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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데이터 분석’… 바이러스를 대비하는 핵심 자원으로 주목
‘게놈 데이터 분석’… 바이러스를 대비하는 핵심 자원으로 주목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6.2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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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해석과 분석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도움
코로나19 환자 감염 경로 게놈 분석으로 추적 가능
유럽, 바이러스 감염 루트 다양해 확산은 시간문제

[바이오타임즈] 세계 보건기구(WHO)는 2019년 12월 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확산된 급성 폐렴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식 명칭을 코로나19로 발표했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호흡기와 위장관 질환을 동반하며 베타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 2003년 창궐했던 사스(SARS)와 2012년 메르스(MERS) 역시 베타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게놈 서열 기반 진단 테스트로 감염자 확진 방지에 도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 우환에서 시작돼 중국 본토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에 퍼졌고 이후 중동, 유럽, 북미 등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까지 확산되어 무서운 전염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관련 백신이 아직은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시판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19년 12월 8일 중국에서 처음으로 증상을 보였다. 그러다 1월 10일 바이러스 게놈을 해독, 유전정보를 장기간 보존해 두는 진뱅크(GenBank)에 등록했다. 이후 전 세계 과학자들은 감염 환자가 나오면 검체를 확보해 게놈 해석과 분석으로 데이터 얻고 다른 과학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서열이 나오자 코돈 유시지(Codon Usage) 분석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이전의 사스와 메르스에 비해 인간 배양세포에서는 잘 자라지 않지만, 인간의 기도 상피 세포에서는 빠르게 증식한다는 패턴도 확보했다. 이렇듯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게놈 서열은 진단 테스트를 개발하는 등 전 세계 감염자를 검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게놈에 대한 이해도가 쌓여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래에 대한 3가지 가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래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연구 동향 보고서를 보면 학계에서 제시하는 가설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연에 존재하는 여러 동물에 의해 퍼졌다는 가설이다. 바이러스가 여러 동물을 거치면서 인간의 ACE2 단백질에 바인딩할 수 있는 최적화된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말레이 천산갑에서 유래된 바이러스의 유전체 내 리셉터 바인딩 도메인(RBD) 아미노산 잔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한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두 번째는 오랜 시간 인간과 인간끼리 바이러스를 옮기며 국소적으로 일어나다가 특정 서열에서 갑자기 변화가 생겨 변종이 나왔다는 가설이다.

세 번째는 사스 유사 연구를 하던 전 세계 생물안전 2등급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및 동물 모델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그 중 계대배양(passage) 동안 특정 샘플에서 RBD 돌연변이를 얻었다는 가설이다.

각기 다른 가설을 제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동일하다. 또한, 중국 우한의 화난 시장도 발원지가 아니며, 자연적으로 변이를 획득했고 환경에 적응한 바이러스라는 것이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게놈 분석으로 감염 경로 추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감염 경로를 게놈 분석으로도 추적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 WA1과 WA2와의 관계를 시애틀 플루 연구소(Seattle Flu Study) 과학자들이 찾아낸 사례가 있다. 여기서 WA2는 WA1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WA1 환자는 중국의 감염 환자들과 변이 공유도가 높으며 WA2는 수백 개의 게놈 중 WA1과 가장 가깝게 클러스터링 되기 때문이다. 이를 추적해보면 바이러스가 직접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환자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한 달 이후에 밝혀졌다. 그사이 방역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재 워싱턴주에서는 대규모 지역감염으로 고역을 겪고 있다.

유럽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중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등이 이탈리아 전체 감염자의 90% 정도가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의 대구, 미국의 워싱턴주와 비슷한 대규모 지역감염 경향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롬바르디아주의 대규모 지역감염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 지도를 살펴보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의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가 지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롬바르디아주의 감염 유래를 살펴보면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중국 교민 8만 명이 1월 말 춘절 기간에 중국에 들렀다가 2월에 이탈리아로 돌아오면서 확산된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 발생한 유럽인 확진자 29명의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를 살펴보면 감염 루트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보다 루트가 많으며, 감염자가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를 통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후 유입된 바이러스가 유럽 전역에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렇듯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국의 감염 사례 등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하고 있다. 게놈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해 다음에 닥쳐올 새로운 바이러스를 대비하는 방패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전문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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