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이대로 좋은가
K-방역 이대로 좋은가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6.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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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대전에서 집단감염 발생
기대했던 계절 효과 나타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복귀 선언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

[바이오타임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K-방역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리로 떨어진 기쁨도 잠시, 확진자 수는 곧 두 자리 수로 돌아갔고 다시 증가 추세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대했던 여름이라는 계절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이미 장기전으로 돌입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온다.

 

누적 확진자, 이미 5월 한 달치 넘어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잠깐 30명대로 떨어졌던 일일 확진환자는 지난 주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서 1743, 1859, 1949명으로 연속 50명 안팎을 기록했다. 이달 1일에서 17일 사이 발생한 확진자는 총 754명으로, 이미 지난 5월 한 달간 누적 확진자 수 729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신규 확진자는 0시 기준 67명이다. 지난 52879명을 기록한 후 23일 만에 집계된 최대치다. 신규 확진자수의 급증만큼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최근의 확산 양상이다. 20일 발생한 총 67명의 신규 확진자 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 14, 경기 17, 인천 5명 등 수도권이 절반 이상인 36명이다. 서울에서 5월 초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후, 쿠팡 물류센터, 종교 소모임, 관악구 리치웨이, 양천구 탁구클럽, 관악구 성심데이케어센터 등으로 이어진 산발적 집단감염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초기 코로나19 확진자는 폐쇄적인 종교집단인 신천지 내에 집중되어 있었다. 따라서 추적이 쉬운 신도명단을 통해 지역감염을 대구와 경북 지역으로 멈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를 쫓는 기존의 방식이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바이오타임즈 DB사진)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바이오타임즈 DB사진)

지역으로 확산되는 집단감염

코로나19의 수도권 유행이 심상치 않은데 대전의 다단계 방문판매업체 관련 확진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전시 서구 괴정동 다단계 방문판매업체와 관련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1일 낮 12시 기준 47명으로 집계됐다. 미등록 방문판매업체를 진원지로 병원, 찜질방, 식당, 카페, 교회 등을 통해 전파된 과정은 수도권에서만 200명 가까이 확진자가 나온 리치웨이발 집단감염과 닮아 있다. 이들 47명 확진자의 발생 지역은 대전 32, 광주 1, 전북 2, 서울 4, 경기 1, 세종 2, 충남 5명으로 지역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 역시 이 달 들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6월 최대치를 기록한 20일 신규 확진자 67명의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36, 해외유입이 31명이다. 일일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 수로는 지난 454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다. 31명 중 검역 과정에서 신규 확진자는 18명이고, 나머지 13명은 입국 후 주거지나 임시생활시설 등에서 자가 격리 중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회의에 참석해 대전지역 방문판매업체에서 발생한 감염이 주변 충남, 세종, 전북, 광주 등 다른 시·도로 번져나가고 있어 전국 어디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간 집계된 해외유입 확진자 수는 총 90명으로 이전 1주일(814)48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하며 방역당국은 코로나19의 지역감염과 해외유입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고비, 경고는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전문가들은 환자 급증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대한병원협회 코로나비상대응 실무단장을 맡고 있는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주가 정말 중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경고했다. 이왕준 이사장은 대구 경북의 통계를 따로 배제하고 그려본 그래프(명지병원 임재균 교수)를 볼 때 현재 수도권에서의 발생 추이는 3월 말보다 오히려 높은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2차 대유행이 오면 몇 백만 명의 확진 검사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의사만이 아니라 훨씬 확대된 검사 인력과 자가 검사 시스템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출처: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페이스북 캡쳐
출처: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페이스북 캡쳐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7월 초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기모란 교수(예방의학)612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열린 제2회 고양의료발전포럼에서 발표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예측모델과 대응전략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방역조치가 유지될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주 후인 625일에는 254, 한 달 후인 79일에는 826여명으로 급증한다.

