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해충의 습격, 재난 영화 같은 올해 여름
연이은 해충의 습격, 재난 영화 같은 올해 여름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7.20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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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돗물 유충’ 파문… 발견 지역 늘어나
매미나방, 노린재 등 비처럼 쏟아지기도
이상 기후로 인한 해충 문제, 대책 절실

[바이오타임즈] 지난 9일 인천의 한 아파트 가정집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와 논란이 되었다. ‘깔따구’로 알려진 이 유충은 인천 서구뿐 아니라 서울, 부평, 강화 등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매미나방, 노린재 떼에 이어 최근에는 대벌레 떼까지 도심에 무더기로 출현해 불쾌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수돗물에서 살아있는 벌레가… 불안 확산

수돗물에서 발견되고 있는 깔따구 유충 때문에 인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다. 인천시는 깔따구 유충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이지만, 맘카페를 중심으로 불안하다는 반응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지난 9일 수돗물에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이 처음 제기된 이후 인천 계양구, 부평구 등에서 관련 신고가 이어졌다. 지난 15일에는 강화군 수돗물에서도 유충이 나왔다는 제보가 상수도사업본부에 접수되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지역 내 유충 의심 신고는 총 381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144건이 깔따구류 유충으로 확인됐다.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출처: 인천 ‘아띠아모’ 네이버 카페 게시글 캡쳐)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출처: 인천 ‘아띠아모’ 네이버 카페 게시글 캡쳐)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9일 첫 민원을 접수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지난 14일에야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인천시는 유충 종류도 파악하지 못하다가 이날 오후에 깔따구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늑장 대응에 인천시민들은 분노했지만, 인천시는 “부평과 계양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부평정수장을 확인했으나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서구와 함께 영종·강화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는 공촌정수장의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영종 지역의 경우 유충을 발견했다는 주민이 1층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수돗물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서 벌레가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에 접수된 공식적인 민원 외에도 인천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돗물 유충’을 발견했다는 제보가 계속 쏟아졌고, 인천시는 지난 19일 부평정수장과 희망천·원적산·천마산 배수지에서도 유충 추정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부평정수장은 여과지 처리시설만 갖춘 공촌정수장과 달리 오존 처리와 활성탄 흡착시설을 동시에 갖춘 밀폐된 시설이기 때문에 유충 발생 경위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전자 분석 결과 서구 공촌 정수장 여과지와 가정집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둘 다 같은 종으로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인천시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지만, 그동안의 대응을 볼 때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 지역 맘카페에는 영유아들의 아토피 반응이나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을 호소하는 글이 넘쳐나고 벌레가 나온 물을 마셨다는 불안감에 구충제를 복용하거나 정수기도 불안해서 생수를 대량 구매하여 생활하고 있다는 시민들도 많다.

“얼마 전 임신한 와이프와 배 속의 아기가 지금까지 더러운 물을 먹고 생활했다”라며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한 가운데 지난 19일에는 파주시에서도 수돗물에 유충발견 신고가 접수돼 관계 기관이 조사 중이다.

 

따뜻했던 겨울 영향, 깔따구 떼에 대벌레까지

수돗물에 살아있는 유충이 발견되면서 깔따구가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지만, 여름이 되면 떼를 지어 나타나는 날벌레가 깔따구다.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입이 퇴화해 사람을 물지 않는다. 깔따구는 하수구나 오염된 물에 알을 낳기 때문에 4급수 이하 더러운 물에 사는 수질오염 지표종이기도 하다.

올해 깔따구는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기 전인 4월부터 유독 기승을 부렸다. 특히 울산 복개천과 대구 도심 하천 주변에는 엄청난 수의 깔따구 떼가 출몰했다. 개체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해충 퇴치기나 살충제도 효과를 보기 어려웠고, 숨 쉴 때 코와 입으로 들어오거나 가려움증, 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수백 건의 해충 방제 민원이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빨리, 그것도 무더기로 찾아온 것은 깔따구만이 아니다. 남해군농업기술센터는 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날아오는 혹명나방이 지난해보다 2~3주 정도 일찍 발견되었다고 밝히고 농가에 피해 예방을 당부했다. 작은뿌리파리, 담배나방, 총채벌레, 진딧물 등 해충밀도도 증가해 시설작물 등에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충청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충남 예산지역에서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 달 정도 일찍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좌: 대벌레, 우: 노래기 (출처: Pixabay)
좌: 대벌레, 우: 노래기 (출처: Pixabay)

서울시 은평구 봉산 해맞이 공원 일대와 제주시 중산간 지역에서는 대벌레가 끝없이 쏟아졌다. 보호색을 띠고 있는 데다 위험을 느꼈을 땐 움직임을 멈춰 얼핏 보면 나뭇가지 같아 보통 때는 눈에 잘 안 띄지만, 공원 의자는 물론 운동기구, CCTV 카메라까지 덮을 정도로 잔뜩 붙어 있어 불쾌감을 줬다. 대벌레는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지만,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나뭇잎을 먹어 치우는 산림해충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상 고온 현상이 원인이라고 추정된다. 대벌레는 동남아 등 아열대 지방에 주로 서식한다. 알 상태로 겨울을 나는데 보통 월동하면서 대부분 폐사하지만, 지난겨울과 봄철 기온이 높아 대량 부화를 하게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대벌레의 집단 출몰로 주민들이 혐오감을 호소하자 은평구는 지난 11일부터 봉산 일대에 긴급 방제 작업을 시작했다.

