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은 왜 뚱뚱한가?
러시아인은 왜 뚱뚱한가?
  • 이승희(모스크바국립대학교 법학대학원)
  • 승인 2020.08.14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인구 중 25%는 비만, 60%는 과체중
낮은 소득이 질 나쁜 음식 섭취하도록 만들어
올바른 영양 섭취와 적절한 운동 등 노력으로 비만 예방해야

[바이오타임즈]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인을 생각했을 때, 날씬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러시아의 비만율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비만은 사망률이 높은 각종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비만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 인구 60%가 과체중

비만은 체내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쌓인 경우를 말한다. 지방의 과도한 축적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 발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총인구 대비 과체중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지만, 러시아도 그에 못지않다. 지난 10년간 러시아의 비만 인구는 거의 두 배 늘었고, 증가 속도도 계속 빨라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 인구의 60%는 과체중이며, 25%는 비만이다. 남녀 비율로는 남성 6명 중 1명, 여성 4명 중 1명이 비만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비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추측하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면서 매장 진열대에 놓인 값싼 고칼로리 제품으로 배를 채워야 했는데, 그들의 자녀 세대들이 식습관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부모를 따라 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한 아이들의 식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떨쳐버리기 힘들다. 결국 건강한 식품을 살 경제 능력이 되어도 몸에 나쁜 식품을 찾게 되는 것이다.

부적절한 영양 섭취로 인한 과체중 현상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어릴 적 소아비만을 겪은 이들은 국가 전체 유전자 풀에 흔적을 남기는데,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심지어는 세대가 거듭할수록 비만이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비만을 물려주지 않고 올바르게 교육하려면 먼저 부모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살이 찌는 식단과 생활 양식을 피하는 것이다. 소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소파 라이프’는 체중계의 바늘을 더욱 돌아가게 하고, 고칼로리 식품 섭취는 날씬한 몸매를 지방 덩어리로 바꾼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

 

러시아의 비만 인구가 많은 이유는?

혹자는 러시아의 비만 인구가 많은 이유가 빈부 격차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러시아는 인구 대다수가 빈곤계층이다. 러시아인들의 평균 경제 능력으로는 식비와 공과금, 한두 벌의 옷가지를 사면 바닥이 나는 수준이다. 따라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시간이 거의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러시아 서민들은 ‘100만 명이 사는 것이고, 1억 4,500만 명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패스트푸드와 제과, 인스턴트 식품 등 비만의 원인이 되는 동물성 지방과 몸에 나쁜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식품은 비싸기 때문이다. 비타민이나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에 대해서는 이야기조차 힘들다. 실제로 과체중인 러시아 사람들의 냉장고를 조사해봤더니 공통적으로 마요네즈 및 각종 소스, 펠메니(러시아식 만두), 초콜릿, 케이크 등 과자류, 통조림, 가공 소시지, 주스 및 탄산음료 등이 발견되었다. 이 식품들은 모두 손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으며, 단시간에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고, 맛이 좋아 중독성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영양 가치는 모두 낮다.

이러한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체내 천연 필터 기능이 파괴되며, 결과적으로 독소와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축적시켜 지방간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칼로리와 영양소는 체내에서 흡수될 만큼 적당한 정도가 좋다. 영양분은 낮고 칼로리만 높으니 자연스레 비만에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에서 지난 30년간 포다그라(통풍) 환자가 13% 증가했는데, 그 원인이 고령화와 비만으로 지적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가 차원에서 비만 관련 의료 전문가 양성 필요

비만 인구가 많아진 러시아에서는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원래의 생활 양식과 식습관으로 돌아가더라도 스스로를 더는 다른 비만인과 같지 않다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에는 아직 비만 관리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은데, 국가 차원에서 해당 분야의 의료 전문가들을 양성해 도전자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자문해준다면 러시아의 비만율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러시아를 건강하고 날씬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로 생각하는 것처럼, 올바른 영양분 섭취와 적극적인 신체 활동으로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바이오타임즈= 이승희 기자] news@bioti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