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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장기 집권 종지부 찍은 ‘궤양성 대장염’은 어떤 병?
아베 장기 집권 종지부 찍은 ‘궤양성 대장염’은 어떤 병?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09.0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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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안쪽 점막에 궤양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재발 쉽고, 완치 어려워
정확한 발병 원인 모르지만, 가족력 영향 가능성 커 
최근 신약 개발 활발... 예방 어렵지만 ‘맵고 짠 음식 피하기’ 등 도움돼

[바이오타임즈] 전후 최연소(52세), 역대 최장수(8년 8개월) 총리 등 일본 정치사를 새로 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장기 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건 이름조차 낯선 난치병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큰창자) 안쪽 점막에 궤양이 생기는 병으로 만성 지속, 만성 재발, 급성 3가지로 나뉜다. 95% 환자가 만성 지속에 해당하며 복통, 발열, 혈변 등을 동반한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격인 일본 후생노동성은 궤양성 대장염을 ‘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하고 있다. 

출처: Pinterest
출처: Pinterest

발병 원인 모르고, 완치 힘들어

궤양성 대장염은 발병률이 높은 질환은 아니다. 10만명당 6~8명꼴이다. 다만 생활 방식, 식습관 변화로 몇 년 전부터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한국인의 궤양성 대장염 유병률은 10만명당 30.87명 수준으로 서구(70~150명)보다 양호하지만, 낮다고 보기도 힘들다. 궤양성 대장염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골고루 발생하며 남성(1)보다 여성(1.1~1.3)의 유병률이 더 높다.

궤양성 대장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특히 가족력은 발병에 확실히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질본에 따르면 부모가 궤양성 대장염 환자인 사람은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14.2배 더 높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6~2%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재발은 쉽고, 완치는 어렵다. 아베 총리도 2007년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퇴한 뒤 신약 도움을 받아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10년 만에 재발하며 총리직을 내려놨다. 치료 선택지도 몇 없다. 특히 중증 이상 환자는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가 거의 유일한 옵션이다. TNF 억제제는 궤양성 대장염 외에도 크론병, 베체트 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제로 쓰인다. 만약 TNF 억제제 등 각종 치료에도 반응이 없을 땐 대장 적출까지 고려된다. 

병변에 따른 궤양성 대장염의 분류 (출처: 대한내과학회)
병변에 따른 궤양성 대장염의 분류 (출처: 대한내과학회)

‘대장암’ 연관성은 미미... 신약 개발 활발

궤양성 대장염과 대장암의 연관성에 대해선 전문가 입장이 엇갈린다. 질본에 따르면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의 대장암 추정 누적 발생비는 0.5%로 미미한 수준이다. 확실한 건 두 질환이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궤양성 대장염이 심해지며 나타날 수 있는 ‘섬유화 현상’이 문제다. 장 섬유화는 장이 점점 딱딱해지는 것으로, 대장암 위험률을 높인다. 이외에도 병변 범위가 넓거나 10년 이상 앓았을 경우 대장암 발병률이 올라갈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최근 신약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국내 기업인 브릿지바이오의 ‘BBT-401’, LG 화학의 ‘LC51-0255’가 대표적이다. BBT-401은 미국에서 임상 2상, 중국에서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LC51-0255는 지난 5월 국내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셀리버리는 면역치료제 ‘iCP-NI’의 2차 적응증에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포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효과를 본 신약은 야누스 키나아제(JAK) 억제제인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시트르산염)’로 알려졌다. 젤잔즈는 세계 첫 경구용 JAK 억제제로 2018년 9월 국내에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원래는 류마티즘성 관절염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궤양성 대장염에도 효과를 보이면서 2차 적응증으로 인정받았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예방법은 없나

안타깝게도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예방법도 없다. 다만 식습관 조절이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 증상을 감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조언하는 건 ‘맵고 짠 음식 피하기’다. 맵고 짠 음식은 궤양성 대장염이 아니더라도 소화기관에 부담을 준다. 음식을 짜게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률이 최대 8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맵고 짠 음식은 점막 내 염증을 유발하는 데다, 매운 음식에 많이 든 캡사이신은 ‘암세포 천적’ NK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흡연’과 궤양성 대장염의 상관관계다. 일부 연구에서 흡연이 증상을 완화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한 유명 의학 드라마에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흡연을 권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반대 내용의 연구 결과도 많고, 설령 완화에 도움이 돼도 다른 피해가 훨씬 더 커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2019년 김주성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흡연자들의 궤양성 대장염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1.83배 더 높았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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