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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률 323:1… SK바이오팜 공모주가 뭐길래
청약 경쟁률 323:1… SK바이오팜 공모주가 뭐길래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06.27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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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 새로 쓴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최종현, 최태원 SK 회장의 30년 뚝심이 빛을 봤다는 평가
일각에선 상장 이후 급락 가능성 지적하기도

[바이오타임즈]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이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 24일 종료됐다. 상장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따르면 SK바이오팜 공모주의 최종 경쟁률은 323.02:1로 391만 5,662주를 모집하는데 무려 12억 6,485만 3,070주의 청약 신청이 몰렸다. 합산 증거금은 30조 9,899억 원으로 이전 최대 기록이었던 2014년 제일모직(30조 649억 원)보다 약 9,000억 더 많다.

SK바이오팜은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며 일찌감치 과열 분위기가 감지됐다. 연 매출 1,000억원대 중견 기업이면서 모기업(SK) 프리미엄, 코로나19 이후 반사 이익 효과로 시장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선대 회장 의지로 시작된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2011년 SK가 생활과학 사업 부문을 분리하며 설립된 바이오 기업이다. 1993년 SK의 신약 개발 부서로 출발해 뇌전증(간질), 수면장애, 조현병,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조울증, 항암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창립에는 선대 최종현 SK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최종현 회장은 투병 생활을 거치며 신약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1993년 그룹 내부에 신약 개발 부서 설립을 지시한 것도 그였다. 1998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최태원 회장도 선친의 유지를 받아들여 신약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빈약한 결과물이었다. 2008년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좌절되자 내부에서 바이오 사업을 보는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오히려 사업 강화를 위해 2011년 SK바이오팜을 독립 출범시켰고 8년의 기다림 끝에 ‘청약 대박’으로 보상받았다. 선대부터 이어져 온 뚝심이 30년 만에 빛을 발한 것이다.

출처: SK바이오팜
출처: SK바이오팜

 

값싸고, 배경 좋고… 높은 ‘가성비’로 투자자 사로잡아

SK바이오팜의 흥행 배경으로는 △낮은 공모가 △적은 유통 물량 △ FDA의 직접 판매 승인 등이 꼽힌다.

SK바이오팜은 코로나19로 경기가 크게 침체된 상황을 감안, 주당 공모주 가격을 4만 9,000원으로 책정했다. 2016년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3분의 1 수준(13만 6,000원)이었다. 착한 가격에 SK라는 든든한 배경까지 갖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우량주의 등장에 시장은 흥분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국내외 기관 1000여곳이 참여해 835.66: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적을 것으로 예측된 점도 흥행의 판을 키웠다. 상장 전까지 100% SK 소유 주식이었던 데다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배정받은 물량 중 상당수가 의무보유확약 조건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상장 뒤 일정 기간 공모주를 의무적으로 보유하는 제도다. 판매 가능 물량이 적기 때문에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할 거란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 FDA의 직접 판매 승인을 받은 것이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 최초로 FDA에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직접 판매 허가를 신청해 이를 승인받았다. 미국의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세계 최대 시장에 뇌전증 신약을 선보일 기회를 얻은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월 수면 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의 유럽 시판 허가를 받기도 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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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경고 목소리’ 나오기도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겨냥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사례처럼 상장 이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 커뮤니티에 “2019년 신규 상장된 58개 종목의 6개월 뒤 주가 흐름을 추적해보니 하락한 경우가 76%나 됐다”며 “2009년부터 10년간 신규 상장된 종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모가 대비 수익을 거둔 종목의 70%가 상장 첫날 매도한 사례였다”고 적었다. 상장 첫날 매도하지 못하면 ‘손절(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것)’ 가능성이 수직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때 국내 바이오 업계의 미래로 떠오르며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두 기업은 임상시험 취소, 횡령 등 각종 악재가 터지며 순식간에 나락으로 추락했다. 단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4월 신약 ‘인보사’에 대한 미국 임상시험 재개 명령이 내려지며 한숨을 돌린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상장한 기업(SK바이오팜)을 두 기업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변동성이 큰) 바이오 종목에 투자할 땐 신중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ingodzo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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