 도전은 결국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패러다임을 근간으로 우리는 ‘Collaborate or Die’ 협력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각오로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술 수출은 한계,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위해 콜라보레이션 전략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보다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든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수출뿐만 아니라 자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개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술 수출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후기 단계 임상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한계 또한 명확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사간 기업이 자체 전략에 따라 해당 후보물질의 개발을 중단할 위험이 있고,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경험이 임상 초기 단계(Early Stage)에 머물거나 유망한 자체 개발 기술이 해외 제약사에 고스란히 넘어갈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비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에 성공하면 그 보상도 내수 품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성공적인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매출이 약 1조 원에 달해 그 가치가 내수용의 약 100배에 이른다. 제대로 된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나와야 글로벌 빅파마와 대등한 규모로 도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정훈 BW바이오메드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내수 중심 제네릭 사업에서 2000년대 들어와 개량신약을 만들다가 최근 라이선싱 아웃(기술이전)을 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 도전할 때가 됐다”라며 “빅파마도 개발하기 힘든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개발하려면 새로운 탈출구를 절박하게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2030년에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방법에 있어서는 새로운 탈 추격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협력(콜라보레이션)이 전제되어야 하며, 다국적 기업이 요즘 신약을 개발할 때 컨소시엄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탈추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동민 대표(솔라스타벤처스·모니터 화면)는 보스턴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윤동민 대표(솔라스타벤처스·모니터 화면)는 보스턴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 제약사와 정부가 혼연일체되어 규모의 경쟁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제약사의 리더십과 기업 간 역량의 결합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러한 방법의 일환으로 우 대표는 민간이 투자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방식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유럽연합(EU)과 유럽의약품산업협회(EFPIA)가 공동 출자해 출범한 ‘유럽 혁신의약품 이니셔티브(IMI)’가 대표적인 PPP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56개 제약바이오기업이 약 70억 원을 공동 출자해 출범한 제약바이오산업 최초의 공동 투자·개발 플랫폼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는 빅파마가 리더십을 갖고 후기 임상(임상 2, 3상)을 주도한다. 국내에서도 블록버스터 약물을 배출하려면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후기단계 임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정책이나 동기 부여가 되는 메가펀드, KIMCo 등 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공식 변호사 역시 “글로벌 제약사들과 규모 경쟁을 하기 위해 한국 제약사들은 뭉쳐야 하고, 한국 정부는 이들이 뭉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제약사들과 한국 정부가 혼연일체되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규모의 경쟁을 할 수 있다면 블록버스터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술·자본·인력 결합의 한국형 모델, 메가펀드 조성

우리나라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전문인력·자본·기술자산 보호 등에 대한 부족한 인프라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글로벌 현지 경험을 보유한 인재와 초기 과정의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의약화학(Medicinal Chemistry)이나 중개(Translational) 부문 개발 인력이 부족하고, 미국(120억 달러)·유럽(30억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벤처캐피탈(VC)의 투자 규모를 지적했다. 또한 지적재산권(IP)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특허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간담회 끝에 윤동민 솔라스타벤처스 대표는 “글로벌 상위 10대 제약사의 총 R&D 규모는 2018년 기준 1,790억 달러로 집계되고 2024년에는 2,13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라며 “국내 제약사가 당장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조달하기 어렵다면 국내 대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 또는 민간 협력을 위한 메가펀드 등을 결성하는 것도 해외 빅파마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블록버스터 성공 조건으로 ▲제약과 바이오기업간 무한 협력 ▲프로젝트별 기술·자본·인력을 결합하는 한국형 협력모델 정립 ▲메가펀드 조성을 제시했다.

허 대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앞당기려면 산업계가 하나 된 마음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빅파마를 탈 추격하기 위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시기를 대폭 앞당기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강철현 기자] kch@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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