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하고 싶다면 혈장 속 ‘알부민’을 바꿔라”
“회춘하고 싶다면 혈장 속 ‘알부민’을 바꿔라”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06.22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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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C버클리대 “늙은 생쥐 혈장, 새 알부민으로 교체한 뒤 뇌, 간, 근육 세포 회복 확인”
60여년 전 코넬대 실험 연장선상… ‘젊은 피’ 필요 없는 회춘 가능성 제시
“혈장분리반출술로 인간도 비슷한 효과 기대할 수 있어”

[바이오타임즈] “젊은 사람의 피를 받으면 회춘할 수 있다”는 속설은 동서고금과 관계없이 유명하다. 2018년 미국에서는 8000달러를 내면 16~25세 젊은 사람의 피를 수혈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최근 이런 속설과 배치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액 속 늙은 단백질만 바꾸면 ‘젊은 피’ 없이도 회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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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결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팀은 지난 15일 노인학 전문 학술지 ‘에이징(Aging)’에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늙은 생쥐의 혈장 절반을 알부민과 염화나트륨이 함유된 멸균 용액으로 교체했더니 뇌, 간, 근육 등의 일부 세포가 재생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어린 생쥐에게도 동일한 실험을 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알부민은 물에 녹는 수용성 단백질의 한 종류로 달걀흰자와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뺀 나머지 성분)에 많이 들어있다. 체내에서 알부민은 혈액의 삼투압 조절, 영양소 전달, 에너지 대사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회춘과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이 회춘 실험을 처음 시도한 건 2005년이다.

당시 연구팀은 늙은 생쥐와 젊은 생쥐의 혈액과 기관을 공유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런데 젊은 생쥐의 혈액을 받은 늙은 생쥐의 근육과 조직이 젊어져 있었다. 젊은 생쥐의 혈액에 노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청춘의 샘’이 숨어 있음을 알아챈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그 존재가 알부민임을 확인했다. 연구 시작 15년 만이었다.

당시 연구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 연구에 수석 저자로 참여한 이리나 콘보이 UC버클리 교수는 “꼭 젊은 피를 통해서만 회춘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인간은 ‘혈장분리반출술’로 대체 혈장(새 혈장)의 성분을 조절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혈장분리반출술(혈장분리교환법)은 혈장 생성에 문제가 생긴 환자에게 정상인의 혈장을 주는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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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에 대한 집착

‘젊은 피’로 젊음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56년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늙은 쥐와 젊은 쥐의 옆구리를 접합하고 두 쥐의 피를 섞는 실험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늙은 쥐의 연골은 실험 전보다 훨씬 젊어졌다. 그러나 당시 과학으로는 메커니즘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

60여년 뒤인 2014년, 하버드대 연구팀은 코넬대와 거의 동일한 실험을 진행해 늙은 쥐의 운동 능력이 상승하고 뇌 혈류량이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그 원인으로 혈장에 포함된 ‘성장분화인자-11(GDF11)’이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GDF11은 골격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단백질이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늙은 생쥐에게 GDF11을 주입하자 심장 능력이 향상되고 상처 부위의 골격근이 재생된 사실을 확인했다. ‘회춘 단백질’이 발견됐다며 전 세계가 떠들썩했지만 얼마 안 가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 다국적 제약업체의 연구에서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GDF11은 오히려 근육 재생능력을 저하해 손상을 악화했다. 현재까지도 GDF의 회춘 효과에 대한 과학계 입장은 엇갈린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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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멀지만

UC버클리와 하버드대 실험 모두 1950년 코넬대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UC버클리대 실험은 타인의 혈액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항노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미국의 유료 수혈 서비스와 하버드대 연구는 윤리적 비판과 학계의 반박에 부딪히면서 상용화와 임상시험이 최종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UC버클리의 실험은 시작에 불과하다. 임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항노화 효과까지 완벽히 검증된다고 해도 상용화까지는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항노화 연구에 새로운 방법론을 던졌다는 점은 높이 살 부분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혈장분리반출술을 항노화와 질병 치료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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