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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뇌 질환이 단백질 독성 때문···다양한 가설 따른 연구 진행 중
퇴행성 뇌 질환이 단백질 독성 때문···다양한 가설 따른 연구 진행 중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2.2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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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뇌 질환, 단백질 독성이 중요한 병리기전으로 규명돼
혈뇌장벽 통과하는 약물, 뇌 질환 치료 분야에서 주목받아
신경세포 생존 여부보다 건강 상태가 중요

[바이오타임즈] 사람들은 흔히 퇴행성 뇌 질환을 단순히 ‘늙어서’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노화는 단순히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치명적인 요인일 뿐,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인은 다양하다. 드문 경우지만 젊은 나이에도 유전이나 환경적 요인들로 퇴행성 뇌 질환을 앓기도 한다. 원인을 알지 못하면 치료제도 개발할 수 없듯이 인류가 퇴행성 뇌 질환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최근에는 퇴행성 뇌 질환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기초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단백질 독성', 뇌 질환의 공통된 특징

퇴행성 뇌 질환은 지금껏 정상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더 심해지지 않도록 뇌세포의 사멸을 막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루게릭, 파킨슨, 헌팅턴 등의 병리 현상과 진행 과정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이를 활용한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퇴행성 질환의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 없애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병리 현상과 과정들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퇴행성 뇌 질환은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단백질 독성(Protein Toxicity 또는 Proteotoxicity)이 가장 대표적이다.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라도 형성되는 단백질의 종류는 병마다 다르다.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 베타 피브릴(Amyloid Beta Fibril), 파킨슨병은 루이바디(Lewy Body), 헌팅턴병은 폴리큐 에그리게이트(PolyQ Aggregate)가 형성된다. 중요한 건 이 단백질이 모두 신경세포 안팎으로 응집되면서 독성을 만들어내고, 뇌 질환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단백질 독성이 중요한 병리기전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독성을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제거하거나 약화시켜 세포사멸과 신경염증 등을 막을 수만 있다면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하는 것도 어느 정도 기대해 볼 만하다.

또한, 파킨슨병의 핵심 원인이자 다른 퇴행성 뇌 질환에서도 관찰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상실에 대해서도 미토콘드리아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병의 진행이 어느 정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경세포 건강상태와 신경계 자가 복구 능력에 주목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약물 전달이 최근 퇴행성 뇌 질환 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방법은 퇴행성 뇌 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뇌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법이다. 혈뇌장벽을 잘 통과할 수 있는 물질과 치료제를 융합하는 원리로 최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술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뇌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는 걸까? 일각에서는 신경계가 워낙 복잡해 한 번 손상이 가면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대구 경북과학기술원의 이성배 교수는 두 가지 접근법으로 뇌 치료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했다.

첫 번째 방법은 신경세포가 사멸하기 전, 초기 단계에서 신경세포의 기능과 형태를 복구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뇌 질환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신경세포가 대규모로 사멸하는 일이 드물다. 신경세포가 급격하게 사멸하는 시점은 뇌 질환 말기에 신경염증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부터다.

가령 파킨슨병도 신경세포가 오랜 시간에 걸쳐 기능을 잃어가고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사멸하게 된다. 따라서 신경세포의 생존 여부가 뇌 질환의 시작과 진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신경세포의 건강상태다. 만약 뇌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신경세포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면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과정이 죽어버린 후에 처음부터 재건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다.

유전적인 영향으로 앓게 되는 퇴행성 뇌 질환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신경세포가 돌연변이인 사람은 없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자라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변이가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가 기능을 잃었어도 신경세포가 건강하다면 정상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방법은 신경계가 가진 자가 복구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능력은 모델링(Remodeling) 또는 리와이어링(Rewiring)로 불리며, 신경계가 상황에 따라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 연결하는 뇌가소성(Brain Plasticity) 작용을 이용한다. 쉽게 말해 신경세포가 일부 사멸해 연결이 끊겼더라도 다른 신경세포들을 새롭게 연결해 주는 방법이다. 이는 지금도 재활치료 등에 응용되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은 인류의 커다란 적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발병원인이 규명되고 있는 만큼 치료 가능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이어진다면 언젠가 완전히 건강한 뇌를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해본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전문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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