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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좀,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 위한 차세대 항암 물질로 주목
엑소좀,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 위한 차세대 항암 물질로 주목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11.03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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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자, 2018년 960만명으로 2015년 대비 10% 증가
엑소좀, 줄기세포 대비 비용과 효율에서 앞서는 차세대 항암 물질로 주목
항암치료 외에 재생 의약품과 기능성 화장품에도 활용도 높아

[바이오타이즈] 암 정복은 인류의 숙원이다. 과거에 비해 암을 초기에 발견한 경우 생존율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암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 국제암연구기관(IAR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에서 암으로 사망한 인구는 960만 명에 이른다. 2015년 기준 880만 명과 비교하면 10%나 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암이 심혈관질환을 제치고 인류의 사망 원인 1위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엑소좀’,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 기여 가능

암 치료를 위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근 ‘엑소좀(Exosome)’이라는 물질에 주목하고 있다. 엑소좀은 우리 몸에서 세포가 분비되는 나노입자다. 엑소좀이 차세대 항암물질로 주목받는 이유는 세포 간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엑소좀은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단순히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정도로만 인식되었으나 최근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이 제시되면서 이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다.

30~100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소포제인 엑소좀은 지질, 단백질, RNA 등 인간의 몸에 필요한 핵심 물질을 운반하면서 세포 간의 신호(정보)를 전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 엑소좀이 모든 세포 유형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세포가 병드는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엑소좀은 혁신적인 차세대 항암 물질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줄기세포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는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사한 효과가 있지만, 보관이 편리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비용 면에서 뛰어나며 부작용도 적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교우위를 따져 엑소좀의 글로벌 시장 규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BBC리서치는 2023년 기준 1억 8,620만 달러(약 2,202억 원) 규모로 예측했으며, 그랜드 뷰(Grand View) 리서치는 2030년 기준 22억 8,000만 달러(약 2조 6,972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은 엑소좀을 활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정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엑소좀을 더 많이 분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엑소좀을 추적하면 체액이나 혈액에 포함된 특정 질병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체내에 살펴보기 어려운 위치에 서식하는 질병 인자가 엑소좀을 분비할 경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췌장은 꺼내는 과정에서 주변 혈관과 조직이 손상을 입기 쉬운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쉽지 않아 생존율이 10% 미만일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혈액 내 엑소좀 테스트로 췌장암 엑소좀을 발견한다면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재생 의약품과 기능성 화장품 등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세포 유형에서 분비되는 엑소좀은 혈액뿐만 아니라 타액이나 소변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엑소좀을 활용할 경우 항암치료 외에도 당뇨,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세포의 문제로 생기는 질병은 모두 조기 진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암 치료에서는 엑소좀이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바로 목표 세포를 알아서 찾아가는 엑소좀의 성질 덕분이다. 특정 암세포로 가는 면역세포 엑소좀에 항암제를 탑재해 투입하면 다른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특정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장점을 모두 지닌 항암치료제라는 뜻이다.

또한, 엑소좀은 재생 의약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에서도 활용 분야가 늘어날 전망이다. 줄기세포로부터 분비된 엑소좀에는 재생 능력이 뛰어난 생리활성물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엑소좀과 엑소좀에서 유래한 마이크로 RNA를 연구하는 박병순 프로스테믹스 대표는 엑소좀을 활용한 산업 분야에 대해 “2018년 엑소좀 내 마이크로 RNA가 유방암 억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과 같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성 장질환에 유효한 염증 완화 효과를 확인했으며, 유산균 유래 엑소좀 원료를 이용해 장 기능 개선을 위한 건강기능식품도 연구 및 출시 예정이다”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 거의 없어...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 가능

한편, 엑소좀은 국내 바이벤처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엑소좀 관련 산업은 대기업이 아직까지 발을 뻗지 않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본격적인 연구가 최근에서야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엑소좀에 관한 국내 기업의 연구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소재 유전자 교정기술 연구개발 기업 툴젠은 2020년 4월 22일 호주 소재의 비바좀 테라퓨틱스(Vivazom Therapeutics)와 공동연구개발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에 이어 두 번째 공동연구개발 체결이다. 툴젠은 비바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엑소좀이 지닌 생산 세포 기능을 향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비바좀이 보유한 생산 공정에 적합한 엑소좀 생산 세포를 만들고 이를 검증할 계획이다.

한편, 바이오 벤처 엠디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공 엑소좀’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포에 직접 압출 방식을 활용해 대량으로 인공 엑소좀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엠디뮨은 이를 기반으로 인공 엑소좀에 소화기암과 난소암 적응증이 있는 항암제(독소루비신)를 탑재한 치료제 ‘BNS-Dox0’을 개발 중이다.

엑소좀을 활용한 항암 기술은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항암물질과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엑소좀의 활용으로 특정 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만 있으면 효과가 뛰어나지만 독성이 너무 강해 다른 정상 세포에도 치명적이었던 항암물질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엑소좀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사실상 모든 항암제의 전달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기술 개발과 함께 암 정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엠디뮨
출처: 엠디뮨

또한, 면역조절기능을 가진 엑소좀이 코로나19의 치료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례 없는 전파 속도로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300만 명에 달하고 피해 국가가 179개국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세계질병관리본부 WHO는 감염병 위기 경보의 최고 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한 상태다.

바이러스 분야에 엑소좀을 적용한 연구개발을 지속해서 해 온 박병순 의학박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확진 후 증상의 단계별 대처가 필요하며 초기에는 면역기능을 강화해 방어막을 구축하고, 중기로 넘어가게 되면 면역기능보다는 바이러스를 제어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고 다른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장기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혈액 엑소좀(PSI-201)을 활용해 초기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다른 쪽에서는 케피어 엑소좀(PSI-401)를 활용한 치료제를 만들 것이다”라고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엑소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의료 분야 관계자에 의하면 줄기세포가 2004년 열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엑소좀도 큰 화젯거리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엑소좀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줄기세포와 달리 정제, 비용, 효율 면에서 모두 앞서나간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인류가 엑소좀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 시간이 5분 이내로 단축될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치료법으로 면역조절 기능의 엑소좀이 활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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