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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통 항암제, 인류의 숙원 ‘암 정복’ 달성할 수 있을까
무고통 항암제, 인류의 숙원 ‘암 정복’ 달성할 수 있을까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10.1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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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진화의 마지막 단계, 무고통 항암제…씨앤팜, 지난달 동물 실험 결과 발표
최대 무독성 한도(NOAEL)보다 훨씬 낮은 양으로 항암 효과…“생쥐 실험서 종양 99.8% 억제”
임상 1상 통과해도 신약 허가까지 최대 12년…허가 확률도 9.6%에 불과해

[바이오타임즈] 올해 초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마친 ‘월드컵 영웅’ 유상철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항암 주사를 맞으러 가야 하는 날이 오면 도망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항암제 고통이 온몸을 옥죄면서 진료일이 다가오는 게 무서웠다는 것. 실제로 암환자 절반 이상은 암 통증만큼 항암제 부작용으로 힘겨워한다. 부작용에 겁먹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항암제는 좋은 세포, 나쁜 세포 가리지 않고 씨를 말린다. 적군, 아군 구분 없이 전신을 융단 폭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20년 사이 항암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2세대 표적 항암제에 이어 환자 본인의 면역력으로 암세포를 잡는 3세대 면역 항암제까지 상용화되며 암환자를 수렁에서 건져내고 있다. 요즘 이 흐름에 화룡점정을 찍을 항암제가 연구에 한창이다. 바로 ‘무고통(Pain-free) 항암제’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부작용 0%, 꿈의 항암제
 

NOAEL(No-observed-adverse-effect-level, 이하 노앨)은 특정 독성 물질이 인체에 무해하게 투여될 수 있는 최대 용량을 뜻한다. ‘무독성량’, ‘최대 무독성 한도’라고도 한다. 대다수의 화학 항암제(1세대 항암제)는 독성이 높아 적은 용량에도 부작용을 일으켰다. 즉 노앨이 낮았지만, 암세포 관해(완화)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쓸 수밖에 없었다. 

무고통 항암제는 노앨 안에서 암 치료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다. 항암 효과는 유지하면서 독성은 현저히 낮춘 것이다. 노앨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을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 확률은 0%에 가깝다.

지난 6월 17일 국내 바이오 기업 씨앤팜은 무고통 항암제 1호 신약 물질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Polytaxel)’이 동물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노앨보다 훨씬 적은 용량을 투여했는데 종양 제거 효과는 더 뛰어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췌장암 실험군 생쥐 6마리에 노앨 이내 용량인 폴리탁셀 20㎎/㎏을 투여한 결과 4마리에서 종양 높이가 납작해지고 성장이 99.8% 억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1마리는 암 조직이 완전히 없어지는 고무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반면, 췌장암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납-파클리탁셀은 노앨의 30배를 초과한 30㎎/㎏을 투여했음에도 종양 억제율이 41.4%에 그쳤고 항암 부작용인 체중 감소 현상도 관찰됐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글로벌 무고통 항암제 선두 주자, 씨앤팜
 
씨앤팜은 무고통 항암제 개발 분야의 글로벌 선두 주자다. 의학계는 전이가 진행된 4기 암의 경우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대 3기까지 완치 개념을 적용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완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씨앤팜의 무고통 항암제 폴리탁셀은 기수와 관계없이 완치를 목표로 한다.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투여해도 부작용이 없는 초(超) 저독성 항암제이기 때문이다. 

과거 항암 치료는 환자들에게 노앨의 수십 배가 넘는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박멸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항암제는 정상 세포에도 해를 입히기 때문에 부작용의 원인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정상 세포 회복을 위한 항암 휴지기 기간 암세포도 같이 회복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부분의 항암제는 완치보다 환자의 생명 연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췌장암 치료제 아브락산의 환자 수명 연장 기간은 평균 2.1개월이었다. 

폴리탁셀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반복해서 투여하는 게 가능하다. 기존 항암제라면 부작용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인류의 숙원 ‘암 정복’을 달성할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무고통 항암제 치료가 범용화하면 환자는 약물 독성에 따른 부작용에서 해방될 뿐만 아니라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도 받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앤팜은 현대바이오의 대주주다. 

상용화 가능성은

씨앤팜의 연구는 비유하자면 마라톤의 출발선을 통과한 것과 같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도 생쥐 때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하고, 생쥐 때 발견되지 않은 치명적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작용은 없는데 항암 효과가 미비해 임상 문턱에서 좌절될 수도 있다. 시장 조사기관 켈리사이펍에 따르면 임상 1상을 통과한 물질이 최종적으로 신약 허가를 받는 데는 평균 8~12년이 소요되며 허가 확률도 9.6%에 불과하다. 

현재 씨앤팜은 백금계 항암제를 응용한 '폴리플라틴(Polyplatin)'을 무고통 신약 2호로 지정해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씨앤팜은 앞으로 무고통 항암제의 활용 범위를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 질환으로 넓혀 항암제 성능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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