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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메디톡스, 부활할 수 있나
위기의 메디톡스, 부활할 수 있나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6.26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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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처분 일시 효력정지 결정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ITC 소송까지 ‘첩첩산중’
보건의료 시민단체들, 메디톡신 사태에 식약처 책임론 제기해

[바이오타임즈]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메디톡스가 생산 과정에서 무허가 원액 사용, 허위 서류 기재 등 약사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관련 3개 품목(메디톡신주 50단위100단위150단위)에 대해 허가 취소처분을 결정했다. 주력상품을 잃게 된 메디톡스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취소처분이 확정된 날 메디톡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20%이상 폭락했다.

625일로 예정되어 있던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이 실행되기 하루 전,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해 오는 714일까지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국내 보톡스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메디톡신은 극적으로 시장 퇴출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출처: 메디톡스 홈페이지
출처: 메디톡스 홈페이지

국내 1토종 보톡스의 신화

보톡스는 독성물질인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한 근육수축 주사제로 미국 제약사 앨러간이 개발한 상품명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사시와 눈꺼풀 경련을 치료하는 약물로서 미국 식품 의약청에서 1989년에 처음 허가된 후, 현재는 미용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은 주름을 만드는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데, 이 때 그 근육 위의 피부가 펴지면서 잔주름이 없어지게 한다.

2000년 바이오 벤처로 시작한 메디톡스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주를 개발했다. ‘메디톡신2006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된 첫 보툴리눔 톡신 주사제로 그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국내 보톡스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하며 메디톡스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메디톡스는 신약 연구개발(R&D) 역량과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된 기업에게 3년간 국가 R&D 사업 우선 참여세제 지원약가 우대정책자금 우선 융자해외 제약전문인력 채용 지원연구시설 입지 규제 완화등의 혜택을 주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2012년 처음 인증받았고, 이 후 두 차례 재인증 획득에도 성공했다.

메디톡신은 국내 1470억원 규모의 보툴리늄 톡신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약 3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성장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2018년에 매출 2054억원, 영업이익 854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는 480억원을 들여 보툴리눔 제제 전용오송 신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2013년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이노톡스주’, 2016년에는 비동물성 배지를 사용해 내성 위험성을 낮춘 코어톡스주개발에 성공하며 메디톡스는 현재 3종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1000억원 생산 메디톡신, 존폐의 기로에 서다

미국, 중국 등 대형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승승장구하던 메디톡스는 전 메디톡스 직원의 공익신고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에 제보된 메디톡스의 의혹에 대해 식약처는 조사 후 청주지검에 사건을 넘겼다. 청주지검은 201212월부터 20156월까지 무허가 원액으로 보톡스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 원액 정보 및 역가시험 결과를 조작해 총 73회에 걸쳐 394274병 규모의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 위반으로 전 공장장 A씨를 구속기소하고 정현호 대표와 회사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제보자 측은 빼돌린 원액이 다른 곳에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도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출처: 메디톡스 홈페이지
출처: 메디톡스 홈페이지

식약처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417일 해당 품목의 잠정 제조판매사용을 중지한 뒤 품목허가 취소절차에 돌입했다. 메디톡스는 약사법 위반 사항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를 경영진을 알지 못했고, 과거 행위였던 만큼 현재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대전지방법원에 식약처의 제조판매중지 처분 집행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명령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고법이 항고심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결국 지난 18일 식약처는 625일자로 메디톡신주 등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메디톡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다. 메디톡스는 이날 저녁 대전지법에 식약처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등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신은 시장 퇴출이라는 오명을 달고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대전지방법원이 625일로 예정되어 있던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효력을 오는 714일까지 정지하면서 메디톡신은 다시 한 번 수명을 연장했다. 법원이 메디톡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할 동안 식약처의 시장 퇴출 결정은 일시 유예된 것이다.

