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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의 3대 키워드는?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의 3대 키워드는?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7.08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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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알츠하이머 환자 급증 전망
불명확한 발병 요인이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
발병 요인, 혈뇌장벽, 신경 세포 복구가 치료제 개발의 3대 키워드

[바이오타임즈]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보다도 질병이다. 그중에서도 뇌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지고,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퇴행성 뇌 질환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50년, 한국인 4%는 알츠하이머 환자 될 수도

퇴행성 뇌 질환은 말 그대로 뇌세포가 대규모로 사멸하는 질병이다. 잘 알려진 퇴행성 뇌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루게릭, 헌팅턴 등이 있다. 이처럼 질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통된 특징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통계로는 퇴행성 뇌 질환의 환자 수는 전체 노인 인구에 정비례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수록 환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 노인 기준 10%가 알츠하이머 환자, 1%가 파킨슨병 환자이며, 이러한 수치는 80세가 넘어가면 급격히 증가한다.

이 수치를 국내 고령 인구에 적용해 보자. 한국은 2050년에 이르면 전체 인구의 40%가 60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즉, 전체 인구의 4%가 알츠하이머를 앓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상당히 많은 숫자다. 게다가 퇴행성 뇌 질환의 특성상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부양하는 가족들에게도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어 회복은 물론, 뇌세포의 사멸을 막는 것조차 불가능한 현실이다. 전 세계가 이토록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도 치료법 개발에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 난항 겪는 3가지 이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퇴행성 뇌 질환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서 연구한 데이터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학술논문만 검색해봐도 파킨슨병이 5만 편 이상, 헌팅턴병이 1만 편 이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논문에서는 이들 질병이 너무 강력해 극복하는 게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대구 경북과학기술원의 이성배 교수는 세 가지 원인을 설명했다. 우선 다른 뇌 질환과 마찬가지로 퇴행성 뇌 질환 역시 아직 명확한 발병 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온전히 유전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헌팅턴병 같은 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퇴행성 뇌 질환은 너무 포괄적인 의미에서 환경적인 영향을 받았거나 발병 요인이 아예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의 경우 5~10% 내외만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그 외에는 산발적(Sporadic) 또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연구 데이터는 많이 쌓였지만, 발병 요인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행성 뇌 질환뿐만 아니라 어떤 병이라도 그러하듯, 명확한 원인 파악이 선행되어야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뇌는 혈관을 통해 신경세포에 다른 물질이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는 혈뇌장벽(Blood-Brain-Barrier, BBB)이 존재한다. 이 혈뇌장벽 때문에 주사나 약물복용 같은 일반적인 치료법을 활용한다면 치료물질이 뇌세포에 닿지 않는다. 보호하는 목적으로 기능하는 뇌의 방어 시스템이 오히려 치료를 막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경세포는 특성상 복구가 어렵다. 신경계는 자라면서 점차 구축되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쉽게 죽거나 재생하지 않는다. 즉, 해마 일부와 후각 신경세포 등을 제외한 뇌의 신경세포는 한 번 생성되면 평생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번 망가진 신경세포를 원상 복구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관점 변화

뇌에서 기능하는 신경세포의 수는 약 1,000억 개로, 1,000여 개 정도의 서로 다른 신경세포와 시냅스로 이뤄져 있다. 이렇듯 뇌는 인간이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회로로 되어 있어서 이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줄기세포를 활용해 기존 세포를 정상 세포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발병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나면 병이 재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퇴행성 뇌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책은 무엇일까? 명확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발병 요인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치료보다는 관리 차원에서 퇴행성 뇌 질환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세계가 퇴행성 뇌 질환 치료 및 관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현대 사회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많아지는 만큼 퇴행성 뇌 질환 극복을 위한 산/학/연/관의 협력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전문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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