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보다 흔한 ‘치주질환’, 치매로 이어진다?
감기보다 흔한 ‘치주질환’, 치매로 이어진다?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8.07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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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제치고 환자·진료비 1위 기록
구강 내 세균이 심각한 전신질환 유발하기도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 위험↑

[바이오타임즈] 치주질환은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겪는 매우 흔한 질병이다. 잇몸이 붓거나 양치할 때 피가 나도 보통은 큰 통증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구강 세균이나 세균 유래 물질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염증이 심하면 혈관 내로 세균이 침투하여 당뇨병,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치주질환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힌 다수의 논문도 발표되었다.

 

치은염 방심하다 치아 잃을 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의 ‘다빈도 상병’ 통계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외래 총 환자가 1,673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래 환자의 요양급여비용 총액에서도 1조5,321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치주질환이 줄곧 1위를 차지하던 급성 기관지염(감기)을 밀어낸 것이다.

2019년 다빈도 상병 통계. 외래 환자의 질병별 환자수·요양급여비용총액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2019년 다빈도 상병 통계. 외래 환자의 질병별 환자수·요양급여비용총액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치주질환은 치아를 유지하는 치아 주위 조직인 치은(잇몸), 치주인대, 치조골에서 일어나는 질환을 말한다. 잘못된 칫솔질 등으로 구강 관리가 미흡하면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만나 치태가 형성되고, 제때 제거되지 않은 치태는 치석을 형성하여 치주질환을 유발한다.

치주질환의 초기 단계인 ‘치은염’은 구강 내 세균들이 분비하는 물질이 일으킨 염증반응이다. 초기에는 잇몸이 빨갛게 붓고 피가 나는 등 염증이 잇몸에만 국한된다. 이때는 스케일링 등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2013년부터 연 1회 스케일링에 보험 급여가 적용되므로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여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방심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주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염증이 잇몸을 넘어서서 치조골까지 확장되면 치조골이 파괴되고 잇몸 조직이 망가지면서 잇몸이 내려앉거나 치아 뿌리가 노출된다. 심한 경우 치아가 흔들리다가 결국 치아 상실까지 초래한다.

치주질환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만 동맥경화나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강 내 세균과 염증 유발 물질들이 혈관으로 침투하면 혈관 내벽이 긁히면서 염증을 일으키는데, 손상된 혈관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혈전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 등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잇몸 속의 혈관으로 침투한 후에는 혈액과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이동한다. 미국치과의사협회와 미국치주학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치주질환이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전신질환의 원인이 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치주질환과 전신질환을 통합적으로 예방·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치주질환 앓으면 왜 치매 위험 커질까?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뿐 아니라 세균이 분비하는 물질도 문제가 된다. 치주에 염증이 생기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신체 조직 내 인슐린 내성을 증가시켜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미국당뇨병학회가 “치주질환은 당뇨병의 6번째 합병증”이라고 밝힐 만큼 당뇨병과 치아 건강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임산부의 경우 치주질환으로 생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태반으로 들어가면 이를 출산 신호로 오해하고 자궁을 수축해 조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치주질환은 기도를 좁혀 만성 호흡기질환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치주질환은 뇌졸중 2.8배, 심혈관질환 1.1~2.4배, 만성 호흡기질환 1.1~2배, 폐렴 4.2배, 당뇨병 6배, 류머티즘성 관절염 1.17배, 조산·저체중아 발생률 7.5배, 발기부전 등 성 기능 장애 1.53배, 황반변성 1.61배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출처: saintlukeskc.org
출처: saintlukeskc.org

치주질환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질환은 치매다. 스웨덴 우메아대학 얀 베르그달 교수팀은 1988년부터 20여 년간 35세에서 90세까지의 성인 1,962명을 대상으로 치아가 있는 사람과 치아를 뽑고 완전 틀니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기억력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치아가 없는 사람이 기억력이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얀 베르그달 교수는 “동물 대상 실험에서 치아를 뽑으면 뇌로 연결된 신경이 끊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팀도 노인들의 치아 상태와 인지능력 장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치아가 모두 없는 노인이 전부 혹은 일부 남은 경우보다 인지능력 장애 위험이 3.6배나 높았다고 발표했다.

치아의 수가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뭔가를 씹는 저작운동이 뇌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저작운동은 뇌의 신경들과 연결돼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증가한 뇌 혈류량은 인지와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의 신경 활성도를 높인다. 그 결과 학습, 기억 형성에 도움을 주게 되어 노화를 방지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만약 치아가 없어 잘 씹지 못한다면 뇌로 가는 혈류량 감소, 뇌 대사 활동과 신경 활동 감소 등을 유발해 인지능력 저하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뿐 아니라 혈관성 치매에도 영향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도 뇌에 침투해 치매 발생에 직접 영향을 준다. 지난해 4월 미국 루이빌대학교 치의학대학 연구팀은 미국해부과학회 연례 총회에서 만성 치주염 등 잇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세균인 진지발리스로부터 추출한 DNA가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의 뇌 조직에서 90% 이상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뇌는 진지발리스가 지니고 있는 독성 효소인 진지페인(gingipain)의 수치도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AD)로 사망한 환자와 대조군(Control)의 뇌 조직(중측두회:MTG)에서   lysine-gingipain(Kgp), arginine-gingipain B(RgpB) 검출 비교. 진지페인의 레벨이 정상적인 사람보다 알츠하이머(AD) 환자가 훨씬 높다. (출처: Science Advances)
알츠하이머(AD)로 사망한 환자와 대조군(Control)의 뇌 조직(중측두회:MTG)에서 lysine-gingipain(Kgp), arginine-gingipain B(RgpB) 검출 비교. 진지페인의 레벨이 정상적인 사람보다 알츠하이머(AD) 환자가 훨씬 높다. (출처: Science Advances)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진지발리스를 쥐의 입에 감염시키면 이 세균이 뇌로 전파되는 것을 발견했다. 뇌가 감염되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있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산이 증가하고, 염증이 발생한다. 진지페인을 억제하는 약물인 ‘COR388’을 투입하면 진지발리스가 쥐의 뇌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며 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산과 염증을 줄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의 잰 포템파 교수는 “우리 입안에는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수많은 신경이 있는데 세균들이 이런 신경에 들어가면 뇌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에 의한 면역 염증반응이 치매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주질환으로 인해 혈중 각종 염증성 물질들(종양괴사인자 TNF-α, IL(interleukin)-1, IL-6 등)이 증가하면 온몸의 염증반응에 영향을 주는데, 이로 인해 인지장애, 알츠하이머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9일 미국 미네소타대학 보건대학원의 라이언 데머 교수팀은 치아 건강이 몹시 나쁘면 치매 위험이 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신경학회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8,275명을 대상으로 평균 18년에 걸쳐 추적 조사를 진행해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냈다.

추적 조사 기간에 연구 참가자 중 19%인 1,569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아 건강이 양호하고 치아를 하나도 잃지 않은 그룹은 총 1,826명 중 14%인 264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에 비해, 가벼운 치주질환이 있는 그룹은 3,470명 중 18%인 623명, 치주질환이 심한 그룹은 1,368명 중 22%인 306명, 치아를 모두 잃은 그룹은 1,611명 중에서 23%에 해당하는 376명이 각각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아 건강은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만이 아니라 혈관성 치매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맥 내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돼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류장애가 나타나는 ‘죽상경화증’은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에 대한 항체가 혈액 속에 많을수록 대동맥에 죽상 형성을 가속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주질환이 혈관성 치매의 발병률을 1.7배 증가시킨다고 밝히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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