 

취소처분 효력정지에도 산 너머 산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취소 처분의 철회가 절실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유사한 사례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의 경우에 비춰 봐도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를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 만약 처분취소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추락한 기업의 이미지와 제품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메디톡스의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약사법 위반에 따른 품목허가 취소 처분으로 결정될 경우 메디톡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도 취소될 수 있다. 품목허가 재신청은 취소 후 1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매출 타격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메디톡신으로 거둔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2059억원)42.1%를 차지하는 868억원에 달한다. 메디톡스의 다른 보톡스 제품인 이노톡스와 코어톡스는 계속 판매 가능하지만, 회사 신뢰도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파우더 형 보톡스에 익숙한 의사들에게 고가의 액상형 보톡스인 이노톡스와 코어톡스의 납품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메디톡신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출처: 픽사베이(Pixabay)

물론 지난 1분기 메디톡스 제품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내수(90억원)에 비해 수출(205억원) 비중이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메디톡신의 국내 허가취소가 당장의 매출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메디톡신의 허가취소는 국내 식약처의 결정일 뿐 해외 규제 당국의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가 예상되자 이미 태국식약품의약품안전처(TFDA)에서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 판매 중단 및 회수 명령을 내렸다. 다른 국가에서도 연쇄적으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를 취소한다면 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메디톡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피해를 입은 주주들의 소송도 이어졌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허위공시로 피해를 입은 메디톡스 주식 투자자를 대리해 메디톡스와 주요 임원들을 상대로 제2차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4월 첫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된 이후 투자 피해를 호소하는 원고가 추가로 나온 데 따른 2차 소송이다.

이와 함께 자기주식 처분 의혹으로 정현호 대표 등의 형사 고발도 진행됐다. 메디톡스는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자기주식 교부 방식으로 임직원에게 지급했다고 하지만, 메디톡스 임직원의 주식수 관련 공시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주식 보유량이 늘어난 주요 임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소송을 맡은 오킴스 측 주장이다.

메디톡스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다. 메디톡스가 계류 중인 국내외 소송은 지난 1분기 기준 10건이 넘는다. 과도한 소송비용 지출로 메디톡스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적자를 낸 것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99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지만, ITC 소송 결과에 따라 또 다른 소송이 추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4년 동안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을 놓고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7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훔쳤다며 경찰 수사를 요청했고 국내와 미국 법원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같은 내용의 시민청원서를 접수했다. 작년 1월에는 앨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현지 판매사 에볼루스를 공식 제소했다. ITC는 외국 제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침해와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 미국 내 반입 여부를 결정하는 행정기관이다.

경찰조사에서 대웅제약이 무혐의 판정을 받고 미국 법원과 FDA이 메디톡스의 주장을 기각하면서 균주 전쟁은 메디톡스에 불리하게 진행되었다. 당초 65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ITC 소송 예비판결 전에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까지 내려지면서 메디톡스의 참패로 기울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대웅제약 측이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 관련문서 증거채택 요구로 ITC 소송 예비판결이 76일로 한 달 연기된 사이, 대전지법이 취소처분 효력정지를 결정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ITC 소속 변호사가 재판부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ITC 소송을 계기로 메디톡스가 회생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일벌백계외친 식약처, 책임은 없나

식약처는 메디톡신에 대해 허가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관리당국을 기만한 행위’, ‘품질경영 원칙을 벗어난 비윤리적 행태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식약처는 서류 조작의 책임을 메디톡스에게 묻고 있지만,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7년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메디톡스 사태는 식약처의 자료 검증이나 현장실사에서 드러난 것이 아니라 내부고발자의 신고로 드러났다. 부실검증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관리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서류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중 데이터 신뢰성 보증 체계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향후 비슷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생길 때마다 식약처는 인력 부족을 호소해왔다는 점이다. 현재도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인데, 식약처가 발표한 내용에는 강화된 지침을 실행할 전문인력 충원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지난해 강윤희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임상시험의 위험성과 안전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허가심사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자고 식약처에 요구했다가 보복성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인력 부족이 변명처럼 들리고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식약처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9일 성명에서 더 큰 문제는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이 빠져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환자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설령 피해가 없더라도 최소한 효과가 떨어지는 의약품을 허가당국을 믿고 사용한 환자들을 향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제대로 된 의학적 설명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바이오산업 육성과 의약품을 관리감독하는 규제 업무를 한 기관이 동시에 소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불가능하다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반복되는 비슷한 의약품 조작논란에 몰랐다, 강화하겠다, 그럼에도 안전하다로 이어지는 3단계 앵무새 대답만 계속 듣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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