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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축구계 덮친 ‘치매’ 공포...“헤딩=뇌 손상 유발?”
해외 축구계 덮친 ‘치매’ 공포...“헤딩=뇌 손상 유발?”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11.1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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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률 3.5배 높아
미국·영국, 11세 이하 유소년 축구 선수들 헤딩 전면 금지
권투 선수들에게 관찰되는 ‘펀치 드렁크’ 축구 선수들에게도 관찰...”FIFA 등 대책 마련 나서야”

[바이오타임즈] 해외 축구 전설들이 잇따라 치매로 스러지면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격한 몸싸움이 일상인 축구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최고 3.5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국가는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헤딩 횟수를 제안해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출처: Pikrepo
출처: Pikrepo

맨유 전설 ‘치매’ 소식에...“기다릴 시간 없어, 대책 마련 나설 때”

지난 2일 외신을 통해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축구계 ‘큰 어른’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살아있는 레전드인 보비 찰튼(83) 경이 치매로 투병하고 있다는 것이다. 찰튼 경은 불과 4달 전인 지난 7월 또 다른 축구계의 전설이자 친형 잭을 치매로 떠나보냈다. 맨유는 즉각 성명을 내고 “클럽 모든 인원이 찰튼 경의 투병 소식에 슬퍼하고 있다”며 “그의 가족에게 계속해서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찰튼 경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 멤버들 가운데 치매에 걸린 5번째 선수다. 지난 3년간 노비 스타일스, 마티 윌슨, 레이 윌슨 등 여러 잉글랜드 월드컵 주역들이 치매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찰튼 경의 친동생 토미는 현지 매체에 “형은 좋은 날과 나쁜 날을 함께 보내고 있다”며 “형이 통화하다가 울먹여 나도 똑같이 울까 봐 걱정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찰튼 경 사례를 계기로 그간 축구계가 은퇴한 선수들의 뇌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블랙번 로버스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이끈 전설적인 공격수 크리스 서튼은 지난 8일 현지 인터뷰에서 “치매, 루게릭병, 파킨슨병은 치료제가 없으며 축구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건 사실”이라며 “이제 더 기다릴 시간이 없다. (FIFA, EPL 등이) 당장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보비 찰튼 경 (출처: Wikimedia)
보비 찰튼 경 (출처: Wikimedia)

“축구 선수,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률 5배 높아”

영국 글래스고대 윌리 스튜어트 박사팀은 1900~1976년 사이 태어난 프로 축구 선수 7,676명과 일반인 2만 3,000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2019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축구 선수는 일반인보다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3.5배 더 높았다. 구체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 5배, 운동 뉴런 질환 4배, 루게릭병 2배였다. 해당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리기도 했다. 

스튜어트 박사팀의 연구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월 영국 축구협회(FA)는 6~18세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위한 헤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12세 이하 선수들의 헤딩 훈련을 전면 금지했다. 12세 이상 선수들도 한 달, 일주일에 할 수 있는 훈련 횟수를 못 박아 헤딩 훈련을 최소화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웨일스를 제외한 영국 전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 적용된다. 

헤딩은 뇌를 퇴화시키는 주범이다. 권투 선수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펀치 드렁크’ 증상이 축구 선수들에게도 관찰되는 것이다. 펀치 드렁크의 정식 병명은 ‘만성 외상성 뇌 병변(CTE)’으로, 오랫동안 외부 충격을 받아 타우 단백질이 쌓이면서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대표 원인 물질이다. 

남성 축구 선수와 여성 축구 선수의 뇌 손상 부위 비교 (출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대 의대)
남성 축구 선수와 여성 축구 선수의 뇌 손상 부위 비교 (출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대 의대)

미국, ‘유소년 헤딩 금지’ 규정 만들기도...”여성, 헤딩 뇌 손상 더 취약”

운동선수에게 부상은 숙명과 같다. 그러나 부상 누적이 죽음으로 이어질 정도라면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 보스턴대는 은퇴한 미식축구 선수들의 뇌를 부검한 결과 87%에서 CTE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고, 전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제프 애슬은 뇌 손상 증세를 나타내다 2002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애슬의 전두엽에서는 권투 선수 수준의 뇌 손상 흔적이 발견됐다. 전성기 그의 별명은 ‘헤딩의 명수’였다. 

미국은 일찌감치 ‘헤딩 금지’ 규정을 만들어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2015년 미국축구연맹(USSF)은 10살 이하 유소년들의 헤딩을 금지하고, 11~13살 사이 선수들은 헤딩 횟수를 제한하는 안전 수칙을 발표했다. USSF는 성명에서 “이 안전 수칙은 미국 국립 축구 유소년팀뿐만 아니라, 프로 축구 리그 유소년팀에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 축구 선수가 헤딩에 따른 뇌 손상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대 의대 마이클 립튼 교수 연구팀은 남녀 아마추어 축구 선수 49명의 뇌를 확산텐서영상(DTI)으로 촬영한 결과, 여성 선수의 백질 손상 범위가 남성 선수보다 5배 더 넓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밝히는 데 실패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목의 힘, 성호르몬, 유전자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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