 

전국은 지금 매미나방과의 방역 전쟁 중

현재 전국적으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해충은 매미나방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서식하는 매미나방은 보통 7월 둘째 주가 지나야 성충이 되는데 올해는 6월 말부터 엄청난 숫자로 떼 지어 다니고 있다. 매미나방은 번데기에서 깨어나 평균 일주일 정도 살지만, 이 기간에 암컷 한 마리가 500개가 넘는 알을 낳는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매미나방 유충이 발생한 지역은 지금까지 전국 100개 시군구로 파악되며, 북한산과 치악산 등 4개 국립공원에서도 확인됐다.

매미나방의 피해는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 충북 등 중북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북한산은 매미나방 애벌레로 뒤덮였다. 나무마다 잔뜩 붙은 매미나방 유충들 때문에 등산객들이 산을 찾는 것을 꺼릴 정도였다. 지금은 등산로와 나무, 공원 시설 가릴 것 없이 성충이 된 나방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극심한 혐오감을 초래하고 있다.

매미나방 유충은 주로 활엽수를 선호하지만, 먹성이 좋아 은행나무를 제외하면 나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 매미나방 애벌레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치악산 황골·금대 지구 등 무려 2㏊에 이르는 지역의 낙엽송들이 고사했거나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잎을 50% 이상 갉아 먹힌 나무는 고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림의 정확한 피해는 집계할 수 없지만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1,656㏊, 경기 1,473㏊, 강원 1,056㏊, 충북 726㏊ 등 총 6,183㏊의 면적에서 매미나방 피해가 발생했다. 강원 원주와 횡성, 충북 일부 지역에서 피해가 유독 컸다.

성충이 되면서는 불빛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도심지역까지 해를 입히고 있다. 충북 제천 도심 공원에는 산책로 철제기둥과 나무, 가로등에도 매미나방이 앉아 있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매미나방이 무더기로 달라붙어 가로수가 하얀색으로 보인다. 매미나방과 새로 산란한 알집까지 붙어 있는 모습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유충 가시에 있는 독은 피부에 닿을 경우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피부염 등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도 피해를 준다. 나방 성충이 되면 날개에서 독 가루가 날려 알레르기 반응이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건물을 뒤덮은 매미나방 (출처: 유튜브 오브리더Breeder OH 영상 캡쳐)
건물을 뒤덮은 매미나방 (출처: 유튜브 오브리더Breeder OH 영상 캡쳐)

장마철 되자 노래기 떼도 등장, 대책은 있나

지난 5월 고온다습한 날씨와 함께 최근 장마철이 시작되자 충북 옥천·보은·영동군 등에는 노래기까지 대량 출몰하고 있다. 지네처럼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노래기는 농작물이나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건드리면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혐오감을 준다. 노래기는 햇빛을 싫어하고 습한 곳을 좋아해서 주로 밤사이 출몰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잠까지 설치고 있다.

경기도 안성 시내에는 건물 곳곳이 노래기가 다닥다닥 노래기가 붙어서 새까맣게 보인다. 농촌이나 도심 외곽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천 마리의 노래기가 발 디딜 데가 없을 정도로 몰려나오고 있지만, 노래기는 별도의 살충제가 없어 속수무책이다.

매미나방도 현실적인 방제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피해 면적이 워낙 방대하고 출몰한 개체 수가 많아 일일이 대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산불 진화대와 산사태 예방단까지 총동원하고 산림 병해충 방제차와 광역살포기, 무인헬기, 드론 등을 이용해 방제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살충제 사용 효과는 미미하다. 국립공원이나 꿀벌 농가와 인접한 피해지역 지역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약제 살포도 어렵다.

현재는 포충기와 고압 살수차, 페로몬 트랩 등을 활용하여 나방 성충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이상기후가 계속된다면 해충으로 인한 문제는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매미나방과 같이 ‘돌발해충’이던 꽃매미는 원래 아열대성 곤충이지만 한국의 겨울 기온이 상승하면서 정착이 가능해졌고, 이후 역시 따뜻한 겨울이 지난 후 이상증식으로 피해를 주기도 했다.

기온 상승은 발육속도에도 영향을 줬는데, 외래종인 미국흰불나방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최근 한 해에 성충이 세 번 출현하는 3화기까지 관찰됐다. 대벌레나 노래기처럼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진 곤충도 재난 영화처럼 무더기로 쏟아지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한여름 전후 후덥지근한 시기가 길어지면서 인간이 이들을 해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장마철에 확산세가 빨라진 해충들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왔을 때 더 큰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해충의 대표적인 천적인 개구리와 두꺼비가 줄어든 것도 해충 창궐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말은 생태계 파괴에 딱 맞는 표현이다. 자연은 이미 우리에게 여러 차례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자연생태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노력이 절실하다. 급증하는 해충 문제를 특정 지역이나 올해 여름의 문제로 여기고 안이하게 대응한다면, 동아프리카를 황폐화한 메뚜기 떼의 공격이나 싱가포르의 뎅기열 급증 소식이 더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 아닐 것이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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