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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치료제, 특허권은 필요할까?
코로나19 백신/치료제, 특허권은 필요할까?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10.20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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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약사, 백신 및 치료제 통한 이윤 추구 포기 선언
세계 주요국, 특허 강제 실시권 도입
지식재산권 보장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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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는 바이러스 종식을 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 조 원대의 투자와 연구진의 노력으로 현재 몇몇 백신 후보 물질은 임상 막바지에 도달한 상태다. 이에 국제사회와 각국은 향후 원활한 백신 확보를 위해 정책적으로 고심 중이다.

백신과 치료제, 공유 vs. 독점 문제 불거져

지난 5월 4일 전 세계 지도자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한 백신 및 치료제의 연구개발 비용 82억 달러(약 10조 원)를 공동지원하고, 향후 개발에 성공했을 시 경제 상황이나 참여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나라에 적시 보급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결의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서로 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되어야 개발 면에서 혁신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중국은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공공재로 취급하고 전 세계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제약사는 백신 및 치료제를 공공재로 취급하고 향후 코로나19 관련 이윤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약사 ‘애브비’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 중인 ‘칼레트라’의 특허권을 포기했고, 스위스의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역시 코로나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1억 3천만 정을 전 세계에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제약기업 무상 공급 계획(출처: Biospace 등 언론보도)
코로나19 관련 제약기업 무상 공급 계획(출처: Biospace 등 언론보도)

특허 강제 실시권… 세계 주요국의 정책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을 공공재로 취급하고 무상 공급을 선언한 기업들도 있지만, 특허권을 주장하며 적정 가격대 형성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이에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에 대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의약품의 수급을 조정하거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특허 강제 실시권’이다. 강제 실시는 특허권자가 특허를 출원할 수 없거나 출원할 의지가 없는 경우 특허권자가 아닌 다른 자가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제도의 목적은 특허권자인 신약 개발자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면서 의약품 가격을 높이기 위해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버티는 전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허 강제 실시권에 대한 각국의 정책은 다음과 같다.

독일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 관련 위급상황 시 예외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특허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특허 강제 실시권을 규정하고 이를 개선했다. 또한, 지난 3월 28일 독일연방의회(Bundestag)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을 발표해 감염병이 국내에서 대유행할 경우, 이제 보건부 장관이 의약품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예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캐나다의 경우 특허 강제 실시권과 관련한 특허법 ‘An Act respecting certain measures in response to COVID-19’ (Bill C-13)을 제정해 3월 25일 발표했다. 이 법은 캐나다 현행 특허법 제19.3조 뒤에 제19.4조를 추가로 개정한 것이며, 팬데믹 등 비상상황에 대응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의약품의 생산, 제조, 사용, 판매 등의 권한을 국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3월 19일 미국 애브비 사의 ‘칼레트라’에 대한 강제 실시권을 발동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와 같은 방침은 칼레트라를 수입하기 위해 제조사와 수입업체에 요청했으나 공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 특허가 만료된 다른 국가들로부터 대체품을 수입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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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개발 촉진과 혁신 이룰 중요한 인센티브

많은 국가들이 국가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특허 강제 실시권을 개정하고 실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행보가 의약품 및 의료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제약협회(IFPMA) 사무총장 Thomas Cueni는 특허 강제 실시권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의약품 R&D 관련 민간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큰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제약 업계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의 특허를 공유하자는 WHO의 의견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약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특허 및 지식재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CEO 파스칼은 “지식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혁신을 위한 장려책은 본질적으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최근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즉, 의약품 분야에서 특허는 개발을 촉진하고 혁신을 이뤄내는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시장에서 일정 수익이 보장되어야 민간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는 “연구개발에 쏟아 부은 비용을 충당하려면 특허를 통해 충분히 높은 가격이 보장되어야 하며, 약가는 실패한 연구개발에 대한 보상이다”고 강조했다. 미국 보건부장관 Alex Azar도 지난 5월 2일 의회 청문회에서 “백신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책정하려 했지만, 민간 부문의 투자가 필요해 가격을 정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신약 개발 분야는 민간의 투자 유도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개발의 속도와 품질 향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약품 및 의료 산업이 공중보건의 대응과 함께 발전하려면 어느 한 쪽이 피해를 떠맡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전문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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