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연관 ‘어린이 괴질’ 국내 2명 확인
코로나19 연관 ‘어린이 괴질’ 국내 2명 확인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10.0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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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에 전신성 염증···다기관염증증후군 첫 확진
코로나19 치료 후 증상, 희귀합병증 추정
英 가디언, “코로나19 항체가 원인일 가능성”

[바이오타임즈] 지난 4월부터 유럽과 미국 등에서 보고된 바 있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자가 국내에서도 확인됐다. 고열, 피부발진 등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주로 만 4세 이하 영유아에게 나타나는 가와사키병과 달리 10대에서도 발병하며 증상이 훨씬 심각해 등교 확대를 앞두고 우려를 낳고 있다.

 

동아시아권 첫 ‘어린이 괴질’ 확진자 발생

지난 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정례 브리핑에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신고 사례 7명에 대한 역학조사 및 실험·검사, 전문가 회의를 거친 결과 2명이 관련 환자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어린이 괴질’로 불렸던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올해 상반기부터 해외에서 다수의 사례가 보고되었으나 국내 확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방대본 또한 국내에서 확인된 해당 질환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연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에 걸린 12세 어린이에게 나타난 발진 (출처: Damien Bonnet, M.D., Ph.D., 미국심장학회)
코로나19 연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에 걸린 12세 어린이에게 나타난 발진 (출처: Damien Bonnet, M.D., Ph.D., 미국심장학회)

다기관염증증후군에 걸린 소아·청소년은 대부분 고열과 복통, 설사, 구토 등 소화기계 증상과 전신 발진, 안구충혈 등을 보이며, 심할 경우 심장 동맥 염증을 포함한 독성 쇼크나 다발성 장기 기능 손상 등이 나타나 사망에 이른다. 환자의 연령대는 생후 3개월에서 20세까지 분포하고 있다.

방대본의 ‘코로나19 연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국외 보고사례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5월부터 9월까지 총 935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들 중 19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코로나19 감염 이후 2~4주 내 발병하였으며, 미국 환자 연령은 1~14세, 성별로는 남아가 55%로 좀 더 많았다.

프랑스의 경우 3월부터 5월까지 대부분 5~11세인 어린이 총 79명이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환자의 67%가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으며 1명은 사망했다. 영국에서는 4월부터 5월까지 78명이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판정받았고, 그중 46%의 환자가 기계 호흡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환자는 대부분 8~14세였으며 2명이 숨졌다.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지난 4월 이후 세계 각국에서 보고되고 있지만, 방대본에 따르면 이번에 국내에서 확인된 2건을 제외하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보고된 사례는 없다.

 

다음 주부터 등교 확대···학부모 불안감 커져

방대본은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연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감시와 조사 체계를 구축해 운영해 왔으며, 38℃ 이상의 발열이 24시간 이상 지속된 만 19세 이하 환자에게 염증의 검사실 증거(ESR, CRP, fibrinogen, procalcitonin, d-dimer, feritin, LDH interleukin 6, neutrophil의 상승, albumin 감소 등)가 나타날 경우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례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장, 신장, 폐 등 두 개 이상의 다기관 장기를 침범한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 상태가 확인되며,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 엔테로바이러스 등 염증의 원인이 되는 다른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는 조건도 만족해야 한다.

가와사키병이나 사인토카인 폭풍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판정 기준은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이다. 방대본은 주요 임상적 증상을 만족하는 환자 중에서 진단 검사 양성(PCR 검사, 항체검사, 항원 검사) 결과 등 현재 또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의 증거가 있거나, 발병 전 4주 이내에 확진자 접촉 등 코로나19에 노출된 이력이 있는 경우 해당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2020년 3월 11일부터 9월 6일 사이 발병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MIS-C) 사례의 7일 평균수. 회색으로 표시된 영역은 사례 보고가 아직 불완전한 최근 6주간의 데이터를 나타낸다. (출처: CDC)
2020년 3월 11일부터 9월 6일 사이 발병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MIS-C) 사례의 7일 평균수. 회색으로 표시된 영역은 사례 보고가 아직 불완전한 최근 6주간의 데이터를 나타낸다. (출처: CDC)

이번에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에 확진된 2명도 모두 코로나19에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접촉된 경험이 있다.

첫 번째 환자인 11세 남자 어린이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1일까지 발열과 복통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역학조사에서 올해 1~3월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의료진이 의심 신고를 했으나,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서 방역당국은 가와사키병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환자는 이후 시행된 코로나19 항체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두 달 만에 병명이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바뀌었다.

두 번째 환자인 12세 남자 어린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후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1일까지 입원했다. 퇴원 후 다시 발열과 복통 증상이 나타나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 다기관염증증후군 치료법으로는 면역글로불린이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각각 투여하거나 두 약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단된 2명의 경우 모두 면역글로불린 제제만 투여받고 빠르게 회복되어 퇴원한 상태다.

하지만 그동안 해외에서만 보고됐던 사례가 실제 국내에서도 확인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습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등교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린 자녀의 등교 문제를 두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밀집도를 방역 기준에 맞게 지키면서 지역·학교별 특성에 맞는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도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항체가 원인? 백신 개발 걸림돌 되나

우리나라의 경우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은 매우 드문 사례지만, 방대본은 대한소아청소년학회 등 관련 학회들과 함께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코로나19 연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례에 대한 감시 및 조사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밝히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특이하게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된 뒤 2~4주 지난 시점에 증상이 발현되므로 방대본은 다기관염증증후군을 코로나19에 의한 희귀 합병증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은화 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이날 방대본 브리핑에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을 나타낸 아이들이 코로나19에 반드시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위독한 환자와 ‘Vidatak E-Z 보드’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모습 (출처: Boston Children’s Hospital 페이스북)
코로나19로 위독한 환자와 ‘Vidatak E-Z 보드’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모습 (출처: Boston Children’s Hospital 페이스북)

또한 의심 신고 사례 7건 중 나머지 5건은 “역학 조사, 심층 면접, 바이러스·PCR(유전자 증폭)·항체 검사 결과를 통해 모두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코로나19와의 연관성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나머지 사례들은 심한 염증 증후군, 패혈증 유사 증상 또는 가와사키병으로 진단됐다”고 밝혔다.

사이토카인 폭풍과 유사성에 대해서는 “일부 중복되는 증상이 있기는 하지만 ‘2개 이상의 다기관 침범’, ‘중증’이라는 면에서 구분된다”고 봤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 과잉반응으로 외부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왔을 때 체내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현상이다. 이 경우 면역계의 공격을 받은 정상 세포들의 DNA가 변형되면서 2차 감염 증상이 일어나게 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력이 높은 젊은 층에서 발생할 확률이 더 높으며 스페인 독감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유행할 당시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한편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4일 댄 데이비스 UCL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코로나19 항체 보유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면역반응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며,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의 원인이 항체 때문일 가능성을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거의 없는 이유를 높은 항체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일부 아이들의 경우 항체 수준이 매우 높았음에도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반응이 나타났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소아과의 마이클 레빈 교수는 “만약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 때문이라면, 백신을 접종할 경우 생성된 항체로 인해 장기 손상을 유발하는 염증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하며, 안전한 백신 개발을 위해 코로나19 항체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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