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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킨슨병도 유발한다?
코로나19, 파킨슨병도 유발한다?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11.06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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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밴 엔델 연구소, 코로나19 감염 뒤 파킨슨병 증상 보인 3명 사례 분석
가족력 없고, 이전까지 멀쩡...혈전, 전신 염증, 신경 세포 공격 3가지 가능성
코로나19, 비감염자라도 파킨슨병 증상 악화 가능

[바이오타임즈] 1년 가까이 인류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 폐, 신장 등 장기에 이어 신경 세포까지 코로나19의 공격 대상으로 밝혀진 것이다. 코로나19가 파킨슨병 증세를 악화한다는 연구도 있다. 장기간 격리에서 비롯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손 떨림, 근육 강직 등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을 증폭할 수 있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가족력·초기 증상 없던 3명, 코로나 감염 뒤 파킨슨병 증상”

뇌졸중, 신경 장애 전문 연구 기관인 미국 밴 엔델(Van Andel) 연구소는 지난달 21일 국제 학술지 ‘신경 과학 동향’에 코로나19 감염 이후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환자 3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3명은 모두 30~50대 중·장년층이며, 파킨슨병 가족력은 없고, 이전까지 파킨슨병 관련 증상을 보이지도 않았다. 3명 가운데 2명은 파킨슨병 치료제를 투여한 이후 증세가 나아졌다. 1명은 특별한 조치 없이 저절로 개선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증상의 원인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혈전에 따른 뇌 손상이다. 혈전은 혈액 일부가 혈관 안에서 염증, 정체 등을 이유로 덩어리처럼 굳은 것이다. 혈전은 혈액 흐름을 막아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유발한 혈전이 도파민을 생성하는 뉴런으로의 혈액 공급을 방해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코로나19에 따른 전신 염증의 여파다. 도파민 분비 뉴런은 뇌의 한 부분인 중뇌(中腦)에 존재하는데, 중뇌는 전신 염증의 영향을 받는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도파민 분비 뉴런의 감소로 이어지는 신경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도파민 분비 뉴런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체내 세포 대부분과 결합해 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혈전 이미지 (출처: Wikimedia)
혈전 이미지 (출처: Wikimedia)

ADEM,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성도

코로나19가 파킨슨병 같은 신경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지난 7월 신경학 저널 ‘브레인(Brain)’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가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ADEM)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DEM은 뇌와 척수 조직에 광범위한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의식 장애, 발작, 반신 마비, 실어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사망률은 최대 30%에 달한다. 

연구진은 뇌 기능 장애, 뇌졸중, 말초신경 손상 등 뇌에 이상이 발생한 코로나19 환자 43명의 증상을 분석한 결과, 총 9명이 ADEM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ADEM의 발병률은 10만명당 0.4~1.1명으로 희소 질환에 속한다. 그런데 분석 대상자 가운데 20%에게서 ADEM이 관찰된 것이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뇌 손상과 코로나19 간 연관성을 알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길랭-바레 증후군도 코로나19와 관련성이 의심된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말초 신경에 염증에 생겨 몸통과 얼굴에 통증과 마비가 발생하는 병으로, 심한 경우 호흡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 이란, 미국, 중국 등에서 10명의 환자가 코로나19 감염 이후 길 랭-바레 증후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길랭-바레 증후군도 10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소 질환이다. 

출처: NLDA
출처: NLDA

코로나19 감염 안 된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악영향 

코로나19의 공격 대상은 감염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저 질환이 있다면 비감염자도 위험하다.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진이 지난 7월 현지 환우 단체와 함께 2,000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참여자의 34%는 “코로나19 이후 행동이 느려지거나, 몸이 뻣뻣해진 것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25%는 상시적 불안과 떨림, 수면 장애를 경험했으며 10%는 환각 증상까지 겪었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장기간 격리에 따른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이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고, 외부 운동 횟수도 줄어들게 됐다. 신경 질환인 파킨슨병은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소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랭커스터대 연구진은 “코로나19가 파킨슨병 환자들의 고립감을 심화해 예후를 더 안 좋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정신적 불안은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파킨슨병 외에도 뇌졸중, 부정맥, 사이토카인 폭풍, 급성 심근염 등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밴 앤델 연구소의 패트릭 브룬딘 박사는 “그간 코로나19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신경학적 합병증에 대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며 “(감염은 순간이지만) 감염에 따른 후유증은 수년,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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