기모란 교수는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를 고려해 계산했음에도 7월 초에는 확산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나왔다지금 당장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해도 한 달 후에야 하루 확진자가 4명으로 떨어진다. 현재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방역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공교롭게도 전문가들의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한 경고가 있었던 지난 주, 서울시는 15일 오후 6시를 기해 룸살롱 등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했다. 유흥업소 영업이 재개된 지 하루 만인 16일 강남구 가라오케 종사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유흥업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서울시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마치 코로나가 종식된 것처럼 정부는 발 빠르게 ‘K-방역홍보에 나섰다. 지난 11‘K-방역 모델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로드맵을 내놨고, 한국의 방역 경험을 전 세계에 공유하기 위해 5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K-방역 웹 세미나는 지난 17일 벌써 6차 세미나가 열렸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생활 속 거리두기의 조건 중 하나로 제시했던 일일 확진자 ‘50명 미만6월에만 벌써 6번이나 깨졌다. 그 동안 코로나의 위험성과 전염성을 심각하게 인식하여 국가비상사태 선포, 도시 일시 중단(셧다운), 모든 외국인의 입국금지 같은 엄격한 방역체계를 몇 달간 일관성 있게 유지해 온 뉴질랜드,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의 나라가 최근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했거나 종식이 임박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무증상 감염자도 커다란 불안 요소다. 무증상 감염자는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깜깜이 환자를 만들어내기 쉽고, 깜깜이 환자 비율이 높아질수록 감염원 및 접촉자 추적은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비율을 40~50% 사이로 추정하고 있으며 최근 2주간(720) 깜깜이 환자는 전체 신규 확진자 중 10.6% 달했다. 정부의 또 다른 위험도 지표인 감염경로 불명 5% 미만이라는 기준선의 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렇듯 정부가 제시한 생활 속 거리두기의 조건들이 하나씩 깨지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하는 방안은 당장 검토되지 않고 있다.

 

여름이 되면 코로나는 기적처럼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고온다습에 취약한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도 많았다. 코로나19와 염기서열이 80% 가량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여름에 접어든 20037월에 소멸한 선례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를 비웃듯 6월 초 서울의 첫 폭염특보에도 코로나19는 잦아들지 않았다. 인도의 사례를 봐도 코로나19는 온도와 습도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온이 40도가 넘는 인도에서 지난 12(현지시간) 이후 매일 1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2만명이 넘는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출처: 픽사베이(pixabay)

530일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에 실린 미국 하버드 의대 시브 세흐라 박사 등이 발표한 논문도 여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의 약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씨 52(섭씨 11)까지는 온도가 오를수록 코로나19 감염률이 떨어졌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코로나19 감염률이 온도에 따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신규 확진자 발생 후 다음 환자에게 전파되기까지 평균 3일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이례적으로 전파 속도가 빠른 것이다. 코로나19가 여름이라는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다 할지라도 가을이 오기 전 언제라도 재유행이 벌어질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우려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오히려 여름 휴가철이 변수가 되어 수도권의 유행이 지방으로까지 번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때

집단감염 발생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대전시는 620일부터 75일까지 고강도 생활 속 거리 두기시행을 발표했다. 방역당국은 집단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1일 방문판매업체, 물류센터, 대형학원, 뷔페식당 등 4곳을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했다. 또한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입국자 대비 확진자가 많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 대해 신규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정기적이지 않은 항공편 운항도 일시적으로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응책으로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기는 어렵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유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나마 실제 효과가 증명된 고위험시설 운영중단 행정명령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통해 경각심과 생활 방역 수준을 높이는 것이 침방울(비말)로 전파되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감안한 최선의 조치일 것이다.

기대했던 계절 효과가 무산되면서 코로나19는 이미 장기전에 돌입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퇴원 환자보다 더 많이 발생해 환자가 누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한 대비는 되어있지 않는 실정이다. 병상과 치료를 위한 장비들은 부족하고 의료진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다.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기 전에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나 다른 감염병의 예방을 위해 데이터 공개와 분석을 통한 과학적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모란 교수는 감염병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팀도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런 일을 하는 공공기관이 없다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감염이 통제되는 것이 아닌데 선후관계를 잘못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봉쇄조치를 완화한 국가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하는 것은 K-방역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발 빠른 대처일 수 있다. K-방역의 성공 신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환상에 빠져 보건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역당국의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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