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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한 ‘혈장 치료’ 효과 논란···“회복률 35% 근거 밝혀라”
FDA 승인한 ‘혈장 치료’ 효과 논란···“회복률 35% 근거 밝혀라”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08.2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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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DA 코로나19 치료법으로 ‘혈장 치료’ 긴급 승인...사상 처음
FDA 국장 “치료율 35%” 발언...출처 요구 빗발치자 “모든 결정 정상적 데이터 기반 이뤄져” 반박 
“긴급 승인은 전당대회 앞둔 트럼프 ‘꼼수’”지적도

[바이오타임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법으로 긴급 승인한 ‘혈장 치료’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FDA가 언급한 치료 효과 데이터가 과장됐으며 승인 배경에 ‘정치적 이유’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FDA는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반박했다. 

출처: Pikist
출처: Pikist

완치자의 ‘항체’로 바이러스를 잡는다 

FDA는 지난 23일(이하 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혈장 치료를 받은 코로나19 환자 7만명 가운데 2만명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치료의 안정성을 확인했다”며 혈장 치료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발표했다. EUA는 FDA가 신약이나 새로운 적응증(適應症)에 대해 임상시험을 생략하고 응급 사용을 허가하는 것이다. FDA가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아닌 치료법에 대해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혈장 치료는 완치자의 혈액에 있는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혈장(Plasma)은 혈액에서 혈구(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를 제외한 액상 성분이다. 바이러스 질환에서 회복한 환자의 혈장에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량의 항체가 생성돼 있다. 혈장 치료는 이 항체를 감염자(환자)의 몸에 이식해 바이러스 저항 능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혈장 치료가 일부 활용됐다. 

혈장 치료는 혈장 치료제와 자주 혼동된다. 그러나 둘은 다른 개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4일 설명 자료를 내고 “혈장 치료와 혈장 치료제는 약간 차이가 있다”며 “혈장 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장을 농축, 제재화, 생산해 치료 약물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녹십자가 지난 11일 임상시험용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제제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지난 20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혈장구획치료제(혈장치료제) 제조 과정 (출처: 보건복지부)
혈장분획치료제(혈장치료제) 제조 과정 (출처: 보건복지부)

“치료율 35%” FDA 국장 발언의 출처는

하지만 혈장 치료는 기대와 달리 승인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다. FDA 발표에 전문가들이 일제히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특히 스티븐 한 FDA 국장이 브리핑에서 “혈장 치료 시 100명의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35명(35%)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 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원본 자료를 과장, 확대 해석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한 국장이 인용한 자료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실험 결과다. 메이요 클리닉은 2019년까지 ‘미국 최우수 병원’에 4년 연속 선정된 유명 종합병원이다. 문제는 한 국장이 참고한 메이요 클리닉 자료 어디에도 ‘회복률 35%’라는 수치는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글로벌 헬스 인스티튜트의 아쉬시 자 박사는 24일 블룸버그에 “긴급 승인 발표는 쇼”라며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한편 한 국장은 같은 날 트위터에 “혈장 치료로 감소한 (사망) 위험률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은 전적으로 옳다”며 ‘데이터 과장’을 인정하는 듯한 글을 남겨 여론을 술렁이게 했다. 이에 대해 그는 25일 CBS 뉴스 프로그램 ‘디스 모닝’에서 “FDA의 결정은 정상적인 데이터와 과학을 기반으로 내려졌다”며 다시 논란을 일축했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이 25일 트위터에 " (캡처: 스티븐 한 국장 트위터)
스티븐 한 FDA 국장은 “혈장 치료는 ‘최종 승인’이 아니라 ‘임시 승인’”이라며 “필요하면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글을 남겼다.
(캡처: 스티븐 한 국장 트위터)

긴급 승인은 트럼프의 정치적 ‘꼼수’?

일각에서는 FDA 긴급 승인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코로나19 대응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승인을 서둘렀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역사적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FDA의 혈장 치료 긴급 승인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FDA는 승인에 어떤 ‘정치적 입김’도 작용하지 않았으며 혈장 치료가 ‘최종 승인’이 아닌 ‘긴급 승인’이라는 입장이다. 필요하면 승인 취소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혈장 치료에 대해 “증거 수준이 낮다”며 판단을 미룬 상태다. 

한 국장은 2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혈장 치료가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FDA는 정치가 과학적 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혈장 승인은 전적으로 FDA 소속 과학자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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