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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
‘의료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5.2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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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으로 데이터 이용 활성화 정책 추진
해외 주요국과 규제기관도 의료 빅데이터 활용 증가
국내, 100만 명 규모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예정

[바이오타임즈] 의료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나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수집은 신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유럽연합은 2019년에 일반개인정보 보호법을 전면 시행하면서 데이터 이용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는 정보보호 법제로 평가된다.

반면 국내는 데이터 이용 활성화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하다. 또한, 2017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63개국 중 56위에 머무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명정보 사용으로 의료 빅데이터 활용 가능성 확대 예상

2020년 1월 9일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개인정보보호 소관 부처를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중복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개인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개정 전에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만 있었으나, 개정 후에는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가명정보와 익명정보 개념도 도입해 활용 범위를 확장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가명정보이다. 이는 개인정보 주체의 실명을 알수 없도록 하여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이다. 즉,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기에 개인의 이용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각 기관에 분산된 빅데이터를 연계하고 통합한 후 비식별화(De-Identification)하여 민간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앞으로 제품, 서비스 등에 의료 빅데이터가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기업이나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임상데이터를 결합하여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나 임상 의사결정 지원 등 활용 목적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의 데이터 활용범위를 확대하여 빅데이터 기반 제품과 서비스의 질 개선 및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 강화 분야

출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19
출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19

 

해외 주요국, ‘의료 빅데이터’ 강국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

한편, 다른 국가에서는 의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먼저, 영국은 완전한 의료 디지털화를 위해 지난 10년간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정책 중 하나가 전자의무기록 등 기본적인 통합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침이다. 과거 영국은 의료기관 안에서도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 플랫폼이 제각각이었다. 따라서 내외부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영국은 전자의무기록, 환자와 의료진, 전자처방전 및 전자 진단 시스템, 의료기기 전자 기록 관리 등을 모두 포함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책을 펼쳤다.

미국의 경우, 민간 차원에서 건강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2004년 설립된 영리 환자 네트워크 플랫폼인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가 그 예다. 미국 내 연구진과 기업은 페이션츠라이크미를 통해 다양한 임상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하고 있다. 현재 가입한 환자의 수는 75만 명 이상이며, 이들은 자신의 증상과 관리법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페이션츠라이크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100건이 넘는 연구결과가 논문 등으로 발표됐다.

중국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태도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코트라(KOTRA)가 발간한 중국 내 빅데이터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빅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을 꾸준히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여기에는 건강 및 의료 관련 정책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중국의 의료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74.6%씩 성장했다. 이는 빅데이터 기술과 기존 의료산업이 융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실 공실률을 줄인 광둥성 인민병원의 사례를 살펴보면 중국 내 빅데이터 활용 실태를 알 수 있다. 광둥성 인민병원은 환자와 병원의 데이터를 통합해 기존 환자들의 개인별 행동 양식, 심리상태, 발병률, 입원률 등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병실의 배치를 바꿨고, 공실률을 13%에서 8%로 줄일 수 있었다.

한편, 규제기관이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심사를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럽 내 각국 의약품안전관리기구 모임인 의약품청장(Heads of Medicines Agencies, HMA)과 유럽의약품청(EMA) 공동 빅데이터 태스크포스(Joint Big Data task force)가 2019년 2월 발간한 첫 번째 보고서에서 의약품 규제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임상시험, 부작용 감시 데이터뿐만 아니라 리얼월드나 모바일 헬스 웨어러블, 유전체, 소셜 미디어 데이터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학병원들도 데이터 활용 기회 모색 중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데이터 활용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지난 2018년, 정부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을 목표로 39개 병원에 바이오 헬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112억 원을 투자해 2020년 12월까지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 등 39개 의료기관과 7개 기업에 전자의무기록제도(EMR)를 표준화하고 네트워크를 재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병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공통데이터모델(CDM)로 표준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플랫폼 구축도 추진된다.

데이터 중심 병원도 지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0년 3월 2일 보건의료 데이터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100만 명 규모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029년까지 데이터 중심 병원을 5곳 지정해 공공기관, AI 신약개발, 병원 임상, 피부와 유전체 등 5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신약개발 과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환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경우 빅데이터가 임상시험 대조군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다면 유전정보를 활용해 환자의 약물 반응성을 알 수 있다. 즉, 가명정보 기반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으로 다양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의료 데이터 활용으로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이 변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전망이다. 한편, 의료 빅데이터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민감정보의 안전한 관리와 데이터 활용의 윤리적 책임의식이 제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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