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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과 불치병 치료 연구의 주요 분야로 주목받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과 불치병 치료 연구의 주요 분야로 주목받아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11.0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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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주도 연구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
한국, 정부의 육성 의지에도 세부사항 마련 안돼 기업 부담 가중될 수 있어

[바이오타임즈]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약 100조 개의 미생물과 이 미생물의 유전자를 일컫는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마이크로마이옴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한 번 갖고 태어나면 바꿀 수 없는 DNA와 달리 생활습관이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여러 논문을 통해 비만, 당뇨, 치매, 과민성대장증후군, 류머티즘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과의 연관성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신약개발, 불치병 치료법 연구에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로바이옴, "뇌에도 좋은 영향 미쳐"

마이크로바이옴은 ▲영양분 흡수 ▲약물대사 조절 ▲면역작용 조절 ▲발달조절 등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기주생물과 미생물 간의 상호작용을 유전체학에 기반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마이크로바이옴이 몰고 올 혁명’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을 주제로 한 논문은 1만 2,900건에 이른다. 세계 특허등록 수 역시 2006년 262개에서 2016년 2만 1,000개로 약 10년 사이 80배 증가했다. 김주희 책임연구원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거듭될수록 인체건강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혁신적인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진원온원 이진영 대표는 “행복전달물질로 알려진 세로토닌(Serotonin)의 95%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진다”며 “이것이 중추신경계를 따라 뇌까지 이어지려면 결국 장 내 환경이 좋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바이옴의 분석을 통해 장 건강은 물론 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가에서 민간 주도로 연구지원 변화

미국 유럽 등에서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약 10년 전부터 인지해 범국가적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7년부터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주도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 HMP)를 시작했다. HMP의 목표는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참조유전체를 미생물 구조와 유전체 서열을 통해 구축하고 연구기술 및 분석 방법을 등을 공개해 전 세계의 연구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1기 프로젝트인 'HMP1'에서는 구강, 소화기, 피부 등 신체 부위에 서식하는 미생물 집단의 구조분석과 균주들의 유전체 서열 결정을 통해 ‘참조 유전체 서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2기 프로젝트 'HMP2'는 이 참조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신 및 조산, 염증성 장질환, 2형 당뇨병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연구가 진행됐다.

지난 2016년에는 오바마 정부가 대형 프로젝트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 NMI)를 발표했다. 지난 2019년까지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국가 주도적의 마이크로바이옴 R&D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러나 현재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국가보다는 민간 중심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제 인간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nternational Human Microbiome Consortium, IHMC)을 발족해 전 세계 과학 커뮤니티에서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했다. 또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인간 장내 메타게놈 프로젝트(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MetaHIT)를 통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염기서열이 분석됐다. 그 결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유전자는 330만 개 이상이며, 최소 1,000여 종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마이크로바이옴이 만성질환의 조기진단, 개인 맞춤형과 생애주기별 약품 개발, 특정 질환을 치료할 영양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2017년 ‘호라이즌(Horizon) 2020’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메커니즘, 식습관과의 관련성을 집중 연구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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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관련 표준 미확립

한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향 자동차와 함께 한국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5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에 연간 4조 원 이상 R&D 비용을 지원해 수출 500억 달러, 일자리 30만 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을 비롯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제2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김지현 선임연구원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있어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것은 국내 기업에 위험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안심하고 제품개발을 착수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제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주희 연구원도 “미생물의 특성상 국가별로 상이한 차이가 있어 한국인 장내 미생물 참조 유전체 정보 확립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연구에 동참하고 교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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