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에 피가 나요”···암 발생 주의해야
“잇몸에 피가 나요”···암 발생 주의해야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10.16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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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질환, 위암·식도암 확률 크게 높여
대장암 전구체 발생에도 영향
치아 상실 경험 있으면 “암 검진 권장”

[바이오타임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의 트렌드는 홈쿠킹, 홈술로 바뀌었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여전하다. 치아는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씹고 먹고 마시는 행복을 좌우할 뿐 아니라, 평소 관리를 소홀히 하면 각종 전신 질환 및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오복의 하나’ 치아, 잘못 관리하면 ‘만암(癌)의 근원’

최근 미국 보스턴 하버드 보건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연구팀은 22~28년에 걸친 장기간의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저널(BMJ)이 발행하는 ‘소화기학회지(Gut)’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구대상자들의 의료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후속 설문지를 사용하여 치과 기록, 인구 통계, 생활 방식 및 식이를 평가했다.

자가보고 된 암 진단 결과에 따르면, 여성 약 9만8,500명(1992~2014년, Nurses’ Health Study), 남성 약 4만9,700명(1988~2016년,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의 연구대상자 중 추적 기간 동안 238건의 위암과 199건의 식도암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치주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위암 발생률이 52%, 식도암 발생률은 43% 높게 나타났다. 또한 2개 이상의 치아를 잃은 사람은 치아 상실이 없는 사람에 비해 위암과 식도암의 위험이 각각 33%와 42% 증가했다.

만성 치주염 (출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만성 치주염 (출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치주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치아 상실 여부와 관계없이 치주질환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에 비해 식도암 위험이 59% 증가했다. 위암의 경우에는 치주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 중에 치아를 상실하지 않은 사람은 위암 위험이 50% 증가했지만, 1개 이상의 치아를 잃은 사람은 위암 위험이 68%까지 증가했다.

연구를 진행한 밍양 송(Mingyang Song) 박사는 “치주질환 병력이 있으며 치아 손실이 많은 환자는 다른 주요 위험 요소를 조정한 후에도 두 가지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다”라고 말했다. 송 박사는 이 연구에서 잇몸 질환과 관련된 암 위험은 담배 사용과 무관했으며, 이는 구강 건강이 좋지 않은 흡연자들의 경우 위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치주질환의 원인균인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에 속하는 타네렐라 포르시시아(Tannerella forsythia)와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가 식도암·위암 발생 위험과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는 이전 연구 결과들에 주목했다. 또한 불량한 구강 위생 상태와 치주질환이 질산환원균을 통해 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니트로사민(nitrosamine)의 내생적인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가 관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치주질환과 암 발생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식도암과 위암 발생에 있어서 구강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특정한 구강 박테리아를 찾아내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박사는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 구강 내 미생물 군집을 기반으로 한 암 예방 전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도·위·대장 등 소화기 암 발생에 영향

미국 암학회 역학연구팀의 피터 켐벨(Peter Campbell)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입, 식도, 위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소화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기 때문에 “한 기관의 질병에 대한 지표가 암과 같은 다른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치주질환을 오래 앓을수록 전신에 염증이 더 많고, 염증이 장기를 손상해 암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또한 미국 암연구협회의 저널인 ‘암 예방 연구(Cancer Prevention Research)’에 치주질환과 대장암 위험요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연구대상자들의 치주질환 및 치아 손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남녀 42,486명이 연구대상자로 등록했다.

선종 암 연속체 (출처: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선종 암 연속체 (출처: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연구대상자들은 대장의 톱니 폴립(serrated polyp) 또는 재래 선종(conventional adenoma)에 대한 자신의 진단 여부를 보고했으며, 연구팀은 의료 기록을 통해 진단을 확인하고 이들의 대장 내시경 검사 보고서를 연구했다. 톱니 폴립과 재래 선종은 모두 대장암의 전구체로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연구 결과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은 치주질환 병력이 없는 사람보다 대장의 톱니 폴립 발생률이 17%, 재래 선종 발생률이 1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아가 4개 이상 빠진 사람은 톱니 폴립 발생률이 20% 높았다.

연구팀은 치주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치아를 많이 잃을수록 재래 선종의 위험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치주질환 병력이 있으면서 1~3개의 치아를 잃은 사람은 재래 선종 발생률이 28% 더 높았고, 4개 이상의 치아를 잃은 사람은 36%나 위험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흡연, 과체중, 아스피린 복용, 운동 부족 등 다른 대장암 위험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치아 손실 등의 데이터가 자가보고에 의존해 수집되었고, 응답자 대부분은 백인이었으며, 큰 톱니 플립 환자의 표본 수가 적었다는 부분을 연구의 한계로 언급했다.

밍양 송 박사는 구강 건강이 얼마나 나빠졌을 때 대장암 위험이 증가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치주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대장암 전구체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결국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와 생활 습관 수정은 치주질환 병력이 있는 집단에서 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비흡연자도 치주질환 있으면 대장암 위험↑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치주질환과 소화기암에 관련한 두 가지 연구는 방대한 표본의 크기뿐 아니라 생활 방식 영향에 대한 엄격한 통제 속에 연구대상자의 장기 추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높은 신뢰도를 갖는다.

특히 흡연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보고한 대장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 요인으로 알려졌지만, 비흡연자조차도 치아 손실이 있는 경우 톱니 폴립과 재래 선종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앞서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도 치주염이 심하면 폐암, 대장암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립암연구소 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12년까지 성인남녀 7,466명의 조사 자료에 대한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치주염이 심한 사람은 치주질환 병력이 없거나 가벼운 사람에 비해 암 발생률이 24% 높았다.

암 종류별로는 폐암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해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대장암이었다. 췌장암 위험은 약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방암, 전립선암, 혈액암과는 무관했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일련의 연구 결과들이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는 치주질환을 치과계에서는 3S병이라고도 부른다. 조용하고(Silent), 사회적인(Social) 병이지만 다행히 예방 가능한 병(Self controllable disease)이다.

경미한 치주질환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루에 두 번 올바른 칫솔질과 치실·치간칫솔 사용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구강 관리가 미흡하다면 언제든 치주질환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여 스케일링 등으로 구강 건강을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치주질환 병력이 있고 치아 손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치아 관리와 함께 연령에 적합한 암 검진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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