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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목숨 잃을 뻔한 뇌동맥류, 미리 예측 가능해지나
바이든이 목숨 잃을 뻔한 뇌동맥류, 미리 예측 가능해지나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0.11.16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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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파열 예측 가능”, 아주대병원 연구팀 밝혀
다른 혈관에 동맥류 있으면 뇌 동맥류 가능성 20배
​뇌동맥류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조 바이든 당선자(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뇌동맥류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조 바이든 당선자(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바이오타임즈]미국 46대대통령 선거에 조 바이든(78)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의 험난한 정치 인생이 조명 받고 있다. 특히 30년 전 뇌동맥류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으며, 큰 뇌수술을 2번이나 받은 사실이 알려져 뇌동맥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뇌동맥류’는 뇌 혈관벽 일부가 약해져 풍선 혹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혈액의 압력으로 언제 터질지 몰라 ‘뇌 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전체 인구의 3~5%에서 관찰되며, 이 가운데 1%는 뇌동맥류가 터지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뇌동맥류의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흡연, 과음, 고혈압, 스트레스, 동맥경화 등이 추정되며, 보통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는 40세 이후에 발병한다.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다가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출혈이 일어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일어나고 의식을 잃는다. 이 중 30%는 그 자리에서 사망할 수 있다.

바이든 역시 45세이던 1988년 당시 좌측 뇌에 위치한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 출혈로 13시간의 뇌수술을 받았다. 가톨릭 신부가 장례 미사를 준비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바이든은 3개월 후 우측 뇌에 터지지 않은 다른 뇌동맥류 파열을 방지하기 위해 두 번째 뇌수술을 받았다.

대부분의 뇌동맥류 환자는 한 개의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지만, 바이든처럼 여러 개의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가 있더라도 평생 파열되지 않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리 발견 어렵던 뇌동맥류, 국내 의료진이 미리 예측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 발표

국내에서도 뇌동맥류 환자가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5년 5만 8541명에서 2019년 11만 5640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환자의 절반 이상이 50~60대 환자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중년 여성에서 뇌동맥류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폐경 이후 혈관을 보호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감소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뇌동맥류는 전조증상이 없고, 컴퓨터단층촬영 혈관 영상(CTA)이나 자기공명 혈관 영상(MRA) 검사로만 확인이 가능해 미리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건강검진으로 발견했을 시에는 뇌동맥류의 크기나 위치·모양 등에 따라 치료나 추적 관찰을 하게 되는데, 뇌동맥류 크기가 3mm정도라면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료 방법은 수술법이 유일하며,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이 있다.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은 두개골편을 제거한 후 뇌동맥류를 확보하여 그 부위를 묶거나 보이는 방법이다. 혈관 내 코일 색전술은 뇌동맥류에 코일을 넣어 막는 방법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결찰술에 비해 부담이 적은 치료법이다.

뇌동맥류 발생 시 뇌출혈로 발현될 경우 30% 가량은 사망, 30%가량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되므로,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미리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내 의료진에 의해 뇌동맥류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송지혜·임용철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국민견강보험공단에 등록된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뇌동맥류와 대동맥 동맥류를 제외한 나머지 혈관 동맥류(이하 다른 전신질환 동맥류)를 가진 환자들이 뇌동맥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다른 전신질환 동맥류 환자군중 25.7%가 뇌동맥류를 동시에 동반하고 있었으며, 다른 부위에서 동맥류가 나타나는 것이 공통된 위험에 노출 돼 있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성별, 나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관련 인자들을 보정하여 분석한 결과, 다른 전신 혈관 동맥류가 있는 환자의 경우 뇌동맥류의 유병율이 정상 인구에 비해 약 20배 정도 더 높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병원 측은 이번 연구가 세계 최초로 다른 전신 혈관 동맥류와 뇌동맥류의 유병률간 연관성을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송지혜 교수는 “뇌동맥류는 일단 터지면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 미리 발견하여 개두술 혹은 색전술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면서 “이번 연구가 뇌동맥류의 발생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선별검사와 치료를 위한 근거자료가 되기를 바라며, 유전학적 혹은 병태 생리학적 연구를 통해 관련 기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0년 1월, 뇌졸중 분야 세계적 권위가 있는 학술지 스트로크(Stroke)에 ‘Prevalence of Intracranial Aneurysms in Patients With Systemic Vessel Aneurysms: A Nationwide Cohort Study(전신 혈관 동맥류 환자에서 두개 내 동맥류의 유병률)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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