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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약, 화학적 부작용 없어 기존 치료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전자약, 화학적 부작용 없어 기존 치료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05.26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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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질병 치료
2026년 글로벌 시장 35조 원 규모 형성 전망
한국, 글로벌 경쟁력 갖춘 전자약 연구개발에 집중

[바이오타임즈] 미국 인디애나대학교(Indiana University) 연구팀은 최근 학술사이트 켐아카이브(ChemRxiv)를 통해 면과 시폰(chiffon) 소재의 천을 합쳐 만든 마스크를 연구한 결과 코로나19가 정전기에 의해 일부 무력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즉, 마스크에 전기자극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사용해 ‘전자약(Electroceuticals)’의 효과를 낸 것이다. 침이나 비말을 통한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마스크가 사용되는데 마스크 표면을 만지기만 해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인디애나대의 연구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료와 관리를 동시에∙∙∙ 기존 의약품의 화학적 부작용도 없어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인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뇌와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다. 대표적인 상용화 사례로, 심장박동 조율기와 달팽이관 이식, 이식형 제세동기 등이 있다. 현재 관련 기관에서는 피부이식이나 웨어러블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약을 연구∙개발 중이다. 약물이나 주사 대신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전기자극을 주고 이에 따른 신경 전기신호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한다. 이런 방식으로 적절한 자극을 활용해 치료와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임상적 활용도가 매우 높다.

전자약은 기존 의약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학적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또 단 한 번의 이식만으로도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으며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아 병이 악화되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융합연구정책센터 이아름 연구원은 “전자약은 치료가 필요한 특정 신경만 골라서 자극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며, “신경계를 자극해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질병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 전자약 상용화 연구 활발히 진행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andmarkets)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전자 및 생체전기 의약품 시장규모(Electroceuticals/Bioelectric Medicine Market Size)'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약 시장은 연평균 7.4% 성장해 2026년에는 285억 달러(한화 약 35조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노인인구는 심장부정맥, 파킨선병,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우울증 등 질환을 일으키기 쉽다”며, 노인인구의 증가를 이 시장의 주된 성장요인으로 꼽았다. 이아름 연구원은 “치료제가 없는 질병에서 전자약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관련 시장은 이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립인지과학연구소 안젤라 시리구(Angela Sirigu) 박사 연구팀은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뇌가 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교통사고로 15여년 간 의식이 없던 환자에게 전기자극을 가했다. 실험시작 1개월 후부터 환자의 뇌가 활동하는 영역이 점차 늘어났고 환자는 3개월 후 의식을 회복했다. 이처럼 식물인간 상태였던 환자의 의식을 깨우는데 성공하면서 전자약은 기존 치료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도 전자약 상용화를 위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Feinstein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 케빈 트레이시(Kevin Tracey) 박사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 전자약을 이용했다. 환자의 몸 속에 전자약을 삽입해 비장(왼쪽 신장과 횡격막 사이에 있는 장기)을 관장하는 신경계에 전기신호로 자극한 것이다. 환자는 8주 만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류머티즘 관절염이 호전됐다. 의료기기 개발기업 인스파이어 메디컬 시스템즈(Inspire Medical Systems)는 수면 중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했고 2014년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영국 런던대 병원은 이스라엘 의료기기 개발기업 블루윈드 메디컬(BlueWind Medical)이 개발한 전자약을 과민성 방광증후군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진행해 치료효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전자약, “새로운 치료법으로 잠재력 크다”

한국에서는 뉴아인이나 와이브레인 등 전자약 제조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자약 개발전문 스타트업 뉴아인은 ‘눈’을 타깃으로 한 전자약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손상된 각막 조직에 미세조류를 전달해 조직을 구성하는 신경과 상피세포의 원활한 재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신경을 정상화하는 시키는 원리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내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뇌질환 전자약 플랫폼 기업 와이브레인의 ‘마인드스캔(MINDD SCAN)'은 정신과용 뇌파분석시스템으로 과학적인 진단을 위한 보조 프로그램이다. 질환과 관련된 뇌의 기질적 이상유무를 판단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상활동을 추가로 분석한다. 이로써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한국시장에서 전자약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의 체외진단용 시약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5월부터는 의료기기산업법이 시행된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전자약도 비슷한 방식으로 혁신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는 “전자약은 새로운 치료법으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코로나19 사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주도해서 한국 헬스케어 시스템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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